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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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국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습니다. 극적인 장면을 연출해야 하는 드라마의 한계 때문에 사실(史實)과는 약간 내용이 다르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맞춘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구려, 백제와 한반도의 패권을 두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 신라 안에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되기 위한 두 인물이 갈등을 일으킵니다. 당시 임금의 여인으로 궁 안에서 확고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새주 ‘미실’과 장차 최초의 여왕이 될 ‘덕만 공주’의 대결이 그것입니다. 처음에는 덕만 공주라는 인물이 어리숙하고 철부지 같았지만 미실이라는 강한 상대를 대하면서 군주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과 실력을 조금씩 갖춰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미실은 비록 자신의 야심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지만 내면에는 나라에 대한 깊은 연모를 품은 여인임이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왕의 자리를 놓고 맞선 두 사람을 통해 우리들은 진정한 군주의 모습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왕이라고 하면, 절대권력을 소유한 사람으로서 무엇이든지 자기 마음대로 행하는 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드라마의 인물들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진정한 왕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 하더라도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백성들을 위한 일이 아니라면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되는 자리가 바로 왕의 자리입니다.
우리는 오늘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우리의 왕’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그분을 왕으로 모시는 이유는 예수님이 권력을 가지고 우리를 지배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왕의 신분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셨을 때 사람들은 그분이 절대권력을 휘두르실 분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일생동안 섬기는 자의 마음으로 끊임없이 당신의 백성들을 가르치며 고쳐주고 살리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모든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내놓으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주님께서 보여주신 왕직을 봉사직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여러 사람들이 권력자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실제로 높은 자리에 오릅니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진정 왕이 된 사람은 몇 명인지 생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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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니콜라오) 신부 세교동성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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