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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 어른들은 몰라요!】
저자 ; 中天, 주 환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 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 날 위해 노래(축배)를 부르자(올리자).
잘 가시오 잘 있으오
서로 손목 잡고 석별의 정 잊지 못해 눈물 흘리네
이 자리 이 마음을 길이 간직하고
다시 만날 그날 위해 노래(축배)를 부르자(올리자).
※ ‘석별의 정’전문.
때는 21세기의 문턱인 원년, 서울특별시 강남구관할에 있는 ‘미래 고등학교(未來 高等學校)(가명)’ 교정, 임시 졸업식장으로 사용되는 실내운동장 전체를 뒤흔들 정도의 차분하고도 우렁찬 ‘석별의 정’이라는 졸업식노래가 울려 펴지는 가운데, 온풍기가 작동하고는 있었지만 아직은 차디 찬 양력2월이라 졸업식노래를 합창하는 학생들의 입에서는 마치 담배연기 같은 입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졸업을 하는 선배들과 졸업을 기다리는 후배들과 졸업식축하기념을 하기 위해 참석한 학부형과 기관장들의 인파였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입이 얼어붙을 정도의 강추위였다.
졸업식장내 여기저기에서는 간간이 눈물을 훔쳐내는 학생들과 학부형들도 보였고, 만면에 함박웃음이 역역한 학생들과 학부형들도 보였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야 그간의 교정생활에 맺어진 정 때문에 시원섭섭하여 흘리는 눈물이었을 것이고, 함박웃음을 짓는 사람들은 맺어진 정보다는 해방감에 젖어서였을 것이다.
대략 2,000여명에 달하는 졸업식을 하는 학생들 중에는 일명 부촌이라 일컫는 강남땅에서도 그 중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집안의 두 가정의 아들과 딸이 앞줄과 뒷줄에 나란히 앉아 졸업식장 메인 홈 벽면에 부착된 호외 같은 태극기를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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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가 ‘한국 중학교(韓國 中學校)(가명)’ 시절, 남학생은 하氏 가문의 장으로서 고등법원의 판사로 재직 중인 아버지의‘하나로’라는 이름을 가진 아들이고, 여학생은 한氏 가문의 장으로서 서울시 교육청에서 장학사로 재직 중인 아버지의‘한 별’이라는 이름을 가진 딸로서, ‘하나로’와‘한 별’이는 조선팔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둘도 없는 단짝이다.
그들은 같은 학년 친구들에게 질투를 살 정도로, 제아무리 친한 단짝이라지만 학생답지 않게도 성인식을 마친 어엿한 처녀총각의 수준이었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너무 조숙한 아이들을 가리켜 늙은 애라고 했던가!’좌우지간 중학(中學) 2년 들꽃들이 만개하는 어느 봄날, ‘딩동~딩동~’, ‘벌써 한별이가 왔나?’ ‘하나로’는 둘도 없는 단짝인 ‘한 별’이를 집으로 초대를 한 모양이었다.
하나로; “누구세요?”
한 별; “어어~ 나로니, 별이야. 들어가도 되니?”
하나로; “어 그래, 문 열어 줄게 얼른 들어와.”
한 별; “응 알았어.”
별이는 대문이 열리자마자 버선발로 낭군을 맞듯, 크고 작은 관상수가 숲을 이룬 정원사이로 나 있는 약간 경사진 돌계단을 한달음에 오르면서도 생전 처음으로 방문해 보는 나로네 집의 전경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으미~ 기죽어, 굉장한 걸!’말이 정원일 뿐 작은 수목원이라 해도 헛되지 않으리만큼 200Cm자리 실외운동장의 반이 훨씬 넘을 정도였다. 어느새 거실로 들어선 모양인지.
하나로; “어서와.”
한 별; “으응~”
하나로; “뭘 그렇게 정신없이 내다보냐?”
한 별; “어어?”
하나로; “귀신에 홀린 사람 같아서!”
한 별; “으음 아무것도 아니야.”
하나로; “아니긴 지금도 넋이 나갔는걸.”
한 별; “아이 참네, 별걸 다 신경 쓴다. 뭐 마실 거 좀 안줄래?”
하나로; “응 그래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
한 별; “와~ 빠르기도 해라, 체리쥬스네.”
하나로; “응, 엄마가 하루에 한번 씩 메뉴를 바꿔가며 타 놓으시거든. 시원하지?”
한 별; “응~, 그런데 너네집 오금이 저려 못 들어오겠다, 뭐!”
하나로; “아니 왜?”
한 별; “물론 나도 꾀나 사는 집 딸내미지만, 이렇게 큰 집엔 처음이다 얘, 그리고 사실 숨 막힐 것 같다!”
하나로; “숨이 막히다니?”
한 별; “집이 너무 크고도 화려해서 걸음도 제대로 못 내딛겠다는 말이다 뭐, 이제 알아들었니?”
하나로; “별걸 다 신경 쓰고 그런다, 괜찮아 어디 못 올 곳 왔니?”
한 별; “그건 아니지만, 동서남북으로 백 미터는 족히 되겠다 얘, 사실 숨이 막힌다기보다는 기가 죽어 주륙이 다 든다 뭐!”
하나로; “괜찮다는데도 그런다, 별이 너네 집도 잘살잖니?”
한 별; “하지만 서도 너네 집에 비하면 반에 반 정도 밖에는 안된다 얘.”
하나로; “하하~, 어디 크고 작은 것으로 잘살고 못산다든?”
한 별; “그럼 뭐로 재냐?”
하나로; “껍데기보다는 알맹이가 중요한 거 아니니, 사실 우리 집은 거죽만 클 뿐 빚더미에 올라 앉은 집이야, 어쩌면 너네보다 가난한지도 몰라.”
한 별; “그런가, 그렇지만 이렇게 큰 집을 보고 부러워하지 않을 사람 어디 있겠니 얘,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우리 집도 빚더미에 올라앉았어 얘.”
하나로; “하긴, 따지고 보면 순수 재산만으로 부자소리 듣는 집 어디 그리 흔하겠어, 따지고 보면 다 은행 빚 아니면 사채 빚이지 부자소리 듣는 게 다반수가 아니지 싶기도 해!”
한 별; “오매 벌써 저녁놀이 지네, 나로야 나 얼른 집에 가봐야겠다, 아버지 들어오시면 눈감고 손들고 있어야 한단 말이야.”
하나로; “핫하~ 하하하~, 벌칙 치곤 너무 재밌는 벌칙이다!”
한 별; “놀리지 마 얘, 암튼 나 이만 갈게, 쥬스 잘 마셨고 내일 학교에서 보자 나로야.”
하나로; “응 그래, 늦지 않게 어서 가.”
한 별; “응 그래,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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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년 후, 그들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느새 ‘미래 고등학교(未來 高等學校)’도 나란히 졸업하였다. 그리고 비 내리고 눈 내리고 비 내리고 눈 내리고 비 내린 후 방년 갓 스물이 되어 있었다. 그해 오곡백과(五穀百果)가 익어갈 무렵, ‘딩동~딩동~’, ‘한 별’이네 집에 초인종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한별이 어머니; “나로구나, 어서 오너라.”
하나로;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지요?”
한별이 어머니; “어 그래, 일이라면 한별이가 일이라면 일이지!”
하나로; “네에~.”
한별이 어머니; “얘~ 별이야, 한별아?”
‘?’
한별이 어머니; “아니 얘가 낮잠을 자나, 얘 한별아 나로가 왔구나, 어서 나와 보렴.”
한별이 아버지; “뭐, 나로가 왔다고?”
하나로; “네, 안녕하셨어요?”
한별이 아버지; “어~ 안녕하네, 어서 오게 나로군.”
순간, 정말로 낮잠이라도 잔 모양인지, 2층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별이의 모습은 어디 아픈 아이처럼 게슴츠레하게 보였다.
한 별; “언제 왔어?”
한별이 아버지; “머리 좀 빗고 내려오지 않고, 다 자란 숙녀가 그게 머람?”
한 별; “제가 뭐 어때서요?”
한별이 어머니; “어머 쟤 좀 봐, 어서 거울이나 보렴, 까치가 제집인 줄 알고 날아들겠다, 얘.”
한 별; “까치집은 무슨, 집에 있으면 다 그렇지 뭐, 창피하게시리 괜히 엄마는!”
한별이 아버지; “저~ 저런 가시나 좀 보게, 그 꼴을 보고 어느 머슴아가 사랑한다고 하겠냐?”
한 별; “아버지~, 저 아직 스무 살밖에 안 되었다고요, 그리고 시집가려면 아직도 까마득한데, 저 놀려먹기로 작정하셨어요?”
한별이 어머니; “어머머, 어머머 쟤 말하는 것 좀 봐, 아버지 말씀하시는데, 어디 대들어 대들기를.”
한 별; “어~엄마~.”
한별이 어머니; “왜, 뭐 못할 말 했냐 엄마가?”
한 별; “나로도 와 있는데 너무 심하시잖아요, 그리고 제발 집에 있을 때만이라도 내 모습 그대로 놔 둘 수는 없으세요?”
한별이 아버지; “그래, 나로도 와 있으니 그만 하구려 여보.”
한별이 어머니; “알았어요, 아참 나로야 미안하구나, 모처럼 놀러왔는데?”
하나로; “아니요, 괜찮습니다. 이마만 반지르르한 여학생들보다는 솔직하고 정감이 있어 좋은데요, 전.”
한별이 아버지; “그래그래, 좋게 봐주니 오히려 고맙네, 사실 겉만 반지르르한 아이들 실상은 말이야, 집에 가보면 더 지저분하다더군.”
한별이 어머니; “그걸 당신이 어찌 알아요?”
한별이 아버지; “어찌 알긴, 직장 동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그렀더군.”
한별이 어머니; “그이들은 직장에서 아들딸 흉이나 보는 가보군요!”
한별이 아버지; “그만, 그만해 두지. 별이 기분보다 나로가 더 상하겠어!”
하나로; “괜찮습니다, 그리고 두 분 싸우시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데요!”
한별이 아버지; “그런가, 나로군?”
한 별; “그렇게 이해해주니 다행이다 얘, 사실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보통적인 대화이지.”
한별이 아버지; “이제 보니 기분 상하진 않은 모양이구나, 별아?”
한 별; “처음도 아닌데요 뭐, 헤헤~.”
한별이 아버지; “나로군?”
하나로; “네?”
한별이 아버지; “그럼 하던 이야기 계속 이어볼까, 그래도 좋겠지?”
하나로; “저는 아무래도 좋으니 하시던 말씀 계속하시죠, 사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한별이 아버지; “하하~ 얻을 게 있다니 신명나는 걸, 아무튼 그러지 그럼.”
한 별; “커피 타다 드려요 아버지?”
한별이 아버지; “어 그래 좋지, 나로군도 한 잔 하려는가?”
하나로; “네 사실 입술이 좀 말랐거든요!”
한 별; “나로 너도 프림 설탕 다 넣지?”
하나로; “응 그래.”
한별이 아버지; “나로군?”
하나로; “네?”
한별이 아버지; “살림 못하는 여자를 왜 뱀에 비유하는지 알겠나?”
하나로;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왜서죠?”
한별이 아버지; “포유류나 초식동물은 새끼를 낳으면 새끼가 걸쳤던 탯줄까지 깨끗하게 먹어치우지.”
하나로; “그런데요?”
한별이 아버지; “네 발 달린 동물은 탯줄을 먹고, 날개 달린 조류는 새기가 깨고 나온 알의 껍데기를 먹어 치운다네.”
하나로; “그건 왜서죠?”
한별이 아버지;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려는 것이지, 이를테면 새끼의 흔적을 없애려는 것이기도 하고, 더 자세히 말한다면 새끼의 냄새를 제거한다고나 할까, 피 냄새 말이야.”
하나로; “네에~ 그렇기도 하겠는데요, 그런데 새의 알껍데기엔 영양분이 많다는 말도 있던데요?”
한별이 아버지; “어 그래, 그런 이야기도 있기는 하지만, 새끼가 그 영양분을 다 흡수했을 것인데 무슨 영양분이 그리 많겠어, 영양분이 아니라 소화기능에 도움을 준다고나 할까, 아니 그냥 내 생각일 뿐이네, 호랑이나 사자가 소화를 시키기 위해 풀을 뜯어 먹는 것처럼 말이야, 고양이가 풀 뜯어 먹는다는 말 들어 보았나?”
하나로; “네, 과학시간에 배우긴 했습니다만, 아참 아까 살림 못하는 여자를 뱀에 비유한다는 말씀은ㆍㆍㆍㆍㆍㆍ,”
한별이 아버지; “아 그랬지, 사실 그 말을 하려고 이렇게 길게 이야길 한 걸세.”
하나로; “네에~.”
한별이 아버지; “모든 생명체는 철따라 옷을 갈아입지, 동물들의 털갈이 하는 것도 옷을 갈아입는 것이지.”
하나로; “네에~ 말씀 듣고 보니 맞는 말씀인 것 같은 걸요!”
한별이 아버지; “같은 게 아니라 맞는 말이지, 거 왜 뱀이 못 갈아입는다는 말 들어 보았나?”
하나로; “허물 벗는 것을 두고 말씀하시는 가요?”
한별이 아버지; “그렇지, 그런데 말이야.”
하나로; “네?”
한별이 아버지; “네발 달린 짐승이나 날개 달린 짐승들은 모두 다 자신의 핏줄인 새끼들을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피 냄새까지 없애는 치밀함을 보이지만, 뱀은 자신의 허물을 없앨 줄 모른다네.”
하나로; “네에~.”
한별이 아버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는가, 나로군?”
하나로; “글쎄요, 잘은 모르겠지만 뱀의 생리가 아닐까요?”
한별이 아버지; “물론 맞는 말이야, 그런데 왜 그런가가 문제이지.”
하나로; “문제라시면?”
한별이 아버지; “생각해 보게나, 뱀의 속성은 한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습성을 지녔다네.”
하나로; “네에~, 그런데요?”
한별이 아버지; “그러다 보니 스스로 허물을 갈무리 못하는 거라네, 그래서 여기저기 지저분하다네, 정리를 할 줄 모른다는 말이지.”
하나로; “네에~, 그렇긴 하지만 한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습성이야 어디 뱀뿐인가요, 제비나 개미 역시도 그렇잖아요!”
한별이 아버지; “어 그래 자네 말 잘했네, 아참 그보단 어찌 그리 잘 아는가?”
하나로; “웬걸요, 초등학교를 시골에서 보냈으니 그 정도 상식은 당연한 게 아닌지요?”
한별이 아버지; “그렇긴 하겠네, 쉽게 보는 현상들이었을 테니까!”
하나로; “네에 맞습니다.”
한별이 아버지; “암튼 스스로 벗은 허물을 갈무리 못하고 여기저기 너저분하게 널어놓고 다니는 뱀이 그러한 것처럼, 살림 못하는 여자들 역시 가만히 보면 벗은 옷 치우지도 않고 고스란히 그 자리에 두고 문밖출입을 하지.”
하나로; “후훗~ 그 정도면 같이 살맛이 떨어지겠는 걸요!”
한별이 아버지; “그렇다네, 그래서 여자는 안에서나 밖에서는 가꾸어야 여자인 게지.”
하나로; “하긴 그렇겠네요, 너저분하고 꾀죄죄한 여자들을 보면 젖먹이 적 먹었던 젖까지 거꾸로 역류할 정도니까요!”
한별이 아버지; “하긴 여자만 그런 것은 아니지, 남자 역시도 마찬가지라네.”
하나로; “네에~.”
한별이 아버지; “그러니 너도 나도 신혼살림 몇 년 후면 밖으로만 눈을 돌리게 되니까 말이야!”
하나로; “그렇겠네요, 결국은.”
한 별; “아버지 아직 머셨나요?”
한별이 아버지; “아참, 지금 몇 시나 되었나?”
한 별; “벌써 저녁 여덟신데요 아버지.”
한별이 아버지; “벌써 그리 되었나, 아참 그건 그렇고 별이야?”
한 별; “네 아버지?”
한별이 아버지; “저녁은 어떻게 되었지?”
한 별; “다 되어 가요, 아버지.”
한별이 아버지; “나로군?”
하나로; “네?”
한별이 아버지; “자네 저녁 먹고 가게나.”
하나로; “배려를 물리치면 화내실 것 같아 기꺼이 먹고 가겠습니다.”
한별이 아버지; “괜히 미안하네.”
하나로; “무슨?”
한별이 아버지; “별이 보러 온 것을 내가 시간을 다 잡아 먹었으니 말이네.”
하나로; “아닙니다, 덕분에 별이 얼굴 더 볼 수 있어 좋은 걸요!”
한별이 아버지; “하하하, 이 친구 넉살 하고는!”
한별이 어머니; “별이 아버지 이야기 다 했수?”
한별이 아버지; “다 하긴, 이 친구하고 대화를 하다 보니 시간가는 줄 모르겠는 걸!”
한별이 어머니; “입도 아프지 않은가 보군요?”
한별이 아버지; “어쨌든 나로군 저녁 먹고 가게.”
하나로; “네 그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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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와 ‘한 별’은 중학교시절부터 이어온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해 있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한번은 나로네 집으로 한번은 별이네 집으로 오가며 보일 듯 말뜻 한 밀애를 주고받았다. 주로 둘만의 시간이 많았지만, 그 날은 게슴츠레한 별이 모습이 빌미가 되어, 별이 아버지와 나로 사이에 오고 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암튼 둘은‘미래 고등학교(未來 高等學校)’를 졸업한 이후, ‘우주 대학교(宇宙 大學校)’재학 중이었다. 둘의 사랑을 인정한 양가의 허락에 의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교통(交通)하고 있었다.
별이는 그날따라 아버지에게 빼앗겨버린 나로를 그냥 돌려보내기 아쉬워, 저녁을 먹은 이후, 함께하는 실질적인 시간을 한두 시간 더 가지게 되었다. “나로야, 여태 아버지 말동무가 되었으니, 이번엔 나랑 더 놀다 가라 응?”서로 간 한참동안 피 끊는 몸뚱이였다.
그리고 둘만의 기나 긴 대화가 이어졌다. 물론, 삶에 대한 세상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무엇보다 나로와 별이가 재학 중인 ‘우주 대학교(宇宙 大學校)’에서의 전공은 철학이기도 했다. 한편, 나로는 별이와 무슨 주제를 놓고 대화를 이어갈까 고심하면서 잠시 창밖을 보니 시간이 시간인지라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하나로; “별아?”
한 별; “응, 왜?”
하나로; “우리가 중학교 다니던 어느 해 어느 날인가 내 초대를 받고 우리 집에 와서 우리 집을 본 소감에 대해 토로했던 기억 생각나니?”
한 별; “어 그래, 생각 나.”
하나로;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구나?”
한 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와 나 사인인데 어찌 잊어버리겠어.”
하나로; “하긴.”
한 별; “그건 왜?”
하나로; “아니 그냥 생각이 나서 물어 본 것뿐이야.”
한 별; “풋~ 하하~, 싱겁기는!”
하나로; “별아?”
한 별; “어 왜?”
하나로; “현재 우리 현시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어떻게 보이니?”
하나로; “별아, 혹시 이 노래 아는지 모르겠는데,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방긋 한다는 노래 말이야?”
한 별; “아, 그 노래 그거 옛날 노래 아니니?”
하나로; “그래, 그렇긴 하지만 노랫말은 옛날에 나온 말이지만, 지금 우리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옛날이야기 같지만은 않아!”
한 별; “?”
하나로; “별아, 요즘 우리시대 기러기가족이라는 말이라든가 해바라기가족이라는 말 들어봤니, 기러기 아빠라는 말도 있지만 말이야?”
한 별; “응 그래, 기러기가족이나 기러기 아빠라는 말은 알겠는데, 해바라기가족이라는 말은 처음인데?”
하나로; “그렇겠지, 내가 말하는 해바라기가족이란 삶이 너무 허무하고 별 낙이 없어 그저 허구 헌 날 하늘만 바라본다는 말이야, 말 그대로 해바라기처럼 말이야.”
한 별; “거 말 되네!”
하나로; “그래, 기러기가족이나 기러기 아빠나 해바라기가족이나 다 같은 의미야.”
한 별; “직감적으로 그렇게 생각되네 뭐!”
하나로; “그렇지?”
한 별;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거야?”
하나로; “별이 너의 아버지께 들은 이야기와 다소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 말이야.”
한 별; “그런데?”
하나로; “으응, 전에 한번 이런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한 별; “나로야 답답하게 뜸 들이지 말고 본론부터 말해 봐.”
하나로; “그 성격 급한 건 개도 안주냐, 별아 넌 뜸도 들지 않은 밥 먹는 모양이지?”
한 별; “나 원, 반죽도 맞지 않는 이야길 하고 그래, 지금 나 시비 거는 거지?”
하나로; “핫하~, 미안미안 그런 건 아니야.”
한 별; “그러면 어서 하던 이야기로 들어가시지 왕자님?”
하나로; “응 그래, 마을 공원에서 뛰어노는 초등학교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려.”
한 별; “무슨?”
하나로; “그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 얼굴 하루에 한 번씩 보냐고 물었더니 뭐라 그러는 줄 아니 별아?”
한 별; “뭐라 그러는데?”
하나로; “하루에 몇 번이 아니고, 일주일에 많이 봐야 두세 번이면 많이 본다는 거야,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학교에서 보는 선생님 얼굴이나 학원에 가서 보는 선생님 얼굴을 더 많이 본다는 거야, 엄마 아빠 얼굴보다 말이야.”
한 별; “그거야 이미 다 아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 아닌가?”
하나로; “그렇지, 그렇지만 문제는 똥개도 안 물어갈 엿 같은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제도와 그에 미치는 학부모가 문제라는 말이야.”
한 별; “그건 어제오늘 새삼스러운 이야기 아니잖아 나로야?”
하나로; “맞아.”
한 별; “그런데 뭐가 문제라는 거지?”
하나로; “문제는 학생과 학부모, 다시 말하면 자녀와 부모의 갈등이 문제라는 말이야.”
한 별; “으음~ 그건 그래.”
하나로; “엿 같이 잘못 된 것은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제도보다 더 큰 문제는, 왜? 어째서 부모의 각본에 의해서만 자녀교육을 시키려 하느냐 이 말이야.”
한 별; “그야 다 같은 마음 아닐까, 자녀를 둔 부모 마음 말이야!”
하나로; “물론 그렇긴 하지만 말이야, 적어도 자녀의 의견은 존중해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말이야, 말하는 김에 하는 말인데 별이 너도 알다시피 나는 철학과를 지망했던 것은 아니잖아?”
한 별; “그래 알고 있어 나도.”
하나로; “빌어먹을 나는 사학과를 지망하려 했는데, 우리 아버지께서는 맘에도 없는 철학과를 택하라는 거야, 아니면 집을 나가든 혼자 벌어 다니든 알바 아니라며, 암튼 지구본 위에 그려진 민족과 나라 중에 우리 대한민국처럼 개 같은 경우의 민족과 나라는 더 이상 없을 거야, 선진 국가 중에는 아예 학교라는 교육기관이 무의미할 정도로 가정에서 교육을 이수한다는 나라도 있어, 자연이 교육이라는 말이지.”
한 별; “음~, 그런 이야기 나도 들어 보았어, 공식적인 교육기관에 가지 않아도 어디 조금도 뒤처지거나, 체통과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민족과는 다르게 말이야.”
하나로; “그래 맞는 말이야, 체통과 체면이 사회적 위신이 밥 먹여 준다는 민족과 나라는 우리 민족과 우리 대한민국 밖에는 없을 거다, 정말 개 같은 엿 같은 이상한 나라로 점점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니, 그 학부모의 등살에 기 한번 못 펴보고 자살하는 어린 학생들 어디 한 둘이니?”
한 별; “으음~, 공감하는 말이야.”
하나로; “그건 그렇고, 그 초등학생들의 말인데.”
한 별; “응?”
하나로; “새벽에 학원가는 아이들도 있었고, 반과 후 저녁에 학원가는 학생도 있었는데, 한 결 같이 하는 말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보면 밥상만 차려놓고 직장 나간 엄마와, 언제 갔는지도 알지 못하는 아빠의 얼굴을 어떻게 볼 수 있느냐 하더라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휴대전화로 아침 밥 먹고 학교 갔느냐고 묻는다는 거야.”
한 별; “그야 말로 각본에 의해 움직이는 로봇으로 전락하는 거네!”
하나로; “누가 아니래.”
한 별; “또?”
하나로; “직장문제로 평일에는 부모자녀 간에 얼굴 대면할 시간이 없다고 치자, 헌데 토요일에 학교 갔다 오면 집이 아예 텅텅 비어 있다는 거야, 엄마는 계모임이다 뭐다 하며, 아빠는 야간 낚시다 주말 등산모임이다 뭐다 하며 말이지.”
한 별; “휴~.”
하나로; “웬 한숨이지, 땅 꺼지겠다, 별아?”
한 별; “듣고 보니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로; “그런데, 더욱 머리 아픈 말은 부모는 부모 나름대로 개인적인 생활이 없다 하고, 어린 자녀들은 자녀 나름대로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불만이라는 것이지, 아니 아예 그런 시간이 없다는 말이지!”
한 별; “휴~.”
하나로; “우리 장래가 걱정 되나보지?”
한 별; “으응, 사실 우리가 결혼하여 자녀를 두게 되면 이 문제를 어찌 풀어갈까 싶어.”
하나로; “어디까지나 나 혼자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나는 적어도 유치원에는 보내지 않을 거야, 그리고 학원 역시도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보내지 않을 생각이야, 별이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 별; “그야 나도 찬성이지 가능만 하다면,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가 더 문제이겠지 않겠어?”
하나로; “물론 맞는 말이야, 하지만 아까도 말했지만 부모의 잘못된 편린에 따라 자녀의 의견을 아예 무시하는 일은 없어야 할 거야.”
한 별; “무슨 복안이라도 있는 거야?”
하나로; “그거야 어려울 게 없어.”
한 별; “어찌 하려는데?”
하나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무엇이 꿈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파악하며 그때그때 조금씩 수정해 나가면 될 거야, 아이들도 자라는 과정에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질 테니 말이야, 그런 가운데 최대한 의견을 존중해 주는 방향 말이야.”
한 별; “좋은 생각이지만, 그러다 잘못 되면 어쩌려고?”
하나로; “글쎄 그런 문제도 있을 것이나, 내 생각에는 어릴 때부터 자기 스스로 결정한 문제에 대해서는 끝까지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고를 주입시켜 인지하게끔 하는 거지, 다만 부모는 그에 대한 조언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줄뿐, 이건 하고 저건 해서는 안 된다는 자기중심주의이거나 부모중심주의는 버려야지.”
한 별; “음~, 일단은 좋은 복안이라고 생각되네, 나름대로 말이야!”
하나로; “그래? 암튼 말이야, 현시대 아이들은 우리가 자랄 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정신연령 면에 있어서 성숙도가 너무나도 빨라!”
한 별; “그건 그래, 나도 종종 깜짝깜짝 놀랠 때가 많으니까 말이야!”
하나로; “그리고, 중요한 건 성숙도가 빠른 만큼 선진 미국이나 영국 등등의 나라들처럼 자기 스스로 클 수 있는 완전한 독립심을 어릴 때부터 인도해 주어야 한다고 봐 나는, 그렇게 함으로서 자녀들이나 부모들이나 공히 다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거야, 지금 우리 현실과 같이 앉으나 서나 주야장천으로 바라는 마음대로 되어 주기만을 기대한다면 돌아오는 것은 절망뿐이야, 기대란 하면 하는 만큼의 큰 실망도 동반한다는 것을 알아야지 않을까 해.”
한 별; “좋은 말이야 나로야, 그런데 우리 민족성은 아직도 고리타분한 유교적인 사고가 팽배해져 있는 것이 현실이야, 그리고 겉으로는 진보인 척 개방인 척 해대지만 실상 나타나는 현상은 보수적이거든, 이 말은 무슨 말이냐 하면 개인의사가 존중되지 않는다는 말이지!”
하나로; “맞아, 아직도 꿈도 꾸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곤 하지, 다들 말이야, 그러면서도 일면에는 개인이 누릴 권리를 유린한다고들 하지.”
한 별; “그러게 말이야,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만 서로 존중받는 존경받는 사회가 오려는지 모르겠어, 아직도 우리는 나로 너 말대로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벙긋대듯이, 아침저녁으로 입만 벙긋대는 제비나 개미일지도 몰라, 정말이지 한 지붕 밑에 사을 맞대고 부비며 살면서도 얼굴조차 그릴 수 없는 이상한 현실이 그저 눈물 겨울뿐이네!”
하나로; “암튼 우리 아이 생기면 그렇게 자라도록, 자기 의지대로 자라도록, 그러면서도 자기 일은 스스로 책임지도록 인도하자고 알았지 한별 공주님?”
한 별; “네~, 그렇게 하시자고요 왕자님.”
하나로; “풋~ 하하~, 왕자님이라 들으니 이솝우화 속에서 사는 것 같네요, 공주님!”
한 별; “호호~, 나도 그런데, 히힛~”
하나로; “늦은 시간까지 많은 이야기 나누었으니, 일단은 예서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하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면 다시 나누기로 하자고 한별 하나로 말이야.”
한 별; “후훗~ 호호호~”
하나로; “하하~핫~ 하하하~”
‘하나로’와‘한별이 아버지’, 그리고 ‘하나로’와‘한 별’이가 나눈 깊고도 깊은 수많은 이야기들, 어쩌면 우리 인간은, 아니 우리 대한민국의 모든 자녀와 부모들의 쉽게 풀 수 없는 갈등이요, 쉽게 개혁하기 힘든 면이 아닐까 싶다. 지난 시대 한참 유행했던 ‘발상의 전환’을 스스로 가져오기 전에는 말이다. 그리고 스스로 정신과 사고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말이다.
눈만 뜨면 조석(朝夕)으로 반복되는‘입만 벙긋’대는 ‘석별의 정’을 나누는 이별 아닌 생이별의 21세기의 기나 긴 ‘꿈의 대화’뒤뜰에는 지난 어느 시절 유행했던 ‘어른들은 몰라요’가 지축을 뒤흔든다.
♥♥♥♥♥ 끝 ♥♥♥♥♥
첫댓글 시인님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감사합니다..
한참 읽어 내려왔네요...시인님 건안건필 하세요..감사드립니다.....
이별은 새로운 시작이고 도전이고 삶이 변화되어가는 과정이지요..만남이 있기에 또 이별이 그리 슬픔만은 아니구요....좋은글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