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창원공장은 지난 1991년 대우국민차 티코부터 대우자동차 마티즈와 올뉴마티즈, GM대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에 이어 쉐보레 스파크까지 '경차 생산 기지'로서 회사를 대표해왔다.
30년이 흐른 지금. 창원공장은 변화에 직면했다. 한국GM은 9000억원을 투자해 창원공장을 신형 CUV 생산 기지로 전환했고, 머지않아 본격적인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GM 출범 20주년을 맞아 언론에 공개된 창원공장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한국GM 창원공장 전경
공장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차체 공장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쾌적하다는 느낌이 든다. 높은 천장은 군데군데가 열려있어 햇빛이 잘 들어왔고, 환기 시설도 잘 갖춰져 숨쉬기에도 불편하지 않다. 시작부터 '공장은 어두컴컴하고 시끄럽고 기름냄새 나는 곳'이라는 그간의 편견이 깨졌다.
약 400미터 길이의 차체 공장은 기존 200미터를 차지하던 도장공장과 나머지 200미터를 차지하던 스파크 생산 라인을 걷어내고 만들어졌다. 가장 먼저 용접 라인을 살펴봤다. 용접 라인 전반에 걸쳐 불꽃이 밖에 튀지 않도록 방지막이 꼼꼼하게 둘러져 있다.
자동화 공정도 인상적인 대목. 사람은 로봇이 부품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세팅만 해 놓으면 된다. 나머지는 605대의 로봇이 100% 알아서 진행한다. 기존 스파크 생산 라인에는 로봇이 350대에 불과했지만, 이번에 두 배 가까이 설비를 늘렸다고 한다.
옆쪽에는 5250톤급 탠덤 프레스 2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숫자로만 봐서는 체감이 되지 않는데, 한 대당 4조각의 자동차 패널을 찍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어마어마한 크기와 힘이 실감 난다. 이곳에는 3D 카메라가 장착되어 패널의 결함을 검사하는 '비전 시스템'이 도입되어 품질 검수 시간이 크게 줄었다.
중앙에는 공장 이곳저곳으로 옮길 부품을 쌓아놓을 수 있는 공터가 있었고, 사람이 다니는 라인과 부품이 다니는 물류 라인이 별도로 분리되어 있어 사람과 중장비가 뒤섞이지 않도록 배려한 점도 눈에 띈다.
공장 반대쪽에는 추후 다른 차종 생산 라인을 설치할 수 있도록 빈공간도 마련됐다. 공장 관계자는 "현재 시설만 가지고도 시간당 60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연신 자랑하며 뿌듯한 모습이었다.
다음으로, 만들어진 차체가 최종 조립되는 조립공장으로 넘어갔다. 조립공장에서는 내장재와 엔진, 타이어, 연료탱크 등 주행에 필요한 부품이 부착되고 마지막으로 도어, 시트, 램프류 등이 장착되는 순으로 이어져 있었다.
한국GM 창원공장에서 발견된 차체
쉐보레 트랙스 풀체인지
눈길을 돌리다 보니 조립되다 만 차체 하나가 눈에 띈다. 한국GM은 '차세대 CUV'라고만 언급하며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차량 뒷태나 테일램프 쪽의 형상을 보면 최근 공개된 트랙스 풀체인지와 비슷하다. 쿠페형 SUV를 연상케 하는 루프 라인 덕분에 벌써부터 날렵한 디자인이 엿보인다.
이어 메인 라인에 도착했다. 공장 관계자는 "메인 라인의 컨베이어가 다른 공장과는 다르다"라며 자신 있게 설명했다. 체인을 활용해 차량을 이동시키는 다른 공장과 달리 창원공장은 모터가 차량을 이동시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관계자는 "소음이 없어 작업자의 청력을 보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윤활유가 필요 없어 친환경적"이라고 설명했다.
의장 완성 라인과 섀시 라인의 컨베이어 벨트는 높낮이 조절까지 가능하다. 덕분에 작업자가 허리를 숙이거나 위를 올려다볼 필요 없이 자신이 원하는 높이에서 차량을 편하게 조립할 수 있게 된다. 높낮이가 조절될 경우 불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일하며 생기는 실수나 부상 등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높낮이 조절 컨베이어 벨트는 경우 국내 유일한 시설"이라고 덧붙였다.
군산공장 폐쇄 이후 한국GM은 계속해서 철수설에 시달렸다. 그러나 한국GM은 본사가 있는 부평도 아닌 창원에 9000억원을 투자해 새로운 설비를 갖췄고, '사람 중심'의 공장을 만드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지금 같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준다면 언젠간 사람들 머릿속에 박힌 '철수'라는 두 글자도 지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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