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부족한 어르신들이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무거운 짐을 번쩍 들어 옮길 수 있다면…', '약자들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관찰한 AI 기술 덕분에 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면…', 마치 먼 미래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런 기술들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특히 다양한 이유로 약자에 처해진 우리 또는 이웃들에게 도움되는 기술이라면 더욱 큰 관심을 불러 모은다.
지난 11월 18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서 약자를 위한 최신 기술을 한자리에 모은 ‘2023 약자동행 기술박람회’가 열렸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박람회는 '따뜻한 동행의 새로운 매력'을 주제로 서울 시정의 핵심 가치인 ‘약자와의 동행’ 관련 기술을 선보이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이날 박람회장에서 기조 연설을 시작으로 신기술 발표와 기술 기업 홍보쇼, 투자유치(IR) 경연대회, 토크 콘서트와 다채로운 관련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네이버, 포스코스틸리온 같은 대기업부터 기발한 약자동행 기술을 개발해 서비스를 제공 중인 스타트업과 혁신 기업 등 50개 기업이 참여했다.
친환경 철판에 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포스아트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명화 감상을 돕는 기술을 소개한 부스 ©엄윤주
주말에 열린 약자동행 기술박람회에는 관련 기업 투자자와 관계자 외에 약자동행 기술에 관심 있는 시민들, 주말 나들이로 DDP를 찾은 관광객과 시민들이 모여 열띤 관심을 모았다.
(사)대한노인회서울시연합회에서 진행한 특수 체험복을 착용하고 노인 생애 체험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한 박서영 대학생은 고령자의 신체적 변화로 인한 불편함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었다.
“그동안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노약자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데 적극적이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직접 노인이 되는 체험을 해보니까 이제는 어르신들을 보면 저절로 자리를 양보하게 될 것 같아요. 노인 체험복을 착용하고 걷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거든요.”
특수 체험복을 착용하고 노인 생애 체험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한 시민들 ©엄윤주
이날 기업들이 선보인 혁신 기술 ‘약자동행 신기술 발표회’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국내 첫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한 헥사휴먼케어는 휠체어 사용자도 운동할 수 있도록 개발한 트레드밀에 휠체어를 고정하는 신기술을 발표했다.
이어 5개 기업이 약자동행 기술을 직접 홍보하는 ‘기술 기업 홍보쇼’에서는 인공지능(AI)을 통한 뇌질환 정복, 걸음으로 퇴행성질환 등을 예측하는 AI 보행 분석 키오스크, 생체신호 기반 기술,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스마트 돌봄 조끼, AI 돌봄 로봇 효돌 등이 소개되었다.
질환, 노화, 장애 등으로 발생되는 불편함을 도와주는 전동침대와 이동 보조 로봇 스마트케어 제품들을 체험할 수 있었다. ©엄윤주
휠체어 사용자도 운동할 수 있도록 개발된 트레드밀과 기억력 유지와 다리 운동을 통해 치매‧낙상을 예방할 수 있게 하는 아하매트 ©엄윤주
돌봄 대상자를 위한 안부 전화 기술은 이미 상용화되고 있다. 네이버 클라우드의 ‘클로바케어콜’은 최대 규모인 AI를 기반으로 돌봄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국내 최초 AI 전화 돌봄 서비스다. 전국 80개 지역 지자체 1만 5,000명이 이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고령화 시대 홀로 계신 어르신 약자들에게 훌륭한 말벗과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AI 반려 로봇 ‘부모사랑 효돌’은 살갑고, 친근함에 멀리 있는 자식보다 낫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와 함께 컨퍼런스 홀에서는 기술 수요자와 기업·기관이 마주해 본격적인 투자 유치와 판로개척 등을 진행한 ‘기술동행 네트워크’도 함께 개최되었다.
삼성전자는 저시력 약자를 위한 TV 자체 기능인 '릴루미노 모드'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로봇청소기를 선보였다. ©엄윤주
고독사를 예방하고 안전한 일상을 지켜주는 똑똑안부확인서비스 ©엄윤주
이번 ‘약자동행 기술 박람회’가 더욱 뜻깊은 것은 최초의 개최이며, 약자들을 위해 실제 도움이 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선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0년과 2022년을 비교했을 때, 영유아 수는 감소하고 등록 장애인 수는 비슷하며, 그에 반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536만 6,000명에서 901만 8,000명으로 늘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7.5%에 해당한다. 이번 ‘약자동행 기술 박람회’ 현장에서도 약자는 특정한 대상만을 위한 것이 아닌, 어쩌면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모두를 위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운동 솔루션을 제공하는 (주)캥스터즈의 약자동행 신기술 발표회 ©엄윤주
1인 가구 어르신을 위한 AI 돌봄 로봇 효돌. 귀여운 모습으로 방문객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엄윤주
강남대학교 미래복지융복합연구소에서 진행한 두뇌 훈련을 위한 '씽큐테이블' ©엄윤주
시니어의 건강한 보행을 측정하는 AI 보행 분석 키오스크 ©엄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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