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가게문을 닫고 8시 59분 영등포에서 정읍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고향가는 길은 언제나 설레여 어김없이 잠을 설친다.
제작년 봄에 가 보고 이제가니 벌써 2년 반 가까이 흐른 시간이다.
낯가림이 심한 내게 걸려온 그리고 항상님의 전화 목소리,
단번에 말을 놓아버린 그 목소리에 나도 무장해제되어,
물에 풀어진 해초같았다.
고향의 맛 같이 푸근하게 대하시는 그리고 항상님이
내 손보다 더 여리고 작은 손으로 내 손을 꽉 쥐어 주신다.
마음도 행동도 말씨도 일시에 다 녹여내버리는 그 무엇이
우리들, 특히 고창 사람들에게는 있는가보다.
수원에서 아멘님을 접속하고,
우리는 이런 저런 얘기로 고창 사랑하기에 하나임을 확인했다.
연이은 태풍으로 들에 상흔은 역력하지만,
들녘은 어김없이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가을이 익어가고 있었다.
12시 10분 경에 정읍역에 도착하여 마중나와주신 김동규 선생님을 만났다.
역시 멋쟁이는 어딘가 티가 난다.
내가 입으면 아무렇게 입은 것 같았을 청바지에 티 차림이
어찌나 멋스러운지, 고창의 멋쟁이가 분명하시다.
정읍을 지나 흥덕이라는 곳, 그곳에서 장천 선생님을 모시고
곧장 선운산으로 향했다.
초입부터 많은 행렬로 붐비고 있었다.
역시 고창을 대표하는 선운산 다운 면모였다.
방장산 뽕딱지님의 마스코트인 밀짚모자와 흰고무신 거기에
썬그라스까지 그날도 잊지 않고 챙겨 오셨다.
꾸미지 않은 너털한 웃음이 좋다.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했던 터라 배도 더부룩한데
고향식당에서 산채 비빔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선운사로
들어갔다.
꽃무릇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현수막과 공연 리허설로 시끌벅적한
경내 한 쪽 꽃무릇 시화전과 시상식장이 오롯이 준비되어 있었다.
반가운 몇 분들이 행사 준비에 분주했다.
간단한 인사를 뒤로하고 꽃무릇 구경에 나섰다.
지천으로 깔린 상사화가 붉게붉게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나만 보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희나리져 이미 지고 있는 꽃잎도 꽃술만은 똑바로 뻗고 있었다.
맘껏 안아주고, 따뜻한 말 한 마디 하지 못하던
너를 원망했다고 눈을 치껴 뜨고 있었다.
상사화 상사화, 그 옆에서 나도 붉어지고 있었다.
서로 찍고 찍히며 오른 장사송 아래서 내 키를 가늠했다.
오랜 세월을 견딘 그 소나무가 언제나 건제하기를....그래서
내가 육십이 되고 칠십이 되고 아니 더더 오래오래 있다 찾아와도
반겨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막걸리 한 잔과 파전에 도토리묵, 먹어도 먹어도 왜 그리 잘 먹히는지.
나잇살이 붙어선지, 아니면 아줌마의 저력이 나오는지
쉼 없이 먹는다.
그렇게 선운산에서의 한 나절이 흘렀다.
모든 분들과의 아쉬운 작별,
사적인 일로 기차를 함께 타지 못하고 뒤로했지만,
9월 22일의 하루가 꿈처럼 흘러서 지금도 날 붙잡고 있다.
7시 30분 고창 터미널에서 전주행으로 갈아탔다.
어둠이 스물스물 기어드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점령해버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밖을 놓칠새라 쳐다보고 있다.
늘 자유이기를 꿈꾸지만, 한 번도 자유로워 본 적 없던 시간들,
오늘은 맘껏 자유해져서,
지난날을 돌아보고, 꿈을 짚어보고, 고향에 젖어보고,
이렇게 혼자가 되었다.
전주에서 10시 10분 막차를 탔다.
인천으로 돌아오는 내내,
어두운 고속버스 안에서 잠들 수 없었다.
무엇으로부터, 어딘가로부터, 자꾸자꾸 나를 눈뜨게하는 그 무엇.....
나를 있게 한 것.....그 것.....자꾸자꾸 가슴이 울렁인다.
고창을 다녀오면.....
그리고 항상님, 좋은 나무님, 김동규님, 방장산 뽕딱지님, 장천님, 그리고
유영숙님 감사합니다.
방장산 뽕대기 오라버니 그 날, 잘 마시고 먹었습니다.
모든분들 행복하세요.
첫댓글 그리고 그리고...난 아무말도..전하지못했다.ㅎ
잘들어갔구만...오는 내내 못다한 말이
우리곁에 맴돌더라구...함께여서 좋았어 민채님.
언니도 또 고창구경 가셨구나..ㅎ
제가 더 좋았죠. 낑가주셔서 감사해요.
ㅁ ㅏ음으로 함께 하구,,,ㅋㅋ
전 20년을 고창에 살았어도 꽃무릇이 뭔지도 모르고 학창시절을 보냈는데
요샌 그리 유명해져서 축제까지..언젠가 한번 보고싶어요.
나이들어도 갈수있는 곳이기에 조바심내지 않으렵니다.
가온님아 나 ...그날 특상 탓어야...ㅎㅎ
아..뭘로요?노래로?춤으로?시로?ㅎㅎ
사실 저도 고창 살때는 꽃무릇이 뭔지도 몰랐어요.
나와보니까 유명하더라구요
시로요....
꽃무릇이 그렇케 유명짜한거 몰랐던 사라 여그도한넘있구만여..
아직도 무늬만 고창인쪽이 더 가찹기도,,
좋은나무님 특상 축하 박수부대라도 모집해 갔어야 하는데..
몇년전엔 일부러 축제에 맞춰 가보기도 했었는데 백수인 지금이 더 바쁜..
그때는 몇개 안피었어~~ㅋㅋ
90년대 넘어서 가꾼 것이양~~~!@!
멋을 아느 진짜 멋쟁이들 축하해요 .특별상 박 순 영 ~~경사로구만 짝짝짝.
네, 짝짝짝, 어느 시 보다도 뛰어났어요.
당일 여행이라 좀 피곤했을 것 같구나
ㅎ 기차를 타 본지가 하도 오래 되어 덜컥 겁나고 무서웠당게~^^
아멘이 갈켜준 전화번호로 통화연결~얼마나 반갑고 고맙고 기뻤다구~^^
보통 우리 나이때 아낙들은 조금은 수다스럽기 마련인데
참 차분하고~참한 인상의 민채,아멘과의 세시간 가량의 기차여행이 얼마나 찰 지던지^^
(빗변에 서다)詩集까지 챙기고~^^
좋은추억 될것 같아
다음에 또 이런 기회 만들어 보자꾸나 ~ 추석 자알 쇠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참하게 보이는 건 겉모습 뿐....사실 덜렁이랍니다 ㅎㅎ.
추석 잘 보내시고, 다음에 또 뵈요.
빗변에 서 보게요^^*
빗변이라...?
비탈길에 선... 중년의 위긴가요 ..??
빗변에 서면 나 잡아줘야돼요. 아셨지요잉?
아니 상타러 수원서 역까지 왔었단 말위쥐~~~~~낵아 죽어야 할랑갑따!~~~가믐에 태풍에....정신 읎따보니...영아야, 수상을 축하한다.
저는 예의상 이번에 참석 안할수가 없었고요..
당일치기라 선운사에서 한발자욱 못
움직이고 잡혀있다 그대로 올라왔네요.ㅎㅎ
점찍고 갔승게~ㅋㅋ
은제 한번 가실일 끝내고 모태시게요~~~!@!
갈잎지는때요?
낵아 죽어야 할랑갑따!.....
저 정도면 ..성제간 보담 나으요 ~ㅎ
좋은 여행 했네요 ...
나중에 꽃무릇보러 혼자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지금 해 보네요 ^*^
아모대나 오셈!
국화꽃도 지달리고 있어요~~ㅋ
서리랑 함께,,,
암만요. 국화꽃은 서리가 와야 더 멋지당게요.
국화 ~
언지나 나타 날랑가 ....???
아~~~국화님을 기둘리고 계시는군요? 구콰님 어디서 뭐하신다요?
국화가 업승게...
밴또가 벙거치 마냥 도라댕기능거 모루요 ~ㅎㅎ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그려진 하루를 내 못 보고 지나칠 뻔했네 항상님 좋은나무님 민채 그리고 또 다른 고창여인네님들 꽃무릇보다 이쁘셨습니다
와 주셔서 감사했고~기꺼이 동행 해주신~너른 마음씨....무장 무장~~ 화이팅~ㅎㅎ
고향에 가셔서 좋은 벗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군요........ 동규친구가 인천에 서주선 얘기를 안했나보군요^^
인천에 사셨습니까? 김동규 시인님하고 친하신가봐요?
그런데 왜 말씀을 안해주셨을까요? 반갑습니다.
저는 구월동에서 다육이 가게를 하고 있어요. 차 마시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