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등불학교, 강릉시자원봉사센터의 밑거름
“손주 편지 읽을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는 어르신 모습에 뿌듯”
퇴직교원·직장인 등 교사로 봉사
무료 한글교실·검정고시반 운영
배움 목마른 어르신·시민 등 지원
1999년에 개교 1,645명 수료해
100% 시민봉사자 힘으로 운영
▲ 고성 통일전망대로 현장학습을 나선 강릉 성덕등불학교 교사와 어르신 학생들의 모습.
“선생님께!
스승의 날을 맞아
편지를 써
봅니다.
감사의 표현을 말로만 하다가
한글을 배워 글로 써 보니
너무 행복합니다.
저의 이
행복함이
선생님의 가정에도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정말로 선생님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안숙자 올림”
■ 나이 많은 제자들
칠십 평생 한글을
모르고 살아온 안숙자(75) 할머니가 한글을 깨치고 스승의 날 보낸 첫 편지에는 글을 배우게 된 데 대한 행복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안 할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친 이들은 바로 재능기부로 교사활동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
퇴임한 뒤 2010년부터 강릉 성덕등불학교에서 한글을 모르는 성인문해반을 맡아 자원봉사 한글교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홍열표(69)씨는
지난해 스승의 날 이런 노제자들에게서 받은 편지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자원봉사 교사 가운데는 직장인도 있고 목사도 있지만
대다수는 퇴직교원이다. 홍씨도 퇴직교원 자원봉사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퇴직을 하고 2년 동안은 저를 위해서만 살았어요. 못
해봤던 여행도 하고 배우고 싶었던 것도 배우고…. 그런데 보람이 없더라고요. 허탈해 하고 있는데 친구가 함께 자원봉사를 해 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해 2010년부터 성덕등불학교에 나오게 됐는데 벌써 5년째가 됐네요.”
■ 교사들의 다양한 직업
강릉시 옥천동
동부시장길 5에 위치한 성덕등불학교는 1999년 개교한 이후 현재까지 247명이 검정고시에 합격했으며 1,645명의 학생이 이곳을 거쳐갔다.
지금도 한글반 69명, 중등반 42명, 고등반 28명 등 총 139명의 학생이 성덕등불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곳은 100%
시민자원봉사자의 도움으로 운영된다. 1,645명의 학생을 위해 자원봉사 교사로 활동했던 사람도 594명에 이른다. 올해는 37명이 시민자원봉사
교사로 활동 중이다.
자원봉사 교사들은 문해교사와 검정고시반 교사로 나눠 활동하면서 매주 요일을 정해 2시간씩 나와 학생들을
가르친다.
성인문해교실은 오전과 오후, 야간에 수업이 마련돼 일주일에 두번 2시간씩 4시간 교육이 기본이다. 검정고시반은 오후
7시에 시작해 밤 10시에 끝나는데 매일 과목을 달리해 운영된다. 교사들도 여건에 따라 매주 한번 2시간에서 4시간씩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 고마움과 깨달음
자원봉사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남들 덕분에 살다보니 내 덕도 남에게 나누고 싶어 자원봉사를
시작했는데 정작 배움을 갈망하는 이들 덕분에 나눔의 기쁨을 알았다고. 나눔의 기쁨을 알고 싶어 자원봉사자 활동을 하러 왔다가 더 큰 깨달음을
얻어 간다고.
홍열표씨도 “ㄱ, ㄴ도 모르던 분들이 이곳에 와서 열심히 한글을 깨치며 글을 읽어나갈 때 그분들이 느끼는 기쁨도
무척 컸겠지만 저도 더욱 보람됐어요. 손주의 편지를 읽으며 울던 분들,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워하던 분들을 떠올리다 보면 현직
교사 때보다 더 큰 사명감이 느껴집니다”고 말했다.
■ 열정이 큰 자산
고광영 강릉성덕등불학교 교감은 “이곳에서 자원봉사
교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분이 있다면 일단은 6개월 이상 교사 활동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하며 전문지식 약간과 대상자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했다.
조남환 강릉시종합자원봉사센터 이사장은 “성덕등불학교는 강릉시민의 자원봉사에 대한 참여로 만들어진 학교이며 그러한
자원봉사의 힘이 모아져 현재 강릉시종합자원봉사센터 운영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는 T. 033-642-1365.
* 참조 : 강원일보 조상원 기자님(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