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름은 항시 그랬습니다.
어쩌면 우리들 가슴속에 잘 간직된 자그마한 여름날에 행복이었던 가도 모릅니다.
어린 내 기억 속에 강하게 자리 잡은 뚜렷한 기억들.
이제 다시갈수 없다는 안타까움입니다.
저편 나무 그늘이 조금이라도 드리워지는 곳이라면 평상과 멍석이 자리 잡습니다.
여름을 나기위한 우리 집 이동식 주방이 마당 한편에 자리하는 것이지요.
돌로 어긋나게 뼈대를 세워 흙으로 덕지덕지 붙여 대충 걸어놓은 딴솥에는
까만 보리밥이 뜨거운 열기와 함께 큰 양푼에 퍼 담아집니다.
입안이 미끈미끈하여 뱅뱅도는 보리밥이던, 혓바닥이 까칠까칠하고 시꺼먼 수제비던.
숟가락이 밥그릇에 부딪치는 소리며 곰삭은 황색이 젓갈에 잘 담근 고구마순 김치에
찬밥덩이 투가리에 넣고 쓱쓱 잘 비비는 도중 금방 짜온 참기름은 두말 할 것도 없지만
어쩌다 들기름 두서너 방울만 떨어뜨려도 그날은 투가리 긁는 소리가 다릅니다.
정말 닥닥 밥그릇 긁는 소리와 젓가락이 밥상위에서 뛰는 소리의 높고 낮음이란
온 식구 같이하는 저녁식사는 악보 없는 관현악 연주며 행복 그 자체인 것입니다.
여름날 농촌의 저녁밥이란 해가 서산에 걸리기 전 마쳐야 합니다.
극성스런 모기 때문이지요.
어느덧 땅거미가지면 따라서 각자의 임무가 있습니다.
등잔에 석유도 채워야 하고 멍석도 마당 한가운데로 옮겨놓고 모깃불에 쓸
덜 마른풀과 맵저도 준비하고...
그렇게 서러울 것도 없는데 매운 모깃불에 눔물은 왜 그리도 나오던지.
한바탕 울고 나면 하얀 연기는 사방으로 퍼지고 우리는 멍석위에 누어버립니다.
모깃불 연기사이로 보인 하늘엔 무수한 별들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쏟아지는 별똥별, 유난히 꼬리가 긴 별똥이 떨어질 때면 겁도 났습니다.
행여 우리 집으로 떨어지진 않을까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멍석위에누어 초저녁을 지내다보면 여름밤은 쌀쌀합니다.
서로당기고 당기는 사이 이불깃이 헤어지고 손바닥 만 한 삼베 홑이불이지만
두 다리만 넣어도 훈훈했습니다.
누구의 특허품인가 모르지만 비닐 비료푸대 가위로 도려내서 일정한 간격으로 접어
밑동을 고무줄로 칭칭 감아 묶어 손잡이를 만든 야심작 부채로 간간이 탁탁거리며
모기 잡는 부채소리가 재미있는 이야기의 맥을 끈기도 합니다.
아마 지금의 에어컨 가동비만큼 해당했을까...
그때쯤이면 으레 어른들의 고함소리가 드려옵니다.
‘밖에 불 꺼라! 석유 단다.’
지금의 전열 비에 해당하는 그때당시도 등잔불이나 호야 한등에 소요된 소요비용이
집안 가계비를 많이 차지했던 모양입니다.
등잔불 하나 제대로 켜놓지도 못한 그때당시 어른들의 잔소리에 속으로
‘석유가 달면 얼마나 단다고’중얼거렸지만, 지금의 내가 어른이 되어 뒤돌아 볼 때
꼭 그것만은 아니었다 싶습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없어서만이 그랬던 것만이 아니었고 우리 부모님들이 그때
아끼어야만했던 그 가치를 몰랐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누가 불 끄라고 외치는 사람도 없으며 밤하늘을 바라보면
트리에 장식된 꼬마전구처럼 수없이 반짝이던 별들도 볼 수가 없고.
산골짜기 안개처럼 흐르던 은하수도 눈이 침침하여 보이지 않는 건지
아니면 그때 은하수가 다른 은하계로 떠나버렸나 모르기 때문입니다.
향수에고장 - 쳨 -
첫댓글 해가 질 무렵이면
낫 한자루 들고나가 텃밭 주변에 쑥대를
한 아름 베어 모깃불 위에 얹어 놓으면
마당이 온통 연기로 가득하지요..
그래도 모기란넘은 대나무 평상 밑에서
대나무살 틈으로 침을 디밀고
목숭아 뼈에 대고 찔러대면 얼마나 따갑던지..
별이 총총대는 한여름밤 온가족이 둘러얹아
시암물에 담궈두었던 수박 한 덩이 꺼내어
정지칼로 쫘악 쪼개어 온 가족이 나눠 먹고
누이랑 동생이랑 서로 번갈아가며 부채질하다
부채질하던 손에 힘이 점점 빠질 때쯤이면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어버리지요
시암에 담가놓았던 수박과 참외 그중 개구리참외 맛이 지대루였는데. 보리쌀 두 됫박만 퍼 가지고 원두막에 가면 참외 소쿠리에 충분히 채워줬는데지금은 보리쌀 한 되 주면 외 1개줄까???
오랜만이군요 반갑습니다 잘지내셋죠 ㅎㅎ
덕분에 잘 있습니다.
내 추억을 써 놓으셨군요...'투가리'란 정겨운 단어도 오랫만에 들어봅니다. 그 '투가리'란 말을 쓰는 사람 고향은 어렴풋이 짐작이 갑니다....서유 단다...에서 '단다'도 일정 지방 사투리인듯 합니다.
투가리...단다...이거이 울동네에서 들었든 말인디요?
ㅋ 다 같은 대한민국 말이니깐 ㅎ
한여름밤의 꿈을 펼쳐놓으셨군요..덕분에 아련한 어릴적 추억에 잠겨봅니다..지난달 집안행사가 있어서 외갓댁에 모인 울 형제들..저랑 동갑인 남자사촌은 또 그 이야기를..ㅎ방학동안 함께 놀다가 떠나는것이 싫어서 제 신발을 감추었다는.
난 울사촌오빠가 디스코 갈쳐주든 기억이랑 함께 미장원 가서 파마 말든 생각이...한살 차이였지만 오빠가 없어서 무지 따랐었는데...
내겐 넘나 생소한 여름밤의 풍경이지만 행복한 그리움인 것같슴다...올여름엔 모기넘한테 집중투하를 받아 병원가서 주사맞고 약까지 먹어야했었는데 마른풀에 맵저??가있었다면 고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잘지내고 계시죠? 띰띰이라도 소식좀 전하고 삽시당구리~! 근디 맵저?? 요거이 뭐라요?
잘 지내긴 하는데. 집에 것 회사 것 모든 컴터가 고장나고 분실해서 자주 못 와요. 컴터 사용 안는 헌 것 있음 한대 보내줘요
ㅎㅎㅎㅎ 잼나게 잘 읽었슴다....불꺼라...석유단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