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공장 건설을 멈춘 대신, 미국 미시간 공장(연 20GWh) 등 가동률이 떨어지는 현지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생산라인의 일부를 ESS용 라인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로써 애리조나 공장 투자 금액은 기존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들었고, ESS 양산 속도도 높일 수 있게 됐다.
이같은 결정에는 미국의 견제로 중국산 배터리 수급이 어려워진 기업들의 ESS 배터리 납품 요청이 늘고 있다는 배경이 있다. 때문에 가동률이 낮은 현지 공장 일부를 큰 비용없이 빠른 시일 내에 ESS용 라인으로 변경한 LG에너지솔루션의 선택은 적절했다고 평가된다.
또한 잠정 중단됐던 공사가 이번에 다시 재개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최대 ESS 시장인 미국에서 현지 생산을 통한 시장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졌다. 회사는 애리조나 공장이 북미 지역의 핵심 생산거점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온이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부의 대표이사 직속 개편과 함께 ESS 솔루션&딜리버리실을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기능뿐 아니라 연구개발(R&D)과 납품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 관리를 포함한 조직이다. 이는 성장성이 높은 ESS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SK온이 조직개편에 나선 이유는 ESS를 미래 핵심 먹거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관련 수요는 다소 주춤한 반면, ESS는 높은 성장성이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35기가와트시(GWh)인 리튬이온 ESS 시장 규모(예상치)는 2035년 618GWh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금액으로는 400억달러(약 53조원)에서 800억달러(약 106조원)로 2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을 더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데이터리서치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680억달러(약 93조원)였던 미국 ESS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2000억달러(약 273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국은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가 ESS 및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확보를 위해 집중하는 지역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도 수주 및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말부터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에 약 39GWh 규모 LFP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했다. 삼성SDI와 SK온도 2026년을 목표로 LFP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SK온은 올해 미국 IHI테라선솔루션과 북미 ESS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일각에서는 SK온이 내년부터 북미에서 ESS용 각형 LFP 배터리를 생산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