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까지 5년에 걸쳐 신년 연례행사였던 시진핑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의 '1호 명령'이 올해도 부활하지 못했다.
'1호 명령'이란 200만 인민해방군을 통솔하는 시진핑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그해 군사훈련을 시작하도록 하는 명령이다. 2기 시진핑 정권이 출범한 2018년부터 시작해 2022년까지 연례행사가 됐다. 하지만 2023년부터는 그 중요한 '1호 명령'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일의 시작은 2018년 1월 3일. 신화통신이 '1호 명령'을 거론한 것이다.
〈새해 군사훈련을 시작하면서 중앙군사위원회가 성대한 모임을 가졌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시진핑이 전군에 훈령을 내려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의 정신과 새 시대 당의 강군사상을 관철할 것을 촉구하고 실전에 적합한 군사훈련을 강화하며 전쟁에서 이기는 능력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
기사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위장복을 입은 큰 사진을 첫머리에 내걸었다. 주 행사장에는 7000명이 넘는 무장병사와 300여 대의 군사장비가 줄을 섰다고도 적혀 있다.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은지 전국에 4000곳이 넘는 분장실도 마련해 동시 중계했다. 그야말로 전례가 없는 행사였다.
'실전처럼 훈련을 해서 전쟁이 되면 반드시 이기겠다'는 구호가 대회장 곳곳에 붙었다. 실전을 가정한 군사훈련은 세계 중국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고 대만 통일 때문인지 깜짝 놀랐다. 기껏해야 군사훈련인데도 이렇게 성대한 의식을 치르고 크게 보도하게 한 것은 중국에서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시진핑 주석은 인민해방군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대내외에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2기에 접어든 시진핑 정권의 각오도 느껴졌다.
◇ 시진핑이라는 늑대가 본성을 숨겼다
이 해를 시작으로 시진핑 주석의 이 동원령은 '1호 명령'으로 명명돼 연례행사가 됐다. 2019년에는 1월 4일 시 주석이 1호 명령에 사인하고 전군에 군사훈련 개시를 명령했다고 '환구시보'가 보도했다. 제목은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훈련 개시 동원령을 내리는 것은 정상화됐다'.
분명 이후인 2020년, 2021년과 2022년 연초에도 '1호 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2023년과 2024년에는 보도가 없었다. 올해도 '1호 명령'에 대한 보도는 없다.
통상 1월 4일을 전후해 시진핑 주석의 '1호 명령'에 대한 보도가 신화를 비롯한 관제 언론에 쏟아졌다. 하지만 올해도 관련 보도는 없었고, 지난 1월 2일 2025년 군사훈련이 시작됐다고 '중앙TV망'이 보도했다.
'1호 명령'이 3년 연속 사라진 것은 의미가 깊다. 2023년 후반부터 인민해방군과 국방부장(방위장관) 등 일련의 불상사가 발생해 시진핑 주석의 권위에 흠집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최고 권위와는 무관하다는 견해도 있다. 나는 늑대가 본성을 숨기고 있다고 본다.
◇ 서양식을 팽개친 시진핑
시진핑 정권에 관한 이변은 또 하나 있다. 시진핑 주석의 신년하사(新年賀詞·신년 대국민 TV연설)다. 장쩌민 시대부터, 그때의 톱이 섣달 그믐날 밤에 실시해 왔다.
2025년판 신년하사도 섣달 그믐날 시진핑 주석이 TV를 통해 언급했지만 중국 정치 전문가들은 깜짝 놀랐다. 지난번까지와는 모습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전 사진에서는 시 주석 뒤에 책장이 있고 다양한 서적이 진열돼 있었다. 또 책장에 자신의 가족 사진도 몇 개 걸려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시 주석의 배후에 만리장성 그림뿐이었다. 책장도 가족의 사진도 사라졌다. 예전 같으면 권력을 상징하기 위해 면전 테이블에 두 개의 빨간 전화도 비춰졌지만 올해는 없었다.
이것은 시진핑 주석의 권력 쇠퇴를 의미하는가?
아니면 반대로 자신감의 표현인가?
◇ '투쟁'만 늘어놓는 시진핑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책장에 가족의 사진을 장식하는 스타일은 중국인의 전통적인 관습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서방 지도자들이 자주 하는 습관으로 개혁 개방 이후 중국 지도자들이 따라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최고지도자가 돼 시진핑 신시대 중국의 특색 있는 사회주의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요구하며 탈서방의 가치관 체현을 지향해 왔다.
그러나 지금 중국 경제는 불덩이 상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힘을 빌려야 한다. 이 때문에 일련의 경제부양책을 내놓음과 동시에 그동안의 '전랑(戰狼) 외교'(늑대처럼 싸우는 스타일의 외교)도 울려퍼졌다.
그래도 지기 싫어하는 시진핑 주석은 서방의 가치관과 선을 긋고 싶을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탄생하는 올해는 중국의 사회주의적 가치관을 견지하는 자세를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싶다. 신년하사에서도 경제면에서는 유연하게 대응하지만 정치면에서는 강경한 자세를 읽을 수 있었다.
올해 새해 첫날 출간한 '구시'(求是·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에는 시진핑 주석의 2년 전 담화가 실렸다. 이 글에서 시 주석은 중국식 현대화는 서방과 다른 모델을 보여준 완전히 새로운 인류 문명이다. 중국식 현대화는 전 세계에 참신한 현대화 모델을 제공하고 서방의 현대화 이론과 실천을 크게 넘어 개발도상국에 완전히 새로운 선택지를 부여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위대한 투쟁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투쟁 투쟁을 연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1호 명령'이 사라진 것은 단순히 홍내를 가리는 연막이자 '신년하사' 사진의 변화야말로 홍내의 모습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일본에 대해서도 방문 시 비자를 불필요하게 하는 등 관계 완화 사인을 내놨지만 반일 선전은 아직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