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 (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한복을 디자인해 세계인에게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린 김리을 리을 대표가 서른두 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고 야후 블로그 WWD가 12일(현지시간) 전하면서 고인의 디자인 철학을 상세히 돌아봐 눈길을 끈다.
고인은 전날 밤늦게 전북 남원의 부모 아파트에서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한 뒤 극단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블로그는 참혹한 마지막 순간을 암시하는 표현도 실었는데 여기 옮기지 않겠다. 형제에 따르면 12일 고인의 장례식이 거행됐다고 했다.
더욱 충격적인 점은 지난달 31일 그가 인스타그램에 마지막으로 올린 포스트였다. 'RIEUL(리을)'이라고 적힌 사진에다 '1995-2025'라고 표시해 놓았던 것이다.
본명 김종원으로 1993년에 태어난 고인은 케이팝 밴드 BTS를 비롯해 래퍼 타이거 JK, 몬스타 X 등 유명 뮤지션들의 한복 의상을 책임졌다. 그는 자신의 디자이너 활동명을 그대로 회사 이름으로 사용해 왔다. BTS가 2020년 지미 팰런의 '투나잇 쇼'를 위해 경복궁에서 공연했을 때 지민, 슈가, 제이홉이 입었던 전위적인(아방가르드) 한복도 그가 디자인한 것이었다.
지난 2023년 글로벌 경제 매체 포브스가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을 선정했을 때 뽑혀 몇몇 에디션 커버에 얼굴이 실렸다. 또 지난해 11월 'K브랜드, 글로벌 소비혁명을 이끌다'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한국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물으면 자신 있게 '리을'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채 전화 인터뷰에 응한 고인의 사촌 중 한 명에 따르면 그가 회사를 창업한 것은 5년 전이었다. 생전에 삼성, 맥라렌, 뉴 발란스, 유현준건축사사무소 등의 브랜드 작업을 했다. 리을은 또 대우 E&C와 손잡고 여러 건물을 설계했으며 유일한 한국인 소유 백옥 광산에서 나오는 옥정수(玉井水) 판매에 나섰다. 이 사촌은 "그가 왜 죽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전통 예술과 디자인, 기법을 창의적으로 녹여냈다. 예를 들어 2022년 그는 명품 자동차 제조사인 맥라렌의 맞춤형 승용차에 산수화를 입히는 파격을 선보였다. 나전칠기와 고려청자에 영감을 얻곤 했는데 고인은 한때 “전통을 왜곡하는 대신 보전하는 것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두드러지게 하는 데" 목적을 뒀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고인은 한국에 주재하는 50개 외국 대사관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지난 10년 동안 30명의 대사들에게 한복 정장을 전달했다.
고인은 지난해 KF 뉴스레터 인터뷰를 통해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고 자처한다며 한복 뿐만아니라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서도 아이디어를 짜낸다고 말했다. 그는 한옥 마을과 관광객을 상대한 한복 렌탈로 유명한 전북 전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 현대에 살릴 필요성을 찾아냈다고 털어놓았다. 한복을 빌린 몇몇 관광객들에게 물었더니 아름다운 멋 때문에 한복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21세기 사람들이 입기엔 불편하다는 점을 먼저 생각했다고 했다. 현대 서구의 양복 정장도 19세기 이후 바뀐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을 상기한 뒤 렌탈을 위해 양복에 쓰이는 옷감을 한복에 사용하는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그는 서울 동대문시장 포목점을 뒤져 적당한 옷감을 찾아내 재단사에게 맡겨 석 달 뒤 리울의 첫 한복 정장을 완성했다.
남성들에게 한복은 저고리와 바지, 조끼(두루가미)로 구성된다. 고인은 전통 한복 실크로 진과 테니스 스커트, 라이더 재킷 등을 선보인 뒤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렸다. 외국인이 라이더 재킷과 바지를 입고 갓을 쓰고 곰방대를 문 모습은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뉴 발란스와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그의 회사 이름은 영리 추구보다 한복과 한글을 통한 한국 홍보에 긍정적이고 효율적인 것을 먼저 따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고 고인은 KF 뉴스레터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그 사명을 고려할 때, 난 본질적으로 한국적인 특징을 지닌 이름을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