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사고 4년 새 15배 급증
골절·타박상에 뇌 손상까지
차량 운전자, 정신적 피해 호소
그래픽=헬스조선DB
“어제 회식 때만 해도…”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회식 자리 후 술기운에 전동 킥보드 핸들을 잡았습니다. 도로를 달리던 그는 무언가를 밟으면서 ‘덜컥’ 흔들렸고, 얼마 뒤 집이 아닌 병원에서 눈을 떴습니다. A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사지마비’였습니다. 그의 기억은 ‘덜컥’까지입니다.
◇사고 건수 4년 만에 15배 급증… 사망자도 크게 늘어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전동 킥보드 사고 소식이 들려옵니다. 음주운전, 2~3인 탑승 사고부터 차도 역주행, 인도 주행 등 사고 원인도 다양합니다. 앞선 사례 역시 실제 지난해 전동 킥보드 사고 후 경기도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던 환자의 이야기입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국내 개인형 이동장치(Personal Mobility, PM) 교통사고는 ▲2017년 117건 ▲2018년 225건 ▲2019년 447건 ▲2020년 897건 ▲2021년 1735건으로 해마다 2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개인형 이동장치란 최고속도 시속 25km, 총중량 30kg 미만 원동기장치자전거 중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한 전동 킥보드와 전동 이륜평행차, 전동기 동력만으로 움직이는 전기 자전거 등을 뜻합니다. 같은 기간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 또한 4명(2017년)에서 19명(2021년)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1명이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입원의학과 김현종 교수는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전동 킥보드 사고 환자가 많이 늘고, 심각도 또한 높아졌음을 체감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동 킥보드, 구조상 사고 가능성 높아… 2인 탑승 특히 위험
전동 킥보드 사고가 나면 크고 작은 부상을 피할 수 없습니다. 넘어지거나 차와 부딪치는 과정에서 찰과상, 골절상은 물론, 머리를 부딪쳐 안면부·뇌 손상을 입을 위험도 있습니다. 머리나 척추에 심한 충격을 입으면 심각한 후유증 또는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전동 킥보드는 구조 특성상 사고가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습니다. 바퀴가 작은 데다 무게 중심이 높게 설계돼 흔들리거나 쓰러지면서 머리를 먼저 부딪치기 쉽기 때문입니다. 가속에 비해 제동이 어려운 점도 영향을 미칩니다. 속도가 25km로 제한되고는 있으나, 급정거하면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머리부터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전동 킥보드의 구조보다 사고와 사고 후 부상 정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사용자들의 위험한 주행 습관입니다. 실제 사고 사례들을 보면 2인 이상 탑승, 사용자 부주의, 음주운전, 안전장비 미착용, 과속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두 명이 함께 전동 킥보드를 타면 사고를 당했을 때 부상 정도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혼자 탔을 때보다 무게 중심을 잡기 힘들고, 탑승자의 무게가 늘어나 제동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의 팔이 겹치다보니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도 어렵습니다.
◇차량 운전자도 정신적 피해… “사회적으로도 안전장치 마련해야”
전동 킥보드가 차량을 100% 대체할 수는 없으나 여러 교통수단을 이어주는 좋은 연계수단임은 분명합니다. 전동 킥보드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안전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주행 전 조작법·기기 상태 확인 ▲헬멧 착용 ▲속도·신호 준수는 기본이며 ▲음주운전 금지 ▲2인 이상 탑승 금지 ▲이어폰·휴대폰 사용 금지 등과 같은 수칙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전동 킥보드 사고로 피해를 입는 사람은 사용자뿐만이 아니라는 점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동 킥보드 특성상 차량과 부딪치면 탑승자가 차량 위 또는 차량 앞 유리창, 즉 차량 운전자 앞으로 날아들 위험이 큽니다. 이로 인해 차량 운전자 역시 트라우마 등 사고로 인한 정신적인 피해를 호소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노력과 함께 정부·기업 차원에서도 사고 예방을 위한 규제와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김현종 교수는 “전동 킥보드는 일정 속도 이상으로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만들어졌지만, 속도에 비해 안전성은 갖추지 못했다”며 “조작법과 주행 도로, 안전수칙 등에 대해 충분히 교육하고, 개발사에서도 해외처럼 기기가 도로 상황을 인지해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는 등 안전주행을 위한 기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