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po9paiExA8E?si=mcdqULeQbtkBBfBA
▲듣는 대순회보는 여기에서▲
교무부 강대성
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우선 성격이 원만하지 못하거나 까다로운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공박(攻駁: 남의 잘못을 따지고 공격함)을 받는다는 뜻이다. 다음으로는 능력이 너무 뛰어나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남에게 시기를 받기 쉽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전자의 모남은 자신의 성격이 원만하지 못함에 대한 것임으로 그 모남을 보완하고 다듬어야 할 주체는 자신이 된다. 후자의 모남은 누군가의 뛰어난 능력에 대한 상대방의 미움을 표현한 것이므로 이 자체만 놓고 본다면 능력이 있는 당사자보다 그를 바라보는 타인의 마음에 문제가 있는 듯이 보인다. 사실 후자의 모남인 뛰어난 능력 자체는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모남과 관련하여 문득 어느 드라마의 인상적인 대사가 있어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두루뭉술한 것은 재미없다. 오히려 모난 돌은 세상이랑 부딪히면서 점점 자기 모양새를 찾아간다. 자기의 철학, 자기의 신념을 담아서 말이다.” 여기서 말한 모난 돌의 그 ‘모남’은 ‘자기의 철학과 신념’으로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는 자기중심적인 아집(我執)이 아니라 기존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창의성과 독창성이 가미된 철학과 신념을 담고 있는 상징적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모남은 남다른 능력으로서 때때로 타인으로부터 미움이나 시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끝내 자신의 목적을 이룬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모나다는 말과 유사한 말로 ‘두드러지다’ 또는 ‘두각을 나타내다’라는 의미가 있다. 모난 돌 자체가 뭔가 툭 튀어나온 모양이다. 이처럼 모난 돌의 그 모남, 곧 두드러짐이 누군가의 창의성과 독창성으로 나타나면 상황에 따라 남들과 다른 쓸모 있는 능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다른 누군가의 고정관념, 선입견 등의 부정적 시선으로 인해 그 ‘모남’은 쓸모없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자칫 그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여 그가 속한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지 못할 수 있다. 이때 본인과 공동체 모두에 손해가 되어 상생을 이룰 수 없다. 그러므로 사람이나 일을 대할 때 기존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하고 넓은 시각에서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례로 일본의 벤처기업의 선구자로 유명한 호리바 마사와(1924~2015)의 일화를 소개해 본다. “모난 돌이 되어라.”라는 말로 직장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그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어느 땐가 국가기관에서 요청한 연구과제를 그가 거절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 직원이 그의 결정을 거슬러 신제품 개발을 위해 호흡을 측정하고 심폐기능을 검사하는 의료기술을 응용하여 배기가스를 측정하는 기계 연구를 무단으로 추진하였다. 그래서 호리바 마사와는 격노하여 그에게 경위서를 쓰라고 하였는데 오히려 그 직원은 당당하게 몇 대가 팔리고 있으니 화내지 말라고 하였다는 것이다. 이 모난 돌 같은 인재가 개발한 배기가스 측정기는 그 후 회사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주력 상품이 되었고, 나중에 그는 호리바제작소의 사장이 되었다고 한다.01
위의 사례처럼 마사와의 그 직원은 모난 돌이다. 하지만 그가 사장의 결정에 얽매여 일을 추진하지 못했다면 과연 신제품을 개발하여 회사 매출의 증대에 이바지할 수 있었을까? 물론 올바르고 합리적인 사고를 통한 판단 없이 임의대로 일을 추진하는 무모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루하거나 편협한 시각에 의해 획일적으로 평가받는다면 개개인의 창의적 역량은 빛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호리바제작소의 사원처럼 타인과 다른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바탕으로 한 창의성과 독창성이 언뜻 모남으로 보일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선 장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모남’과 관련하여 예전에 읽었던 도전님 훈시 중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것은 토론할 때 누군가 “아무리 엉뚱한 얘기를 하더라도 비웃거나 비방을 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한 가지도 소홀한 것이 있을 수 없으며 버릴 것이 없는 것입니다.”02 라는 말씀이다. 누군가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의견이 듣는 사람 입장에선 엉뚱하고 모나게 들릴 수 있기에 그 의견에 대해 비웃거나 비방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의 훈시 말씀처럼 어떠한 견해라도 어떻게 쓰임이 될지 모르는 것이다. 도전님께선 “서로가 존중하고 공경하는 것, 그것이 해원상생이다”03라고 하셨다. 이처럼 ‘모남’으로 비칠 수 있는 개개인의 생각을 해원상생의 수도적인 측면에서 존중하고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모남’은 사물에 있어서 유용함을 뜻하기도 한다. 모난 돌은 실생활에 효과적인 쓰임이 있다. 돌이 모가 났기에 바람을 막아주는 울타리 담장도 지을 수 있다. 혹은 전쟁 시 모난 돌로 거대한 성벽을 쌓아 적으로부터 침입이 쉽지 않게 한다. 그리고 집을 지을 때 기초를 단단하게 해주는 주춧돌이 바로 모난 돌이다.
지금까지 모난 돌은 주로 남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거나 능력이 뛰어나 두각을 나타내어 미움이나 시기의 원인도 되는 상극적인 의미에 가깝게 느껴져 왔다. 말이란 시대의 문화에 따라 그 의미가 변하기도 한다. 일례로 예전엔 일 잘하는 사람은 근면, 성실하여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되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갈수록 창의성과 독창성이란 모남을 겸비하여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사람이나 사물의 가치가 변하듯이 말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 의미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모난 돌이란 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모난 돌이 그동안 주로 부정적 의미로 인식해왔지만, 긍정적 의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모난 돌이란 말속에 담고 있는 그동안 간과해 왔던 가치에 대해 상생적으로 새롭게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