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백화점 '고별전' 끝으로 다음달 폐점… 이웃과 함께한 29년, 역사 속으로
문 닫는 그랜드백화점, 어떻게 바뀌나
1996년 영업 시작한 ‘고양시 1호 백화점’
주민 밀착경영으로 대기업과 당당히 경쟁
한 달간 고별전 할인행사 후 전면 리뉴얼
“지상 웨딩홀, 지하 마트로 새롭게 변신”
일산의 랜드마크 그랜드백화점 외벽에 '고별전'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고양신문] 일산의 랜드마크인 그랜드백화점 외벽에 ‘고별전’을 알리는 커다란 현수막이 내걸렸다. 6일 시작된 고별전 특별할인행사는 다음 달 9일까지 한 달 가까이 진행된다. 고별전이 마무리되면 백화점은 문을 닫고, 업종 전환을 위한 전면적 리뉴얼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29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일산의 이웃들과 함께 했던 그랜드백화점이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게 된 것이다. 고별전 첫날 모습과 함께 그랜드백화점의 역사, 문을 닫게 된 까닭, 새롭게 선보이게 될 사업 구상 등을 하나씩 짚어보자.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룬 '고별전' 첫날 모습.
고별전 첫날, 몰려든 사람들로 장사진
백화점 측은 고별전을 알리기 위해 고양시 거리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고, 전단지를 돌렸다. 전단지에는 ‘지금까지 보내주신 사랑에 감사드리며 최고의 혜택으로 고별인사 드립니다’고 적었다.
고별전이 시작된 6일 오전, 수백명의 고객들이 일찍부터 줄을 서서 백화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또한 백화점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들이 꼬리를 물면서 주변 이면도로가 한동안 마비되기도 했다. 그랜드백화점이 지역에서 품고 있는 브랜드 파워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매장 안은 더욱 붐볐다. 이벤트 매장이 마련된 8층과 지하3층에는 다채롭게 펼쳐진 매대를 순회하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각 층마다 입주해 있는 전문매장에서도 파격적인 할인행사에 동참하며 고객들을 맞이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스포츠, 아웃도어, 골프웨어 등 각종 의류는 물론, 침구, 잡화, 신발 가전제품 등 매장 내 모든 상품들을 파격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개점 시간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다.
'고별전' 첫날인 6일 고객들로 북적인 그랜드백화점.
일산의 랜드마크 쇼핑 명소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은 일산신도시 입주가 마무리되어가던 1996년 10월에 ‘일산의 1호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우며 일산 최고 번화가인 주엽역 앞에 화려하게 개관했다. 지상10층부터 지하3층까지 넓은 매장을 갖추고, 별도의 건물에 넓게 마련된 주차시설 등 차별화된 인프라를 자랑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쇼핑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랜드백화점의 이미지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다. 초창기에는 고급 패션 브랜드를 빠르게 선보이며 젊은 고객들을 불러모았고, 주변지역에 트렌디한 스타일의 쇼핑몰들이 속속 들어선 이후에는 중장년 고객들과 편안하게 눈높이를 맞췄다. 그런가 하면 어린이놀이시설, 학기별 강좌가 열리는 문화센터, 영화관과 피트니스센터 등 다채로운 부대시설이 운영돼 세대마다 서로 다른 추억거리를 만들기도 했다.
단골 고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지하2층 식당가.
‘그랜드 그룹’이었지만 홀로 남아
업계에서는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이 29년이나 명맥을 유지해온 것 자체를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한다. 브랜드의 규모 자체가 경쟁력인 유통업계에서 이른바 ‘빅3 브랜드(롯데·신세계·현대)’가 아닌 단일 매장이 생존한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물론 그랜드백화점 일산점도 처음부터 홀로는 아니었다. 1986년 강남 대치동에 1호점을 내며 출발한 ㈜그랜드백화점은 최정상급 연예인이 등장하는 CF를 통해 ‘강남패션 1번지’라는 카피를 유행시키기도 했다. 이후 신촌 상권의 랜드마크였던 신촌 그랜드마트를 비롯해 백화점과 아울렛, 대형마트 등을 많을 때는 8개까지 운영하기도 했다.
한때 대기업 백화점과 어깨를 나란히 했었던 '그랜드백화점 강남점' 자료사진. [출처=강남구청]
신촌 상권의 랜드마크였던 '신촌 그랜드마트'.
하지만 대기업 브랜드를 중심으로 유통산업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그랜드’라는 상호를 단 매장들이 하나둘 매각됐고, 결국에는 2010년대 들어 일산점만 남게 됐다. 이후 ㈜그랜드백화점은 웨딩홀, 골프클럽, 스파, 피트니스 등으로 사업의 방향을 전환했고, 2017년에는 기업명도 ㈜베뉴지로 변경했다.
눈높이 낮추고 이웃들과 소통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은 10년이 넘도록 혼자서 생명력을 유지했다. 비결은 특유의 지역밀착형 경영전략 덕분이었다. 이웃 주민들과 접점을 넓히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것들을 파악해 빠르게 대응하는 등 작은 덩치를 오히려 장점으로 삼으려는 노력을 꾸준히 펼쳤다. 덕분에 고객들은 백화점을 문턱 낮은 지역의 사랑방처럼 여기곤 했다.
백화점 지하에 마련된 식품부와 식당가는 최근까지도 경쟁력을 잃지 않은 그랜드백화점의 간판이었다. 고별전 첫날, 지하2층 식당가에서 만난 문촌마을 주민 장호승(70대 중반)씨는 “메뉴도 다양하고 맛있고 깔끔해서 식사하러 자주 들르곤 했다. 주엽역에서 지하통로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친구들을 오라고 할 때도 여기만한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함께 온 일행 역시 “오늘처럼 사람이 북적이면 문 닫지 않아도 될 텐데, 없어진다니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고별전 첫날, 명품관 부스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고객들.
온라인 대세… 오프라인 백화점 위기
하지만 그랜드백화점의 지역밀착 전략도 온라인 중심의 소비패턴 변화 앞에서는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게 됐다. 이커머스(E-commerce)라고 불리는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향력을 빠르게 키웠고, 결국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의 경영은 너나 할 것 없이 악화됐다. 한때 연매출 3000억원 규모를 자랑했던 그랜드백화점 일산점 역시 수년째 매출액이 감소했고, 결국에는 폐관 결정을 내려야 할 임계점에 도달하고 만 것이다. 다음달 그랜드백화점 일산점 영업 종료와 함께 ㈜베뉴지는 기업의 출발점이었던 유통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일각에서는 폐관에 대한 고민이 그랜드백화점만의 것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롯데백화점이나 현대백화점 등 일산에 자리하고 있는 대기업 백화점들 역시 매출부진으로 인한 경영 압박이 수년째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야를 전국으로 넓혀보면 이런 경향은 더욱 분명히 감지된다.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 말 마산점 운영을 종료했고, 향후 2~3년에 걸쳐 매출 하위권 점포 10여곳을 추가로 폐점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랜드백화점 일산점 벽에 붙은 ‘고별전’이라는 글씨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유통업계 전반이 건네는 인사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롯데백화점 일산점. [출저=롯데백화점 홈페이지]
㈜베뉴지, 새로운 명소 탄생 예고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이 ‘백화점’이라는 간판을 내리고 나면 어떻게 달라질까. 일단 건물 안팎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 한 후 ‘베뉴지 1995’(가칭)라는 새로운 네이밍을 할 계획이다. 1995는 준공된 연도에서 따온 이름으로, 일산신도시 초기부터 함께해 온 건물이라는 자부심을 드러내려 한 것 같다.
새단장한 건물에는 ㈜베뉴지의 주력 업종 중 하나인 웨딩홀이 문을 열게 된다. 3개 관이 갖춰지는 웨딩홀에는 연회장 2개 층과 관련 시설들이 함께 들어온다. 또한 지하에는 식품을 중심으로 한 할인마트, 1~3층에는 피트니스센터를 비롯해 건물과 어울리는 매장들을 새롭게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베뉴지 관계자는 “인허가 절차를 밟은 후 올해 안에 리뉴얼 공사에 착공해 내년 하반기에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규모와 시설 면에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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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dBye 그랜드백화점 일산점.. 이웃과 함께 29년, 역사 속으로.. / 3월 9일까지 ‘고별전’.. 앞으로의 계획은? ⧫ 《고양신문 뉴스택배 ep.347》 - YouTube
3호선 주엽역과 바로 이어지는 지하 연결통로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