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현대 중공업 등 소위 울산 현대 家가 올해 임단협을 모두 끝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 15일 현대차 노조가 부분 파업 끝에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가결했지만 현대 중공업 노조가 전면 파업에 들어가자 지역 일각에서 “추석 전 타결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왔었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이런 우려를 말끔히 씻어 냈다. 이전에 비해 큰 충돌 없이 줄건 주고 받을 건 받았다.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할 땐 대립하지만 기업과 근로자의 공동 번영에는 양보하고 타협하는 진일보한 자세를 보여 준 것이다.
현대차는 미국의 통상장벽에 막혀 현재 25%의 수출 관세를 물고 있다. 반면 일제 차는 15% 관세가 적용된다. 이럴 경우 기존 미국 시장에서 2만8,400달러에 팔리던 일제 도요타 캠리가 한국산 현대 쏘나타(2만6,900달러)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이런 대미 통상 무역마찰로 인해 현대차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감소액이 1조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현대 중공업의 해외수출 상황도 그리 호락호락한 건 아니다.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수주 물량이 4~5년 치 확보돼 있다곤 하지만 미 트럼프 행정부의 변덕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역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에 3,500억 달러 투자를 반 강요하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면 언제 무슨 핑곗거리로 한국 조선업계를 압박할지 모른다. 특히 미국 조선 기술이 완전히 망가져 있기 때문에 어떤 조건을 내걸며 미국 잔출을 요구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 이익은 안중에도 없는 상황이다.
올해 울산 현대 家의 임단협 타결 방식은 여러 측면에서 지극히 모범적이다. 기존의 노사 대응 방식인 ‘갈 데까지 가 보자’가 전혀 없었다. 현대 중공업 노사는 한때 3년 치 임단협을 미뤄둔 채 힘겨루기를 이어간 적이 있다. 몇 달치 생활비를 확보하지 못하면서도 갈 데까지 갔다. 하지만 올해는 현대차가 약간의 부분 파업을, 현대 중공업이 막판에 전면 파업을 벌였을 뿐 이전처럼 ‘악착같이’ 치고받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체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외부의 충격에 노사가 한마음 한뜻이 된 결과다. 지난 198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 노사분규 현장에 새로운 이정표가 설정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치열하게 투쟁 일변도를 치닫던 노조와 법과 자본력을 앞세워 노조를 제압하려던 사측이 양보와 타협이란 노사 미덕을 창출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