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글을 읽으시는 이글가족 여러분들 중 혹시라도 불필요한 오해를 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니 먼저 한 말씀 드리고 넘어가도록 하죠. 지난번에 카페 대화방에서 모 회원님께서 <1번선발님하고 계백장군님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물론 다른 회원님들이 먼저 나서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해명해주시는 바람에, 제가 굳이 길게 말씀드릴 필요는 없었지만 말입니다.
저랑 계백장군님은 야구장에서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니고, 같이 만나서 밤새도록 소주잔 기울여 본 것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다만 이곳 한화사랑 게시판이 나름대로 공개적인 자리이니 만큼, 글을 통해서는 피차 존칭을 쓰면서 의견을 교환하고 있지요. 그러한 상황 하에서 게시판 관리라는 역할을 맡고 있는 저의 입장과, 다소 다혈질이신 계백장군님의 표현방식이 상충되어 가끔 의견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는 있지만, 서로간에 인간적인 불신이나 어떠한 감정의 골이 패어있는 것은 아니오니 여러 회원님들께서는 이점을 반드시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조금 전에도 카페 메신저로 그분과 오늘 경기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었고, 잠 푹 자고 내일 경기 잘 보고 올라오라고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그런 제가 평소 게시판에서 가끔 고압적이고 훈계적인 어투로 계백장군님의 의견에 반론을 제기할 때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딱 두 가지 입니다. 첫 번째는 야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견이 달라서 토론을 벌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바로 계백장군님이 게시판에 글을 쓰시는데 있어 그 표현수위가 좀 지나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제 뜻을 전달하고자 하는 경우이지요. 그리고 딱딱한 어투에 논리를 우선시 하는 문체는 이곳 한화사랑 게시판에서 제가 일괄적으로 차용하고 있는 글의 스타일입니다. 특정한 회원에게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내용의 글이라도, 1번선발의 이름을 달고 있다면, 대부분 그러한 스타일로 작성되곤 합니다.
아무튼 서론은 이 정도로 접고, 제가 또 다시 계백장군님에게 장문이 될지도 모르는 이 글을 띄우는 이유는, 바로 계백장군님의 아랫 글에 대해 제 개인적인 입장을 표명하고자 하기 위함입니다. 아래 계백장군님이 막강이글스님께 쓰신 글에 대해 저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표시하고자 합니다.
우선 계백장군님께서는 본인의 글이 삭제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들면서 자신의 글의 표현수위가 이곳 게시판에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지켰다고 주장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계백장군님께서 올리셨던 글에 아래와 분명 같은 꼬리말을 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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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태 사장의 행동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만, 방법적인 면에서는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굳이 나이 문제를 따지지 않더라도, 계백장군님 께서 혼자 그 행위를 하신 것과, 카페 게시판에 이러한 글을 올리시는 것은 다르지요. 그 순간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그런 행동을 하신 것이야 제가 무어라 이야기할 사항이 안됩니다만 카페 게시판에서 또 다시 그러한 감정을 되뇌이시는 행동은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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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글삭제>라는 극단적이고 원초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를 근거로 들면서 그 글이 그다지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는 의사표현을 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어윤태 사장의 구단운영방침은 저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으며, 제 주위의 트윈스팬들도 물론 그 점에 있어서는 의견의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불투명하고 비합리적인 방법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고 조직 전체를 좌지우지한 그의 행위는 정말로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어윤태 사장의 행위가 올바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 이러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 옳다>라는 계백장군님의 결론에는 분명한 논리상의 맹점이 존재합니다.
<A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B의 행위>가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A가 실제로 잘못을 했느냐 안했느냐의 기준이 아니라, 과연 B의 행위 자체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옳바른 행위인가의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 합니다. 후세인이 독재정치를 했다고 해서 전쟁이라는 카드를 꺼내드는 부시의 행위가 옳바를 수는 없는 것이며, 자신의 아버지가 불량배에게 아리랑치기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해서, 며칠 뒤에 그 범인을 찾아내 린치를 가하는 아들의 행위가 옳은 것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 경우 후세인의 잘못, 불량배의 잘못과는 별개로 부시의 잘못과 아들의 잘못 역시 그에 응당한 처벌, 또는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어사장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에게 돌아가는 비난의 화살이 100% 모두 정당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어윤태의 행위는 분명 옳지 못했지만, 그로 인해 계백장군님의 행동이 모두 정당화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먼저 큰 잘못을 했고, 내가 그 사람한테 하는 것은 그에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주장보다는, 어떠한 점에서 그의 행위가 불합리하며 과연 어떻게 해야 그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지를 논하시는 것이 더욱 논리상의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의 잘못 때문에 내가 이렇게 했다는 인과관계를 주장하기 보다는 어떤 점이 잘못 되었는지를 이야기 하는 것이 분명 더 생산적일 것입니다.
물론 어윤태 사장의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계백장군님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하며, 트윈스 팬들의 집회에 직접 참여하여 훌륭한 도움을 주시고, 그들의 슬픔과 분노를 함께 공유하고자 노력한 계백장군님의 행동에는 정말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경기 종료 후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어 있는 상태에서 어윤태 사장을 보는 순간 분노가 치밀어 직접 그를 비난하신 계백장군님의 이번 행동은 제가 어떠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계백장군님의 <자유>이시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카페 게시판에 그 글을 올리셨다는 사실은 순간적인 분노에 따른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겁니다. 분명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였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지금은 그 게시물이 수정되어 있지만, 처음 그 글이 올라왔을 당시에는 <여기에는 쓰지 못하지만 제가 무슨 욕을 했는지 궁금하신 분은 홈페이지에 가서 확인해보십시오>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가 보기에 그 글의 의도는 <어윤태 사장의 잘못된 행위를 비판>하는 것 보다는 <내가 오늘 어윤태 사장한테 속 시원하게 한방 먹였다>라는 의도에 좀 더 포커스가 잡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계백장군님께서는 "그놈"과 "패대기" 라는 단어를 언급하시면서, 그 단어는 심한 욕이 아니며, 어윤태 사장의 행동에 비해서는 조족지혈이라고 표현을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그 글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중에서도 누구를 욕하고 비난하는 글인지 또는 아닌지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문장 중에 어떤 욕설이 들어가 있는지 만을 보고는 충분한 결론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바로 글 전체에서 풍기는 뉘앙스가 있기 때문이지요.
<쌍판을 알아보고 막 뭐라고 했으며>, <승질 죽이지 말고 쌍욕을 했어야 했고>, <낯짝을 보니 맺힌 게 생각났을 뿐만 아니라>, <승질대로라면 패대기를 쳐도 현찮았다>라는 계백장군님의 글은 분명 육두문자가 직접 포함되어 있지는 않을지언정, 글 전체에서 풍기는 뉘앙스는 분명히 상당히 공격적입니다. 막강이글스 님의 지적과 같은 <심한 욕설>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평소 이 게시판에서 주로 권장되어지던 분위기의 잣대로 살펴보자면 모든 사람들이 보고 <오∼어윤태가 참 잘못을 많이 했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계백장군님이 어윤태한테 욕을 했구나>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글이 됩니다.
요컨데, 계백장군님께서 어윤태 사장에게 욕을 하신 이유는, 본인이 주장하신 바와 마찬가지로 <그의 행위가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대의 행위가 잘못되었다고 해서 그 상대를 향한 반대급부적인 행위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니며, 상대 잘못의 크기가 내 잘못의 크기보다 크다고 해서 그것이 곧 내가 그 행위를 해도 괜찮다고 인정하는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글의 의도가 <그 사람의 잘못된 행위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그 사람한테 속 시원하게 욕을 했다>라는 개인의 감정적 행동에 따른 결과인데다가, <어떤 욕을 했는지 저 곳에 가서 한번 살펴보라>라는 선동적인 결론으로 맺어진다면, 계백장군님께서 아래 글에서 길게 주장하신 <어윤태의 행위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비판받아 마땅하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되는 것입니다.
문제의 발단이 어윤태 사장의 납득하기 어려운 구단운영에서 기인하긴 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아랫 글 자체에 대한 막강이글스님의 지적은 충분히 현실적이고 귀기울일만한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저 개인적으로도 그 글에 대해 다소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다만 그것이 카페의 흥망성쇠를 좌우할만한 심각한 수준의 글도 아니고, 도리에 크게 어긋나는 수준 낮은 글도 결코 아니었기에 유감을 표시하는 꼬리말을 올리는 수준에서 그냥 넘어갔던 것이지요. 하지만 계백장군님께서 막강이글스님께 반론글을 올리셨기에 저도 나름대로의 생각을 한번 올려봤습니다.
읽다가 더 짜증이 났단...야구를 사랑하는 표현과 깊이의 정도가 모두들 다르니. 하지만 공통점은 한화와 야구를 사랑한다는건데...왜 이케 긴거냐고요~~~
꼬리가 더길까? 내용이 더길까?> 눈깔 돌아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