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환유
최 병 창
달이 뜨려다
구름 속에 숨고 있었지
달은 언제나
내 안의 별이 되지 않고도
빛날 수 있다 했지만
아무래도
반짝이는 순서는 처음만은 못했어
달이 사라진 캄캄한 밤
누가 어둠 속을
기다렸는지 모르지만
축축한 눈망울은
전혀 적실 것 같지 않았지
소문이 한 바퀴 돌 때마다
너는 어디 만큼 숨어
그 빛을 감추고 있었는지
회색구름이
온몸을 에워 쌓기도 했지만
그래도 너는 어쩔 수 없는
지구 반대편의 유일한
빙하 같은
달무리가 되어있었지
나는 아직도
너의 곁으로만 흐르려고 해
한낱 목숨이 초개 같다는 것은
참말 같은 거짓이라고
아무리 지껄여본들
떠도는 것은 오직 거기서 거기뿐
구름은 달의 곁에서
야멸 찬 손을 놓지 않았지
아직 오랏줄이 풀리진 않았지만
구름 밖을 나서는 너를 만나고도
너는 예전 같지 않았고
달빛을 보여달라는 몸은
보란 듯이 차가워지고 있었지
아마 늦었는지도 모르지만
이제 시간을 내려놓고
달빛 속으로만 흐르려고 해
혹여 창을 열고
달빛 맞는 이 있다면
구름사이로
고개를 한번 삐죽이 내밀어 봐
아마도
고개가 많이 기울어졌을 거야
아니면
눈가에 촉촉한
이슬이 가득가득 맺혔을 거야.
< 2021.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