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린북>! 보신 분들 많이 계시겠지요?
우리나라에서 1월 9일 개봉했는데 이런저런 바쁜 일들이 있어 전 오늘에서야 관람했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개봉 전 시놉시스만 보고도 '아, 완전히 내 취향의 영화이겠구나-' 하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서로 전혀 다른ㅡ 물과 기름같은 두 주인공이 여행이나 여러 사건들을 통하여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스토리.
전 이런 스토리의 영화들 좋아합니다.
일단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영화들만 해도 <레인맨>(레인맨에서는 형제 사이였죠),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언터처블 : 1%의 우정>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1월 24일 이 영화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하아... 완전히, 제대로 취향저격...!!!
취저 스토리에 돈 셜리 박사는 천재 피아니스트이시니 우아한 음악이 영화 내내~ 영화가 매우 멋지고 황홀해서 (슬프고 가슴아픈 장면들이 있음에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ㅠ ㅠ
연초부터 이런 "보석같은 영화"를 만나다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작년 제가 본 영화들 중 "보석같은 영화 탑3" 를 꼽자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앓다 죽을 그 이름 엘리오와 올리버♡ ㅠ ㅠ), <플로리다 프로젝트>, <셰이프 오브 워터>가 있는데 이 <그린북>도 단언컨대 "2019년 애니애니의 보석같은 영화" 에 들어갈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며칠 전 미국 시간 1월 7일 제 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 조연상을 수상하신 마허샬라 알리ㅡ.
그 섬세하고 밀도높은 연기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 알리 오빠,
애드리언 브로디 주연이었던 <프레데터스>에서는 이렇게
<헝거 게임>시리즈에서는 이렇게 나오셨는데
<그린북>에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기품이 흘러넘치는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입니다. 역시 대배우의 연기 변신이란...!
그동안 <문라이트>에서의 알리 오빠를 제일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린북>에서의 알리 오빠를 제일 애정하는 걸로-♡
돈 셜리 박사는 러시아의 레닌그라드 음악학교에서 정통 클래식을 공부한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음악과 심리학의 박사이시지요. 그야말로 온몸이 지성과 교양으로 점철되어 있는 분♡.
그에 반해 돈 셜리 박사의 남부지방 투어에 운전기사이자 매니저가 된 토니 발레롱가는 단순무식에다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허풍쟁이입니다. 오랜 세월 나이트 클럽 매니저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고요.
함께 남부로 투어를 떠나면서 소소한 작은 일들과 엄청난 시련들을 겪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영화에 대한 작은 내용이라도 알고 싶지 않은 분이시면 글을 읽지 말아주세요 ^^)
켄터기 주에 들어섰을 때 토니가 KFC치킨을 사서 수십 번 권한 끝에 마지못해 집어든 치킨. 처음 맛보는 맛에 빙구웃음 지으시는 셜리 박사. 졸귀탱♡
영화는 내내 토니가 흑인에 대해 얼마나 셀 수도 없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보여줍니다.
"리틀 리처드, 아레사 프랭클린, 샘 쿡을 모른다구요? 어떻게 그럴 수 있지요?"(모두 흑인 뮤지션)
"당신들은 모두 프라이드 치킨이나 옥수수를 좋아하지 않나요?"(하지만 셜리 박사는 프라이드 치킨을 입에 댄 적 조차 없지요)
이렇게 무신경한 말들을 우리 셜리 박사에게 마구마구 던집니다. ㅠ ㅠ 그도 그럴 것이 시대 배경은 60년대 초반 미국이니까요.
백인들은 무대에서의 셜리 박사는 칭송하지만 무대에서 내려온 뒤의 셜리 박사는 흑인이란 이유로 멸시하고, 흑인들은 자신들의 위치와는 전혀 다른 셜리 박사를 이질적으로 바라봅니다.
차가 고장나서 잠깐 멈춘 길 위. 들판에서 일을 하는 흑인들과 셜리 박사가 서로 바라봄. 대사 없이도 많은 의미를 함축하는 장면이지요. 와중에 셜리 박사 수트핏 보소~♡
정말 통쾌했던 사이다 장면! 신호 대기로 정차해 있는데 옆 차선의 백인 커플이 노골적으로 쳐다보자 토니 오빠, 그들에게 야무지게 뻑큐를 날려주십니다 ㅋㅋㅋㅋㅋ 브라보, 토니 오빠~♡
재즈 트리오로 연주 하시는 셜리 박사. 환타스틱 그 자체! 특히 영화 <남태평양>의 'Happy Talk' 를 재즈 버전으로 연주할 때에는 너무 좋아 소리를 지를 뻔 했다는-♡
빵 터졌던 장면. 토니가 아내에게 편지를 쓰는데 내용은 유치뽕짝, 스펠링은 전부 틀리게 쓰니 셜리 박사가 모두 고쳐주지요. "Deerー 이건 짐승이고..."(토니가 친애하는 Dear를 사슴Deer로 쓴 것을 본 셜리 박사의 드립. ㅋㅋㅋㅋㅋ)
남부 투어를 진행할 수록 셜리 박사는 진짜 말도 안되는, 엄청난 모욕적인 일들을 겪게 됩니다. 당한 일들이 셀 수도 없지요. 공연 주인공인데 화장실을 못 쓰게 하고 예약한 모텔에서는 흑인이라고 거지같은 흑인 전용 룸을 내어주고 식당 내에서 식사를 못하게 하고 고속도로 위에서는 흑인이 백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검문을 당하고 양복점에는 옷 조차 입어볼 수 없습니다. 이렇게 열거를 하니 다시 눈물이... ㅠ ㅠ
셜리 박사가 쇼윈도의 수트를 맘에 들어하자 들어가서 입어 보라는 토니. 그, 그런데ㅡ 망할 놈의 양복점 주인은 셜리 박사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입어보는 것 조차 못하게 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양복점 주인을 비롯하여 우리 셜리 박사에게 모욕을 준 인물들 모두를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 원펀치 쓰리강냉이를 먹이고 싶었다는ㅡ!!!
토니는 셜리 박사와 남부 투어를 함께 해 가면서 점차 셜리 박사 내면의 깊은 슬픔과 아픔을 이해하게 되지요. 셜리 박사의 눈빛은 항상 슬퍼 보입니다.
그런 토니의 변화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배수관을 고치러 온 집에 온 흑인 수리공들이 마셨던 컵 두 개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기까지 한 그 토니가 말입니다!
제가 느낀 이 영화의 명대사가 두 번 있었는데 하나는 셜리 박사가 경찰서 유치장에서 토니에게
"The dignity always prevail". ㅡ "품위만이 이길 수 있어요" 라고 한 대사와,
다른 하나는 셜리 박사가 토니에게
"충분히 백인답지 않고, 충분히 흑인답지 않고, 충분히 남자답지도 않다면 그럼 난 대체 뭐죠?" 라고 울부짖듯이 외친 대사입니다. 하아... 박사님... 저와 함께 울어요... ㅜ ㅠ
토니와 셜리 박사가 호텔 로비에서 대화를 할 때 셜리 박사는 자신이 피아니스트가 된 계기를 말해 줍니다. 그 때 이렇게 말하죠.
"내가 연주하는 쇼팽은 달라요."
이 말을 할 때의 셜리 박사의 얼굴에는 그야말로 천재의 자부심이 가득했지요. 정통 클래식을 공부한 셜리 박사가 재즈가 아닌 클래식을 연주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의 바램을 이루어주는 장면이 영화 후반부에 나옵니다.
토니와 셜리 박사가 저녁 식사를 하러 들어간 흑인들의 바에서 셜리 박사가 클래식을 연주하신 것입니다. 그것도 무려무려무려~~~ 쇼팽 에튀드 Op.25-11 <겨울 바람>을!!! 이 장면에서도 비명을 지를 뻔~ ㅠ ㅠ
이 곡으로 말할 것 같으면 어렵기로 소문난 쇼팽 에튀드 중에서도 최고난도를 자랑하는 곡입죠. 제가 실기 시험 입시 대비를 위해 고교 3년 내내 손가락이 터지게 연습했던 곡이기도 합니다.
이 곡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제가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의 연주를 첨부합니다. 곡 제목답게 한겨울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드라마틱한 곡이지요.
https://youtu.be/Zsks5L2QPO0
쇼팽 에튀드를 연주하고 박수 갈채를 받은 뒤 재즈 밴드와 함께 Jam연주를 하시는 셜리 박사. 무척 행복해 보입니다♡
<그린북>OST도 들어보세요. 멋져요. 전 지금 계속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렇게 멋지고 환타스틱하고 보석같이 빛나는 훌륭한 영화 <그린북>을 보고 난 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역시 그 분, 마잭님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다시 없을 천재였기에 (흑인이셨지만) 팝의 황제로 우뚝 설 수 있으셨죠.
맺음말로 하고 싶은 말은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 산재해 있는 여러차별들ㅡ
인종 차별, 성소수자 차별, 남녀 인권 차별(뉴스에서 자주 듣는 특정 종교 국가들에서의 여성 학대와 차별, 정말 끔찍하죠 ㅜ ㅠ)등등이 하루 빨리 모두 없어져 더 나은, 다양성이 좀 더 존중받는, 더 바람직한 세계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린북>은 그런 세계로 나아가게 만드는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예술의 힘이란~
※사족 하나.
<그린북>은 이번 제 76회 골든 글로브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3관왕(남우조연, 각본상, 영화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골든 글로브 남우 조연상에는 영화 <Beautiful Boy>의 연기천재이자 나의 사랑 나의 배우 티모시 샬라메도 노미네이트되었었죠.
역시 슈스다운 인터뷰 열기♡
하아.. 저 콧날...... ㅠ ㅠ ㅠ ㅠ ㅠ ㅠ ㅠ ㅠ
네에........... ㅠ ㅠ ㅠ ㅠ ㅠ ㅠ (의상은 루이뷔통에 장신구는 까르띠에라고ㅡ)
티미가 그렇게나 만나고 싶었던 라미 말렉과 함께- ㅋㅋㅋㅋㅋ
간절히 바라는 바램 하나가 무엇이냐면,
골든 글로브에서 셜리 오빠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하셨으니 3월 아카데미에서는 남우조연상을 티미 오빠가(95년생에게 오빠가 왠말이냐고 하시는 분들, "잘생기면 다 오빠"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ㅋㅋ) 수상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두 배우가 모두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을 때의 이야기ㅡ ^^;
그리고 <Beautiful Boy> 빨리 국내 개봉 해 주세욧. 목 빠지겠어요!! ㅋㅋㅋ
첫댓글 앞전에 푸딩님 후기글 읽고 검색해 봤는데 그린북 평이 굉장히 높아서 관심가는 영화였어요.
배경이 60년대이니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이 얼마나 심했을까요? 영화에 나온 이야기만 들어도 화가 부글부글 끌어올라요. 피부색만 다를 뿐인데 무슨 전염병 환자 취급을 받은거네요ㅜㅜ
그린북 이런 장르의 영화가 자주 나와서 애니님 말대로 차별없는 세상 좀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래봅니다..
근데 전 애니님 후기를 읽고 덕분에 영화 한편을 다 본거 같아요 ㅋㅋㅋ
생각하면서 보게 되는 좋은 영화인거 같아요~^^
맞아요, '나에게 편견은 없는가ㅡ' 하며 생각하며 보게 되는 영화에요 저는 한번 더 볼 예정~^^
저도 일주일 간격으로 두번 봤어요.
두번 봐도 잼있더라구요.,
처음봤을때 못본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보이니 그런거같아요~!
오 푸딩님도 두번을~~ 이 영화는 두번, 세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지요 ^^
애니님...그린북을 당장 봐야겠다는 충동을 느낄 정도로 디테일하게 쓰셨네요...😎
언제쯤 우리 MJ의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요...
얼른 보고 오세요... 그래서 다시 한 번 그린북에 대한 토킹어바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