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미주알고주알 산골살이 이야기
2023년 9월 23일 토요일
음력 癸卯年 팔월 초아흐렛날
여전히 오늘도
짙은 안개가 자욱하고
밤새 촉촉한 이슬이 내려
비가 내린 듯한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오늘이 추분(秋分)이라서 그런지
기온 마저 한 자릿수 영상 6도,
호호 입김이 나고 차가운 느낌에
이제 제대로 가을로 접어드는구나 싶다.
서늘함이 감도는 오늘 아침은
반팔옷이 부담스럽고
이슬에 바지가랭이 젖을까봐
호박 따러 풀섶 들어가는 것도 꺼려진다.
아내의 하루 일과는
붉은고추 말리는 것부터 시작이다.
밤새 말린 고추를 일일이 선별하고
숙성된 고추를 닦아 또 건조기에 넣는다.
촌부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
앞마당 정리작업에 또 매달리고 있다.
세월이 좀먹냐며 쉬엄쉬엄, 아주 천천히
시나브로 조금씩 하다보니 많이 더디다.
산목련 나무 주변 지천으로 퍼져 자라는
원추리를 모두 삽과 괭이로 정리하고
나무밑에 자라는 것만 조금 남겨두었다.
퍼지지 못하게 둘레에 돌을 둘러놓았다.
벌써 앞마당 정리작업이 나흘째이다.
캐낸 야생초와 잡목 뿌리가 장난 아니다.
그러다보니 빈자리도 점점 더 늘어난다.
비우면 채워야 하는 것, 생각이 많아진다.
아침나절에 이서방이
운동삼아 잣송이 주우러 산에 가자고 했다.
풀섶을 헤치며 두 군데 잣나무숲에 갔으나
여느해와 달리 잣송이가 아주 드문드문...
아무래도 올해는
잣이 흉년이거나 해거리를 하는 것 같다.
그래도 헛걸음은 하지않고 조금 주워왔다.
아마 청설모와 다람쥐가 욕을 했을 것 같다.
오후에는 아내와 함께 봉평장에 다녀왔다.
장구경 하다가 아주 이색적인 차가 보였다.
하도 신기하고 재밌어 사진을 몇 컷 찍었다.
마치 그 옛날 방물장수 비슷하다고나 할까?
저녁무렵 처제가
장평에 나가서 막국수나 먹고오자고 했다.
간만에 넷이서 나가 먹는 소박한 외식이다.
막국수에 감자전까지 소주 한 병도 곁들여...
집에 왔더니 택배가 하나 와 있었다.
해마다, 때마다 잊지않고 선물을 보내는
고마운 후배에게 어떻게 보답을 해야할까?
감사함과 함께 추석이 다가오는 걸 느낀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걱정없이 사시는 모습에. 부러움이. ㅎㅎㅎㅎㅎ
사는 것 뭐 별것이 있겠습니까?
비록 물질적으로는 빈약할지라도
마음만은 욕심없이 가진 것만으로도
풍족하다고 느끼며 살기로 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트럭의 온갖 죽제품들이 웬만한 매장을 방불케하는군요.
눈 요기 잘했고요
늘상 소확행을 이루시는 댁에는
화단도 ♡ 모양이네요. ㅎ
즐거운 저녁 시간되세요.
정말
이색적이라서
한참 서서 봤습니다.
기가 막힌
눈요기였습니다.
아~
하트 모양을
눈치 채셨군요.ㅎㅎ
답글 늦어 송구합니다.
바삐 지내다고니...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