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급증하는 의료급여 재정을 억제하기 위해 본격적인 절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장기 입원자 관리, 외래 이용자 집중 모니터링, 퇴원 유도, 부당이득 징수 강화 등 다방면의 조치가 시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 최근 3년간 100억원이 넘는 진료비 절감 효과를 거뒀다. 보건복지부 평가에서 재정관리 우수 지자체로 선정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급여 정책의 본질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약자에게 최소한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복지 제도이며, 의료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최근 울산시는 전국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의료급여 수급자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재정 부담’이 아니라, 그만큼 울산 시민 중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시의 의료급여 관리 강화가 ‘절감’ 일변도의 정책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예컨대 장기 입원자의 퇴원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수급자가 자의에 반해 병원을 떠나야 하거나, 가정으로 돌아갔으나 적절한 지역사회 돌봄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방치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의료에서 ‘퇴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 때문이다.
또한 복잡한 의료급여 절차, 지나치게 높은 행정 문턱, 의료기관의 소극적인 진료 태도 등은 결과적으로 수급자들에게 또 다른 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 시민 일부는 “과잉이용보다 과소이용이 더 걱정”이라며, 필요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주변 사례를 들고 있다. 의료급여를 ‘절감해야 할 재정 항목’이 아닌, 투명하고 정교하게 관리해야 할 공공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더욱 필요하다.
울산시가 의료급여기금 특별회계를 조례로 제정하고 ‘자율점검단’을 구성한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정책의 진짜 성공은 단순한 수치 개선이 아니라, 의료 취약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개선과 지속 가능한 복지 생태계 조성에 있다. 2025년 목표 절감액 61억원, 향후 100억원 달성이 결코 ‘절차적 약자’의 희생을 담보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재정 건전성과 복지 철학은 결코 상충하지 않는다. 울산시가 시민의 눈높이에서 두 가치를 조화롭게 구현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