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
김 난 석
식도락가들은 흔히 삭힌 홍어의 그 깊은 맛을 이야기하곤 한다.
허나 나는 어린 시절 꼬들꼬들한 가오리 찜이나
보리누름에 밴댕이나 구워먹곤 했으니
그 맛을 알 리 없다.
어느 비 오던 날 나의 선배가 하는 말이
“오늘 같은 날엔 홍어 삼합에 막걸리 딱 한 잔이...”
하는 거였다.
그래서 이를 귀담아 뒀다가 홍어집으로 안내했다.
허나, 잘 차려진 홍어찜 식탁에 앉자마자 한 점 입에 가져가더니
“크아아~ , 하곤 손이 더 가지 않았다.
그네는 경북 문경 출신이다.
꿩고기 더덕구이나 먹고 자랐을 것이다.
그러니 홍어는 말로만 입맛에 들었을 수도 있을 게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막걸리만 한 동이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던 기억이다.
이보다 더 먼저의 기억이 있다.
전남 무안에 출장 갔다가 일요일에 쉬게 되어
무안 장에 나가봤더니 시장에 홍어전이 널려 있었다.
여기저기 커다란 홍어를 가마니로 덮어놓고
칼로 한 점 떼어내 먹어 보이면서 호객하는지라
그것 하나 사들고 숙소에 왔는데
직원들은 방에 들어앉아 고스톱을 치고 있기에
주인아주머니에게 요리해달라 했더니
무쇠솥에 넣고 살짝 쪄내면서
”이거 좀 상했는데요?“ 하는 것이었다.
장사꾼의 말로는 잘 숙성되어 맛이 좋다 했는데
상하다니?
그래서 잠시 갈등하다가, 상을 봐 달라 해서 방에 들였더니
고스톱을 중단하고 모두 대들어 맛있다고 먹어대는 거였다.
그것 참...
나는 방에도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빙빙 돌다가
그 냄새가 다 가신 뒤에 저녁이나 먹으러 들어갔던 기억이다.
나는 그래도 누굴 대접할라치면
만만한 게 참치나 홍어인데
사실 만만하다는 건 그런 뜻이 아니라
홍어 수놈의 거시기를 아무나 떼어먹어도
괜찮다는 데서 나온 말이라 한다.
암놈과 수놈 중에서 암놈이라야 맛이 좋은데
그 모양새가 서로 비슷해서
수놈의 거시기를 떼어내 암놈으로 둔갑시킨다는 말이겠다.
수놈 홍어는 거시기 주변에 잔 가시가 나있어서
수정할 때 그 가시를 암놈의 몸에 박고 일을 본다고 한다.
서로 몸이 미끈거리니 그래야 교접이 가능하겠지만
그러면 암놈 홍어는 얼마나 아플까?
내가 별 걱정을 다 하지만
원래 페미니스트는 여성을 아끼고 아프지 않게 하는 법이다.
사내들은 틈만 나면 여자의 몸에 살가시를 찔러 넣으려 한다.
그래봐야 겨우 7센티, 7분 동안이라지만, ㅎ
여자는 그로부터 열 달을 고생하는 걸 왜 모르는지.
그것만도 아닌 것이
그 탓에 낳은 자식을 성년이 될 때까지
아니지,
평생 달고 살아야 하니 얼마나 고통스러우랴.
나는 유년, 소년시절 홍어가 없는 홍성에서 자랐다.
그런 고로 이 지방 출신 유명 인사를 자랑하곤 한다.
그중에서도 백야 김좌진 장군, 만해 한용운 선사를 기린ㅁ다.
그 외 성삼문의 절개를 생각하곤 하는데
'이 몸이 죽어가서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되었다가
백설 속에 독야청청하리라'는
절개의 노래를 부른 이로 유명하다.
성삼문이란 이름의 유래는 이러하다.
그 어머니가 산통을 심하게 하는지라,
남편은 양반의 처지에 내실에 들어가 볼 수는 없고
밖에서 불안하게 서성거리며
"나왔느냐?" "나왔느냐?" "나왔느냐?"
이렇게 세 번이나 물으니
그때에야 아기가 태어나, 그 이름을 삼문(三問)이라 했다는데
이거야 정사(正史)이니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역사엔 정사만 있는 게 아니라 야사(野史)도 있는 법이다.
삼문의 아버지가 대를 이어가야 하겠는데
양반 처지로 그 일을 할 수 없어서
방에 벌렁 누운 채로 아내에게 올라오라 했단다.
아내가,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하니
그 남편인 삼문의 아버지가
"그래도 아이는 하나 낳아야 하지 않겠소?" 했다는데
이게 무슨 뜻인지 그제야 알아차린 아내가
남편의 배 위에 올라탔다는 거다.
아래에 누운 삼문의 아버지가 눈만 깜박거리며 한다는 말이
"들어갔느냐?" "들어갔느냐?" "들어갔느냐?"
하고 세 번을 물으니
그때서야 아내가
"이제 잘 들어갔사옵니다"라고 대답했다는데
그러고 보면 성삼문은 이래저래 정사에서도 야사에서도
삼문이 되었던 거다.
수놈 홍어는 암놈의 몸에 가시를 박고 그 일을 한다지만
성삼문 가문은 여성 위에 올라타 가시를 박거나
짓누르는 게 아니라
남성이 스스로 누워서 아내에게 가볍게 올라타도록 했으니
홍어와 달리 여성상위시대를 연 집안이 아니던가.
허나 성삼문은 불사이군을 부르짖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으니
사내들이여!
만만한 게 만만한 게 아니니
절개 지킬 게 없다면 불사이처라도 지키시라.
(2022. 6. 17.)
위 글은 지지난 해 유월에 써본 글이지만
이번 톡방 이벤트에 올라온 글들과 댓글들을 읽어보니
많은 웃음이 일기도 했고
이 글이 생각나기도 했다.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란 말이 맞는 것 같다.
그게 왜 달려서 뭇사람들 이야기에 오르느냔 말이다.
허나, 그것도 살아가려고 달린 게 아니던가?
함께 어울리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던가?
하긴 노자(老子)도
다언삭궁(多言數窮)을 경계하라 했다.
말이 많으면 곤란한 일만 생긴다는 거다.
허나, 생긴 대로 살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거시기가 크면 크다고 자랑하기도 하고
그게 부끄러우면 숨기기도 하고~
나는 다이어트하기 위해 아침은 무국으로 때운다.
허나, 저녁엔 스태미나 키우기 위해 진곰탕을 먹는다.
글벗들 앞에선 고상한 척하고
말벗들 앞에선 너스레도 떨어본다.
절집이나 교회당에 가면 가장 조신한 척하고
번개에 나가면 가장 호탕한 척도 한다.
그게 나의 정체성이지만
톡톡방 선남선녀들이시여!
여기선 그저 재미있는 수다가 정답 아닌가요?
이상 톡톡 수다였습니다.
* 사진은 지지난번 찾았던 강구 항에 내걸린
(홍어인지? 가오리인지...?)
첫댓글 거시기가 거시기하니 거시기 하네요.
암튼~거시기. ㅡ
한 단어로도 다 알아 듣습니다.
거시기 ㅡ
대단해요.
그런가요?
하긴 리디아 여사도 할머니 반열에 들어섰으니 거시기한 것도 다 보고 체험도 했겠지요.
아닌가요~~~?
우리 외숙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빈소가 목포에서 제일 큰 장례식장이었는데
빈소에 들어서는 순간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에 대경실색,
아니 이 큰 장례식장의 화장실은 여태도 재래식이란 말인가, 하고 말도 안 되는 의구심을 품었더랬지요ㅎㅎ
그 장례식장을 가득 채운 삭힌 홍어 냄새에 후각이 둔감해질 무렵엔,
그때까지 홍어를 입에도 못 대던 제가 어느새 그 음식을 맛나게 먹게 되었었지요.
홍어, 냄새는 거시기해도 중독성 강한 맛은 일품입니다. ^^
맞아요.
그게 암모니아 가스 냄새랍니다.
그래서 홍어 먹고 배탈 나는 일은 없다지요. 거기에 살균작용이 있으니까요.
홍어 애탕이 먹고 싶어지네요ᆢ~~~^^
오셩. 내가 대접하지 뭐.
곱배기로.^^
언제 한판 벌립시다요
나도 좋아하는 음식인데~
청주 해란강에는
홍어전이 있는데
동동주가 더 잘넘어가고
홍어전에
진짜 자꾸 젓가락이 ~~^^
석촌님 필력은
어디서 나오시는지~
그 거시기의 비결은~? ㅎ
그렇군요.
그런데 거시기 뭐 뭐시기하네요.ㅎ
제미있게 잘읽었습니다
몇번을 크게웃고몇번을느끼고 뼈도있고..
하~ 수다방에글보단
서당에서 막간에 사담이지 수다는아닌듯
ㅎㅎ
뮈 마카 다 수다올시다.ㅎ
@석촌 유명하다고 해서 한번먹고 별로라
아모니아냄새도 약했는데..
지금것 안먹는매뉴입니다 ㅎ
그냥 지금것 연어만 파고듭니다 ㅎㅎ
@퍼니맨 그것도 뭐.ㅎ
급작~
홍어가 땡깁니당
요샌
홍어도 수입산이라
그다지 해골 때리는 맛도
없는 밍밍~
흑산도 홍어 맛 본 지가..
몇년전
내새끼랑
세발낙지랑 홍어먹으러
목포에 가서
인동주 마을 홍어집에
찾아 갔던 것이 마지막
진짜배기 홍어에
인동주에
둘다 앉음뱅이~되어버려
일박하고 왔었던..
급작~
내새끼도 보고싶다!
그렇군요.
진한 맛의 추억은 참 오래 가지요.
난 꼬리꼬리한 건 별로.
항아리에 끓여 내온 싱검싱검한 낙지연포탕이 좋던데.~
@석촌
울 시댁이
대대로 순천이시라..
비린 것도
전혀 안 먹던 꽁 입맛이
시댁 입맛에
완전~물들여졌어용~~^^:;
술도
시아버지께 배웠는뎅~
시아버님 왈~
내가 가르친 주도에~
완전 술통된 맏며느리~
라고..
켁!
글 수다 떨 자신은 없지만 가끔 석촌님 수다 찾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ㅎ
여름휴가를 후배 여선생 친정집으로 초대받아 전라도 나주 근처 동네를 갔었죠. 제대로 홍어 맛보고 배탈, 설사로 죽도록 고생하고 얼굴이 홀쪽이가 되어 상경했던 기억이 있답니다. ㅎ
굽은 허리로 5일장에 가서 애써 사오신 그 노모님 기쁘게 해드리 려다가 죽을
고생한 그 해 여름.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날 궂은 날 홍어 삼합 ? 땡기는 메뉴가 되었지요. ㅎ
처음엔 거부반응이 있을 수 있다죠.
홍역 앓고나면 홍어에 빠진다 하고.ㅎ
수다방의 선남선녀 진객 들이여
홍어벙개 한번 합시다요 ~~~ㅎㅎ
그것도 뭐.
난
아직 못 먹어요
영 거시기 해서요
뭐 거시기하면 거시기할 수도 있겠네요.
그럼 이러나 저러나 쏘맥5지요 뭐.
@석촌 넹
@공주.. ㅎㅎ
요즈음 캠핑을 가게 되면
남자는 지주(기둥)를 세우고
여자들이 텐트 치고
펙 박고 다 합니다 ㅋㅋ
기둥 세운 사람이 텐트 치는거 아닌감요?
난 잘 모르겠는데.ㅎ
시도때도 없이 텐트 치는 사람도 있더만.ㅋ
막걸리 안주 로는 홍어가 최곱니다 ^^
없는 살림에 멸치 하나 고추장 찍어서 먹어도 뭐.^^
만만한게 홍어 ㅈ의 유래
홍어를 팔기 위해서 맛뵈기를 시켜줘야 하는데 멀쩡한 홍어 전체에서 살점을 떼어서 맛을 보여 줄 수가 없어서 ᆢ
있으나 마나 달려있는 홍어 거시기(?)를 떼내 맛을 뵈여주다보니 ᆢ
만만한게 홍어 ㅈ (?)이냐 ?
그렇다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