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아들 입맛이
쉬 돌아오지 않고 있다
먹음직스런 꽃게를 사다가 세 마리는 찌고
네 마리는 막장 풀고 구수하게 찌개로 해놨더니
쪄놓은 거 한 마리만
설렁설렁 발려먹고
장국 한 수저 뜨고
그만이다
나 또한
입 맛없긴 마찬가지 이지만
그래도 난
내가 해 놓은 음식이라
버릴까봐 억지로 우겨 넣기는 하는데
그리고 나야 뭐
뭘 먹던 시장기만 가시면 아무래도 괜찮다
아들의
허리 라인이 살아날 낌새가 보이고
둥그런 번철 같은 얼굴형이 밑으로 쪽! 빠질까봐
걱정이다
화장실 가 있을 때와
잠들 때 제외하곤
입안에 뭐든 넣고
우물거리고 있어야 표정과 동작이
평화로워 보이던 녀석인지라
입을 딱 붙이고 드나드는 걸 보노라니
어찌 내 맘인들 편할까
어제 일 마치고 9시쯤 집에 왔더니
안방에 가만히 앉아 있던 아들이
“엄마! 밥 비벼줘! 한다.
“오냐! 그래!
보온 통 밥을 양푼에 퍼 담고
북어포 무친 거
가위로 잘게 잘라서 넣고
두릅과 원추리 울릉도 나물 합쳐
막장에 무쳐 놨던 거 덜어 넣고
매운 고추 잘게 썰어 넣고 (매운 걸 좋아해서)
깨소금 참기름과
올
햇 고추장이 맵고 달고 괜찮아서
한 술 넣어
위생장갑 낀 손으로
밥 알갱이 한 알 한 알 간이 배게
조물조물 섞어 양푼 채로 앞에 갔다 놨더니
첨엔 시들하게 한 술 들어가더니
나중엔 본격적으로 퍼 넣는다.
양푼 긁는 소리가
우리 손자 웃음소리만큼 내 마음을 환하게 만든다.
종일 뙤약볕에서
중장비 운전에다 기계 더미 나르랴
입술이 부풀어 터져서 딱지가 앉았다
난 지금
노랗게 잘 익은 조개젓을 사와서 (시중엔 설익는 것뿐이니...)
매운 고추와
향이 진하고 가녀린 몸매의 실파 쫑쫑 많~이 넣은
한 방울 참기름 떨군
빡빡하고 진한 조개젓 국물 만들어
밥 한 그릇 조개젓 한 가지만 앞에 두고
한 술 떴으면 싶은 맘 간절하다
작가 한승원씨의 수필 중에 ( 한강 작가의 아버지다 )
작가가 어릴 적 먼 친척집을 갔는데
바닷가 가난한 살림인지라
때가 되어
밥상이 들어왔는데
상위에
밥 한 그릇과 밴댕이 젓갈 한 종지 뿐 이어서
이걸 어찌 먹나 하며 있는데
친척집 아이가 시범을 보이기를
푹 삭은 밴댕이 한 마리 집어서
뜨거운 밥 중앙을 헤집고 쑤~욱 집어넣고
조금 있다 밥을 숟갈로 헤치니
젓갈이 밥 속에서 그대로 익어 풀어져 있어
숟가락으로 싹싹 비비기만 하면
밥과 반찬이 되는 거라
어린 작가도 그렇게 해서
한 그릇 뚝딱 해치웠는데
그 꼬소하고 짭쪼름하니 발효된 생선살 맛이
오랫동안 혀끝과 기억 속에
남아있노라 했다
가만히 보니
그 집 식구들 모두 그렇게
밴댕이 젓갈 한 마리로 밥 한 그릇을 비우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한 동안 상위에 젓갈을 올릴 때마다
밴댕이 젓갈
뜨거운 밥 속에 묻어서 싹~싹 비벼 먹는 상상을 하고는 했다.
입맛이 없어 사흘에 한 번
지독한 시장기를 느껴야
허겁지겁 냉장고를 뒤지는 요즘에
또 생각나는 게
밴댕이 젓갈과
한 그릇의 밥이다
내 아들의 입맛은 언제 돌아올까?
첫댓글 이미 돌아와 있는건 아닐가요?
비빔밥을 해 달라고 요청한거 보면요.
그리고 그걸 바닥이 긁히도록 싹싹 먹은걸 보면요.
입맛이 없을땐, 먹고픈것도 잘 생각이 안나고.
어찌어찌 생각해내어 먹어 보아도 별맛이 없더라구요.
감기로 한달 가까이 앓는 남편이 그러네요.
무얼 먹어도 입맛이 안돌아 온다구요.
그저 뜨겁고 시원한 국물이 있으면
훌훌 마시듯 먹고 있지요.
옆에 저 까지도 감기 기운이 옮았는지
그 좋던 입맛이 떨어지긴 마찬가지입니다.
없이 살때 먹었던, 새우젓 무침 한종지에
물 말아서 맛나게 먹던 그 시절이 생각나네요. ^*^
언제나 참 맛깔스런글에 두려움에 댓글달기도 어려윘는데ㅠ 첫 댓글이기에 더망설여지네요 우리네 전형적인 어미의표현과 밴댕이젓갈과 한 그릇의밥 좀전에 아 점을하였는데 입안에침이 고이는건 그대의맛갈 난 글 때문이리라 부산의 날씨처럼 화창한날 늘건강하소서
아들이 너무 살이 올라도 걱정
그런 아들이 입맛이 떨어져
먹는게 부실해도 걱정~~!
이게 애정어린
어미의 마음일테죠^^
운선님의 글에 가끔 등장하는
토종 먹거리들은
나로 따라쟁이가 되어
당장 챙겨먹고 싶게 만드네요
흠...해질녘 조개젓갈 사러
마트에 가볼까나? ㅎ
한글사전에도 없는 이런 명품 단어들을
어떻게 조합하여 글을 잘 쓰시는지 그저 놀납기만 합니다.
영푼 긁는소리만 들어도 행복해하는 모정에 눈물이 떠 오릅니다.
"양푼 긁는 소리가
우리 손자 웃음소리만큼 내 마음을 환하게 만든다. "
나도
양푼 박박 긁어 보고 싶다.
그러면
누군가의 마음을 환하게 할 수 있을런지
아침도 못 먹어
배고픈데
잘 읽고 갑니다.
배고푸면 주지 않아도 찾아먹습니다~ ㅎ
자식 사랑하는 마음이 대단 하십니다 ...ㅎㅎ 배불러서 그런겁니다 ..
걱정 붙들어 매셔요 ..다 지가 찿아 먹습니다....
저리 맛나게 해주는 엄마의 손맛...
50여년을 넘게 느껴보지 못한 맛~
아니 아예 느껴보지 못한 손맛~
그냥 입맛이 저절로 돌아올것 같습니다 (^_^)
글만 읽어도 사라진 제 입맛이 다 돌아올 지경입니다.ㅎㅎ
벤뎅이 젓 을 저희 아버님이 워낙 좋아 하셔서
혹시 바닷가에 가면 꼭 사 드립니다
운선님 제발 그러지 마세요
안그래도 너무 많이 먹어 배불뚝인데 이런 자극으로 식사를 더하게 하면
지 어쩐데유 ~~ㅠ
허리라인이 없는 거보다는 허리라인이 있는 게 보기도 좋고 우선은 건강에도 좋은 건데
부모 입장에서는 애닮은 마음이지요...
아드님보다 운선님이 잘 드시길요~
아이고,운선니~~임..ㅎ
저 입에 침 고입니다요..ㅋ
양푸니비빔밥도 글치만 조개젖에
밴댕이까지..왜 이러세요..ㅋ
유일하게 일요일 아침 셋 이서
식사하는 자리..
알맹이 밥 먹이느라
생선 발라서 밥 위에
놓아주고 맛있게 먹는 모습
바라보노라면 녀셕이
그래요..엄마도 식사 하세요..라고..ㅎ
하지만 저는 먹지 않아도 배부름을
녀석은 아직 모를거예요.ㅋ
부모 마음 다 같은 마음..
운선님,짱..^^
옛날에는 참 젓갈도 많았는데...
조기젓 갈치속젓 창란젓 ㅎㅎㅎ
먹고파요
예전엔 몰랐던
자식의 체중과 밥 먹는거에 신경 쓰이는 거...무척 공감합니다.
이제 고3인 유일한 늦둥이 아들녀석,
여학생과 한반이된게 신경이 쓰였던지 겨울방학때 하루 한끼 먹으며 15키로를 빼더라고요.
이젠 말라깽이가 되어 속이 상합니다.
단 하나 인정해주고 싶은게...맘먹고 뭘 하면 강한 의지는 있구나 싶은게 그나마 위안입니다.
군침이 돌고돌아
시장기가 느껴저서
뭘 먹을까 궁리를 하네요.
어휴 글을 읽는데
이토록 군침돌고
시장기가 돌게하나요.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주셨습니다. 나는 당황
하여 주인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운선님의 글을 읽으면서, 왜 저는 함민복 시인의 이 글이
생각나는지.......
입맛없을 때는 젓갈이 최고지요.
글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군침 꿀꺽하게 됩니다..ㅎㅎ
밴댕이젓도 좋지만 황석어 젓 좀 드셔보시지요..아주 구수합니다~~^^
별안간 나도 침 넘어가네
어디가야 벤뎅이 젓갈을 사지 ㅎ
언니,강화도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