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에서 또 하나 특기할 것은 초원을 나는 매와 수리들이 많다는 것이다. 큰
것은 독수리거니와 작은 것들은 새매나 매이다. 칭기즈칸도 매를 데리고 다니면서
사냥을 즐겼다니 매사냥은 몽골이 원조이려나. 매에 관한 속담이 우리에게도 많았으니
그만큼 전에는 친숙한 새들이었다. 그런데 몽골 매는 송골매였다.
“매를 솔개로 보나.” 서로 비슷하면서도 엄연히 다르다는 말이 된다. 본 뜻은 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비유이지만 그 속에는 솔개(鳶)가 매(鷹)랑 흡사하여도 매의 사냥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난다는 뜻이겠다. 자연과 떨어져 사는 지금의 도회인에게는 송골매나
솔개와 수리를 구별하기가 어렵다. 옛날에도 서로 닮아서 종종 혼동하였고 이름도
혼용하는 경우가 있었을 정도이다.
수리는 독수리, 검독수리, 참수리와 같은 아종(亞種)을 포함하는 종(種)의 명칭이다.
솔개는 수릿과에 속하고 매는 맷과로 아예 다르게 분류한다. 그러니까 매와 수리는
서로 종류가 달라서 상호 잡종번식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솔개와 독수리는 잡종번식
이 가능할지도 모르는 게 아종이 되니까.
수리는 흔히 말하는 독수리라는 것들의 종류 를 포괄하는 것이고 솔개 역시 수릿과에 속하는 새이다. 그런데 솔개가 독수리보다는 작아서 매로 혼동하기 쉽고 새매라고도 불렀다. 매보다는 훨씬 커서 매와는 다른 종족이다. 송골매는 매 중의 한 지파인데 그 이름의 공통점 때문에 여기 들고 나왔다.
매(hawk)를 영어로 팰콘(falcon)이라고도 하는 것은 라틴어에서 온(falco) 낫이란 것
때문이다. 날개 편 모양이 낫처럼 보였던 게지. 매는 편 날개 길이가 30-35cm 정도
이나 솔개는 그보다 15센티미터나 더 길다. 솔개가 커도 매보다 월등히 온순하고, 공중
에서 오래 맴도는 것도 특징이다.
‘솔개 까치집 뺏듯’ 한다는 속담에서는 그렇게 순하기만 한 건 아니잖아. 솔개도 오래
면 꿩을 잡는다는 표현으로 본다면 그래도 아주 날래지는 못한 것 같다. 솔개 어물전
돌듯 한다는 것은 또 쉬운 포획물을 노렸음을 암시한다. 솔개는 실상 죽은 동물이 아니
라면고작 개구리나 어패류, 병아리 정도의 쉬운 사냥감을 취한다니까.
그러나 매는 매섭게 사냥을 잘한다. 매가 표적물을 포획하러 상공으로부터 내리 꽂힐
때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새가 되어서 시속 200km가 된다니 말이다. 슬기롭게도 하강
의 중력을 이용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매에 관한 속담은 달랐다. ‘매 꿩 찬 듯’이란 사납게 암상이 나서 몸을 떠는
모양을 비유할 때 표현하는데 그만큼 매섭다는 뜻이겠지. ‘매 앞에 뜬 꿩 같다’는 말은
막다른 위기의 신세를 은유하여 사냥을 잘 한다는 간접적 암시가 아닌가. 매가 솔개보
다 작다고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되겠네.
매부리코는 매 부리 보는데 익숙했기 때문에 그렇게 식별하게 되었을 것이다. 정치세
상에서 강경파를 매파(鷹派)라고도 한다. 맹금류의 매서운 매의 이미지 때문이니 매가
매우 인간과 가까이 있었음을 반증한다.
내가 놀란 건 매의 몽골말이 ‘송고르(sonqor)’였다는 것이다. 이것을 한자로 표기할
때 송골(松鶻)이 되었으니 소나무와는 아무 관련이 없이 소리만 그렇게 적었을 뿐이다. 한자의 매라는 표현은 응(鷹)이 있었지만 몽골의 송고르를 표음 표기할 때 중국발음의 '구'(鶻), 우리의 ‘골’자를 붙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옛글에는 숑골이라고 적혀있다. 이는 몽고말을 기준으로 했다는 뜻이 아니라 알타이어 종족의 변음들이라는 말이다.
몽골대륙과 주변으로 퍼진 사람들과 만주지방과 한반도로 그렇게 연결되었을 것이기 때
문이다. 우리말이 몽골어랑 이렇게 고리가 연결되어있어 한 발자국 친밀하게 다가서게
된다.
송골매는 한자화한 표현이 우리 어감 상 토씨 붙이듯이 매를 보태야 확실하게 되어서
였을 것이다. 마치 ‘초가집’과 같이 빌려온 한자 표현 때문이다. ‘송고리’가 발음상 자
연스러워 우리 일각에선 그렇게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니 실상은 본래의 음에 가까운 셈
이다. 독특한 우리말은 매이다.
골매도 송골매의 준말이며 그 외의 해동청(海東靑)과 해청(海靑)이라고도 한 것은 바닷
가 산벼랑에 살았기 때문이다. 약간 푸른빛이 도는 회색이라 그렇게푸를 청자를 붙였겠
지. 해청을 우리 식으로 어미를 만들어서 ‘해청이’라고도 했다. 각응(角鷹)과 신우(迅羽
)도 중국 식 한자이다.
세상에 알려진 바로는 37종의 매가 있다지만 우리의 매 종류에는 바다매, 쇠황조롱이,
황조롱이, 말똥가리(buzzard) 같은 여덟가지가 있다고 한다. 독수리에 비해 훨씬 작지
만 부리와 발톱이 갈고리 모양으로 날카로워 다른 새들도 잡아먹는다. 일찍부터 어릴
제 잡아다가 사람이 사냥용으로 사육했다.
매도 독수리처럼 우리는 천연기념물로 보호한다. 황조롱이는 몸길이가 한 자가 넘고
배 쪽에 담갈색에 검은 세로무늬가 있어 그 색깔 때문에 황색의 조롱이라고 했겠다. 조
롱이(sparrow hawk)는 작은 수리로서 수릿과에 속하지만 그 크기가 매처럼 작고, 길들여
사냥매로 이용했기 때문에 매로 생각해 온 모양이다.
우리 바닷가나 산에서 살고 온대의 남쪽과 아열대에서 겨울을 보내는 철새 매도 있단다
. 그것이 황조롱이와 흡사하면서 좀 더 작은 쇠황조롱이다.
작요(雀繇)라고도 하는 ‘새매’도 실상은 수릿과에 속하지만 매와 혼용하여 부른 이름이
었다. 산에 사는 새매를 훈련시키면 산지니(山陣), 해를 묵었다고 재지니(再陳), 손으로
길들여서 수지니(手陳)라 했다. 매와 한통속인 황조롱이(kestrel)를 우리가 도롱태라 했
음도 사실 몽골어의 투림타이(turimtai)와 같은 어원이다.
또 익더귀는 새매의 암컷인데 몽골어의 이터구(itelgü)와 비슷하며 토골(土鶻)이라고도
하면서 옛날에는 토끼 잡는데 길들여 사용했던 매였다. 새매의 수컷은 난추니, 혹은 아
골(鴉鶻)로 몽골어의 나친(nacin)이와 흡사하니 나친이, 난추니가 같은 어원임에 틀림없
다.
“매가 꿩을 잡아 주고 싶어 잡아 주나.” 마지못해 부림당하는 처지의 비유나 그렇게
매를 사냥에 흔히 활용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칭기즈칸도 요즘 애완용 동물 기르듯이
애응(愛鷹)이 따로 있어서 어깨나 팔뚝에 올려 앉히고는 사냥을 했었다. 무엇보다 우리
매 이름이 몽골의 것과 이토록 여러 개가 흡사하다는 사실이 나를 흥미롭게 했다.
아무래도 몽골은 언어민족으로 치자면 우리의 사촌은 될 것 같지 않나?
몽골매가 송골매라 하듯이.
첫댓글 좋은자료 감사히 읽고 갑니다... 새해에는 하시는 일마다 형통하십시요...
감사합니다. 새해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다음에는 북방의 유적탐사기도 좀...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