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부터 시작된 MBC KBS CBS라디오로 변화해왔던 청취이력은 이제 거의 티비 및 영화와는 종언을 고하려 하고 있다. 무한도전외에는 가끔 썰전이나 라디오 스타 정도만 챙겨보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어쩌다 채널을 돌리면 예능은 채널을 아무리 돌려봐도 다수의 먹방예능(백종원진행프로그램,수요미식회,삼시세끼,냉장고를 부탁해등등), 노래경연프로그램 아니면 최근 늘어나는 애완동물 프로그램들이다.
특히 먹방프로그램의 범람은 지나치다못해 비정상적이다. 사람은 짐승이 아니다. 물론 잘먹어야 제대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기도하고 이왕이면 같은 것을 먹자면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지금의 먹방광풍은 지나치다 못해 뭔가 이상하다 . 예전에 온 가족들이 같이 보던 퀴즈프로그램(장학퀴즈, 퀴즈아카데미류)나 다큐멘타리들은 많은 수가 사라졌는데 먹방은 황소개구리 마냥 우후죽순처럼 느는 추세를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다.(이글은 음식장사를 하시는 분을 비하하거나 기본적 식욕에 대해 폄하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레시피를 알려주니 본다치더라도 그 장시간동안 전에는 주부들만의 전용 프로그램이 아닌 남자들도 꽤나 방청하는 분위기다. 언제부터 우리 모두가 미식가가 되었는가? "사람이 떡으로만 살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는 말씀의 정확히 역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왜 우리가 남이 탐스럽게 먹는 것을 계속적으로 보아야 하는가.보암직 먹음직하게 만들어서 서로가 맛을 음미하며 감탄하는 모습을 보며 얻는 유익은 과연 얼마나 큰 것인가? 그리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는 그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잔인한 일이 될 수 있을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하는 건 아닐까?
차라리 젊은 친구들이 멋진 모습을 자랑하는 드라마보다 인생의 황혼기를 지난 배우들이 나오는 디어마이프렌즈나 추억에 잠길수 있는 응팔혹은 문제의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송곳이나 미생 등은 시간가는줄 모르고 볼수 있으나 갈수록 색다른 감각을 추구한다는 소위 새롭고 신선해야 할것 같은 많은 티비 영상제작물 들이 전혀 새로울 것도 그렇다고 어떤 의미를 주는 것도 아닌 그저그런 오락소비물로 전락해가는 것을 보게된다. 웃음을 선사하던 프로그램도 이전같지 않거나 저속논란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으며 조금 인지도 있는 희극인들은 예능으로 활로를 돌려 정통희극물은 눈에 씻고도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물론 정치풍자도 압력이 있어서 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우리 눈과 귀를 끄는 진정성있고 기품있는 풍자와 해학은 기대조차 안하는 풍조가 되었다.게다가 영화로 눈을 돌리자면 요즘 나오는 영혼에 해가 될 수 있는 곡성류나 블록버스터급 헐리우드 영화등의 의미없는 자극적 영화보다는 시간이 흘렀어도 최근에 본 불의전차나 심지어는 다시 본 크림슨 타이드등의 영화가 비교도 안될 만큼 몰입도가 높다.나 혼자 산다에서 나온 어느 여배우가 자기 자신을 상품으로 표현한 것을 보면서 사람의 존엄과 품격을 갖추면서 배우나 방송인으로 산다는게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과 동물이 다른 것은 영혼이 있어서이다. 영혼이 피폐하게 되지 않으려면 매일매일 영혼(생명)의 양식을 공급받아야 한다. 그럴때에 어떤 것이 영혼에 공급되느냐는 비단 티비에 그렇게 주구장창 나오는 맛집이나 레시피 그보다 더 중시하는 식재료보다 우리에게 얼마나 더 중요한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수많은 종편들이 생기고 지상파 뉴스가 있으나, 지상파 뉴스가 죽어버린지는 꽤되었다.티비조선은 말할 가치도 없거니와 JTBC를 제외한 종편들은 깊은 고민이나 성찰없이 그냥저냥 편한대로 가는 듯 보이며 JTBC도 가끔 심층보도로 좀 더 주제에 대해 깊고 길게 그리고 좀 더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며 본질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성기 영국 BBC같았으면 세월호 보도를 지금쯤이면 어떻게 하고 있을까? 지금의 법조비리와 경제위기에 대한 문제를 과거부터 지금까지 총정리하고 이정권들어 유난히 더 심해진 이유는 무엇인가 등에 대한 문제의식과 기자의 지성과 패기를 보고 싶은 것이다.
정치부회의에 초창기 멤버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면서 볼 맛 안나 결국 안보게 되면서부터 이런식으로 나가다가는 앵커브리핑처럼 용두사미식으로 하나 둘 어디론가 사라져, 어느날인가 JTBC뉴스룸 손석희 대신에 아침에 CBS 김현정 뉴스쇼만을 듣고 있게 될 날이 멀지않아 오게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으로 팩트체크만하고 라디오 대담프로그램만 듣게되는 날 말이다.
텔레비젼을 비롯한 전반적인 영상매체의 퇴락은 슬프기도 하지만 더 이상의 몰락은 그에 의존성이 강한 많은 이들의 인간성의 황폐화를 가져오게 되는 문제라 심각한 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오늘도 잠시 티비에 눈을 돌리다 눈이 아프고 집중이 안되서 라디오로 감성을 달래본다. 라디오는 참괜찮은 친구다. 아니 이대로 간다면 CBS 라디오 방송은 평생의 동반자가 될 것같은 느낌이 든다.
배경 음악: 세자르 프랑크 "생명의 양식"
렘브란트
Christ Driving The Money Changers From The Temple, 1626 , oil on panel ,
43 cm X 32 cm, The Pushkin Museum of Fine Arts, Moscow, Russian Federation
Jesus Carried up to a Pinnacle of the Temple (Jésus porté sur le pinacle du Temple), 1886~1894, Opaque watercolor over graphite on gray wove paper, 22.2 x 15.9 cm-제임스 티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