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37) - 여러 날 걸어온 아이치 현 지나 시즈오카 현으로(도요하시 – 벤덴지마 26km)
-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기행록 42
5월 11일(목), 맑고 약간 더운 날씨다. 오전 7시 반, 출발장소인 도요하시역 광장에 이르니 낯익은 얼굴들이 등장한다. 여러 차례 한일우정걷기에 참가한 고바야시 요시오 씨, 서울에서 부산과 오사카에서 오미하치만까지 걸은 나카니시 하루요 씨 외에 여럿. 걷기 친구들이여, 오늘도 사이좋게 걸읍시다..
도요하시역 출발에 앞서
오전 8시, 오영란 씨의 선창으로 Go, Go, Let's Go 출발구호를 힘차게 연호하고 다음 행선지인 벤덴지마(弁天島)로 향하였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고 기온도 평소보다 높은 편, 땀께나 흘리겠다. 한 시간여 열심히 걸어 이와야야마고도를 거쳐 후다가와역(二川譯)을 지나 두 시간여 만에 후다가와숙을 지난다. 후다카와는 도카이도의 중요한 역참, 옛 숙소와 자료들이 많이 보존된 곳인데 연도를 지나며 살피는 것으로 가름하였다. 가다가 잠시 멈춘 곳은 길가의 과자 가게, 코스리더 다카하시 씨가 제공하는 고로케를 하나씩 받아 그 자리에서 먹는다.
후다카와숙(二川宿)을 벗어나니 1호선 국도주변에 여러 공장들이 눈에 띤다. 그 중에는 ‘1917년 창업’이라 크게 새긴 신포니아 테크놀로지가 눈길을 끈다. 국도변 따라 두 시간여 걸으니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에서 시즈오카현 고사이(湖西) 시로 행정구역이 바뀌는 길목에 이른다. 걸 건너 들어선 고을은 사라수카(白須賀), 완만한 언덕길 오르니 탁 트인 바다가 보인다. 그곳의 관광안내소에서 반가운 얼굴이 일행을 맞는다. 한일우정걷기 때마다 이즈음에서 걸은 적이 있는 다케이 파파 부부, 정성스레 나뭇잎에 싼 흐만쥬(모치 종류)와 시원한 음료를 듬뿍 가져와 힘들게 언덕길 오른 일행들의 허기와 갈증을 풀어준다.
관광안내소를 출발하여 고갯길을 내려가다
12시 반에 관광안내소를 출발하여 고갯길을 내려가니(오를 때는 완만한데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다) 해수면에서 3~4미터로 낮은 지역의 도카이도(東海道)가 한 시간 넘게 이어진다. 오후 2시 경에 이른 곳은 아라이(新居)관소(물자의 이동시 교대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물자를 운반하는 인부와 말을 바꾼다)로 수만의 인부와 말이 모여 북새통을 이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잠시 휴식 후 근처의 단골 식당에서 점심, 품격을 갖춘 도시락 정식이 구미를 돋운다.
오후 3시 20분에 식당을 나서 바다와 호수를 가로지르는 큰 다리를 건너 벤덴지마(弁天島)에 도착하니 4시가 지난다. 걸은 거리는 26km, 본대원 38명과 당일참가자 12명 등 50명이 함께하였다. 당일참가자에게 완보증을 전달한 후 역 앞의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6시부터 저녁식사, 식당에 들어서니 인근도시 하마마쓰의 민단 단장, 한 두 차례 같이 걸었던 다께노 노보루 전 후쿠로이 시의원, 이곳 명주 인동주 제조회사의 임원 등이 일행을 반기며 지역특산품 등을 선물한다. 올 때마다 반기는 후의가 고마워라.
호텔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 점심 직전에 지나온 아라이관소에 대하여 6년 전 6차 걷기 때 적은 기록을 덧붙인다. ‘일본의 여러 관소 중 아라이(新居)관소만 유일하게 남아 있다. 오사카 등지에서 오는 물자를 교대하는데 어느 때 일꾼 33만, 말이 77,600이라는 기록이 있다. 그 비용이 대단하다. 막부의 연간 예산과 맞먹는 백만 냥(오늘날 수천억 엔에 해당), 소관 영주들이 부담하였다. 1498년의 지진, 해일로 호수와 바다가 하나로 연결되어 배로 건넜다. 제4회 조선통신사가 이곳을 지날 때 에도 막부에서 음식을 보내왔다. 통신사들은 일체의 금품을 받지 못하는 예를 따라 이를 받지 않고 대마도 영주에게 주었다. 대마도 영주도 그 사실이 막부에 알려지면 벌을 받을까 두려워 이를 호수에 버렸다. 뒤따르던 하솔들이 이를 주워 물고기 밥이 되지 않게 하였다.’
물류 교대의 거점, 아라이관소를 지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