8월4일..
아들 수술전 검사하러 중앙대병원에 갔다.
채혈, 채뇨, 영상학과, 심장내과를 차례로 일을 보고나니 정오가 되었다.
금식을 하였던 아들이 배고프다고 칭얼(?)거려 순대국으로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한후,
학교근처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팥빙수를 시켜먹으면서 아이들과 잡담을 나누다보니
딸아이 스터디할 시간이 되어 딸은 학교로 들어갔다
아들과 단둘이 남게 되었는데 너무 더운 날이라서 지치고 졸립기만 하다
다른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으라고 했는데 차안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눕고만 싶어서
학교 담벼락에 세워놓은 차안으로 들어갔다.
에어컨 켜놓고, 시트 뒤로 재쳐 길게 눕고, 아들은 노래듣고, 나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한줄기 시원하게 소나기가 쏟아질 무렵에 딸이 스터디를 마치고 돌아왔다.
아직은 휴가중인 우리들....집으로 곧장 가기에는 아까운 생각에 어디로 갈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문득 '길상사'가 떠올랐다.
서울시내 중심가 시청을 통과하고 광화문쪽으로 가는 길에 동아일보사앞 광교앞에 조형물이 달콤한 아이스크림 같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이라서 소나기가 내려주었지만 땅에서 습기와 함께 올라오는 눅눅한 열기가 대단했다.
혜화동 대학로를 지나 성북동으로 들어서 길상사에 도착을 하고보니 이렇게 가까운 곳이었음을 ......
명색이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라난 서울사람이 성북동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몰랐다니.......^^;;
'성북동 비둘기' 아이들 시험때 함께 성북동 비둘기 시를 읽고 공부할때, 성북동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지?
궁금했는데... 대학로에서 이렇게 가까이 있는 동네인 것을 몰랐다.
북한산(삼각산)자락아래에 있어 일주문 현판에는 '三角山 吉祥寺' 로 써있다.
'맑고 향기롭게'
우리의 마음이 늘 맑고 향기로우면 좋겠지만 살다보니 늘 맑고 향기로울 수만은 없다
하지만 이 일주문을 통하여 길상사로 들어서면 마음에 맑음과 향기로움이 가득해질 것 같은
설레이는 마음을 가지고 들어서게 된다.
길상사는...
과거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장안의 3대요정으로 이름을 날렸던 '대원각'이다
대원각의 여주인은 1999년 83살로 숨진 김영한이며 또한, 시인 백석의 연인이었던 '자야' 이기도 하다.
당대 최고의 요정이었던 대원각의 1000억원대의 부지와 건물을
아무조건없이(무상무량보시) 법정스님에게 사주한 것이 바로 '길상사'이다.
경내에 슬픈 전설이 담겨있는 능소화가 많이 보였다.
말없이, 소리없이, 묵언, 침묵,,,,
그래서인가?
참으로 고요하고 조용한 경내이다..
조용히 사색하며 거닐면 좋을 산책길이 있어 좋았다.
능소화의 슬픈 전설
옛날에는 양반집에만 심는 귀한 꽃
요즈음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꽃
임금님 눈에 들어 하룻밤을 보낸 후
후궁들의 시기로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
임금을 기다림으로 평생을 살았다는...
궁녀를 묻은 자리에서 피어난 이 꽃
귀를 활짝 열어 님이 오는 소리를 들으려는 듯
나팔처럼 활짝 피었다는 슬픈 전설의 꽃
구중 궁궐의 꽃 능소화의 슬픈 전설
이 꽃을
'구중궁궐의 꽃'이라 칭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옛날 옛날 복숭아 빛 같은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답니다.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 빈의 자리에 앉아
궁궐의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빈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 오지를 않았다고 합니다.
빈이 여우같은 심성을 가졌더라면
온갖 방법을 다하여 임금을 불러들였건만
아마 그녀는 그렇지 못했나 봅니다.
빈의 자리에 오른 여인네가 한 둘이 아니었기에
그들의 시샘과 음모로 그녀는 떠밀려
궁궐의 가장 깊은 곳에서 기거 하게 되었는데
빈은 그런 음모를 모르는 채
마냥 임금이 찾아 오기만을 기다렸다.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는데
돌아가지는 않았는가 싶어 담장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발자국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담장을 너머너머 쳐다보며
안타까이 기다림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답니다.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불행한 여인은
상사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권세를 누렸던 빈 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조차도 치루어 지지 않은 채
담장 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
한 그녀의 유언을 시녀들은 그대로 시행했습니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온갖 새들이 꽃을 찾아 모여드는 때
빈의 처소 담장에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것이 능소화입니다.
덩굴로 크는 아름다운 꽃이지요.
아무튼 능소화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많이 담장을 휘어 감고
밖으로 얼굴을 내미는데
그 꽃잎의 모습이 정말 귀를 활짝 열어 놓은 듯 합니다.
한이 많은 탓일까요
아니면 한 명의 지아비 외에는
만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을까..
꽃 모습에 반해 꽃을 따다 가지고 놀면
꽃의 충이 눈에 들어가 실명을 한다니 조심해야 합니다.
장미는 그 가시가 있어 더욱 아름답듯이
능소화는 독이 있어 더 만지고 싶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인터넷 글 참조]
말 없이 소리 없이.......
참 어렵고 힘든 것이다.
우리 삶에 말 없이 소리 없이 살기 위해서는 ........
이곳 저곳에 편안하게 쉴수 있도록
자연친화적인 쉼터들이 많이 보였다.
대원각이었을때 기녀들이 손님들을 받았던 곳이라고 한다.
지금은 스님들이 기거하는 처소로 사용하고 있다.
가을바람이 불어줄때쯤에 이곳에 다시 와서
좀더 여유롭게 사색에 잠겨보고 싶다.
날이 더워....
지쳐있는 관계로 좀더 여유롭게 돌아보지 못했음이 아쉽다.
경내에는 수령이 오래된 듯 싶은 느티나무들이 있다
그곳에서 잠시나마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
길상사 맞은편으로 잘 지어진 일반인들 집들...
천주교 교인인 조각가에게 부탁을 해서 만든 관세음보살..
종교화합의 의미가 담겨있는 듯 싶다.
누군가 공양미를 올려놓았는가 본데
성북동에....남아있는 한마리의 비둘기가 공양미를 쪼아먹고 있다.
길상사를 나서며...
무소유의 법정스님, 법명이 길상화였던 김영환, 그리고 그녀의 연인이었던
천재시인 백석....그리고 김광섭시인의 '성북동 비둘기'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생각이 나는 사찰이다.
예정에 없이 다녀오다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좀더 사전정보를 알고 갔더라면
산책길에 옛님들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을 것을.....
길상사 맞은편에 보자기로 유명한 '효재'님의 집이 보인다.
아하..여기가 '효재'이구나...
정원에 손수 아이비를 심어놓고 아기자기 예쁘게 정원을 꾸미는 것을 방송으로 본 적이 있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가 정원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더위에 쫒겨 맘을 접어야만 했다..
정말 더웠다....ㅠㅠ
우리집 꼬마자동차..블몽을 타고..
북악스카이웨이를 달려...자하문쪽으로 내려오면서
갑자기 내 말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얘들아....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에서
바라보면 엄마가 살았던 동네도 보이고 인왕산도 보이고..
조기로 가면 청와대가 나오고 이리로 가면 엄마가 나온 국민학교도 있고, 중학교도 있단다..
아..여기가 청운중학교이네..
엄마 초등학교 친구들이 여기 나온 친구들이 많단다.."
갑자기 말이 많아진 나를 바라보며 아이들이 별 반응이 없다...ㅠㅠ
가만 생각하니..내가 이 동네 근처만 오면 항상 하는 말인 듯.... ㅋㅋ
애들아..그거 아니?
나이먹으면 결국 추억을 먹고 사는 것이란다.......
2010년 8월4일.....
첫댓글 강원도여행기는 즐거운여행방에 올렸습니다.즐감하세요
재밌게, 혼자서 오붓하게 잘 보았습니다. 언니~~~~ 울님들도 보세요!~~ 아주시원해지실듯!!~~~ ^^
지영이는 휴가 다녀온거야??? 더운 여름 지치지 말고 굳세게 잘 견뎌내길... ^^
그러고 보면 서울이란 도시가 콘크리트로만 이루어져 있는 삭막한 도시만은 아니어요.
곳곳에 미처 알지 못하는 쉼터들이 많이 있지만 선입견을 갖거나 잘알지 못해 먼곳만 찾기도 하는것 같습니다.
도시하나를 정해서 그 도시의 모든 것을 보는 여행도 괜찮을 것 같아요...일년에 하나의 도시를 완벽하게 알아가기... ^^
참 잘 보았습니다...고맙습니다...저도 선선한 바람이 불면 한 번 가보고 싶어지네요..
선선한 바람이 불때 가면 좋을 것 같아요.... ^^
길상사의 골바람이 션합니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매미의 우화도 못보고 지나쳤네요.. 빗님 손금이 막금? ㅎㅎ
길상사..가보셨나 보군요... 그곳에 가니 매미의 우화현장이 고스란히 남아 있더라구요... 맞습니다..막살아서 손금이 막금이지요? 그런데 가깝게 찍다보면 다 그리 나오지 않나요??? ㅎㅎ
하루만에 많은 것을 보고 오셧내요
한곳에 얽힌 이야기거리가 많다보니...자연스럽게 공부가 되네요.... 현장학습 하고 왔어요. ㅎㅎ
잘 보았읍니다.. 간간히 법정스님의 말씀이 가슴에 새겨집니다..
그쵸? 말을 하기 전 먼저 생각하라는....그 말씀이 가장 맘에 다가왔어요....
김영한, 법정스님 아침에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백석과 김영한의 사랑이 애닳습니다. 아침산행 하고 오셨나요?
지금은 조용한데 새벽엔 천둥, 빗소리가 하두 요란해서 생략...
참.....손주는 잘 크고 있어요??
어제 다녀 갔는데 잘 자랍니다..이젠 이빨도 나오구..뗑깡이 좀 심해지기도 하구여...
벌써 이빨이요? ㅎㅎ 고기 사줘야겠습니다. ㅎㅎ
길상사 ..몰랐던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언제 한번 가봐야겠어요 ...오늘도 여전히 덥네요 주말 잘보내구용 ^^
쪽지가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야... ㅎ 스팸으로 걸려졌나 걱정했거등...ㅋㅋ 다정님도 더운여름 잘보내자구요~!
좋은곳 다니면서 기록하고 사진보여주고,,, 방콕여행중에 잘 봤어요~^^
언니도 방콕여행기를..ㅎㅎㅎ
길상사..한번 가 보고 싶은곳..고즈넉한 분위기일듯 싶은데 사진도 참 잘 찍으셨구려 ^^
네...도심속에 있는 사찰임에도 고즈넉하고 좋았어요.....
난 어려서 바로 옆동네에 살았어두 성북동엔 한번도 안가봤는데...요즘엔 차로 많이 지나다니긴 하지만 좋은곳가서 좋은사진 많이 가져왔네...!!
별일없지?? 검사 받았던 것은 이상없는거지??
대원각 시절.. 몇 번 들러서 술먹고 밥먹던 기억이 아련~한데.. 막상 길상사로 바뀐 이후에는 그 앞을 지나다니기만 했지, 들어가볼 생각을 못했네요.. ㅠㅠ.. 빛님 여행기 보면서 많이 반성했시유.. 암튼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