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새만금지구에서 열리고 있는 제25회 스카우트 세계잼버리 행사는 2023년 8월 1일 부터 8월 13일까지 예정으로 실시 중이다. 나는 과거 약 20여 년 간 학교 일선에서 단위대 대장을 비롯한 보이스카우트 지도자를 맡아왔던 한 사람이다. 잼버리 야영장에서 쏟아지는 온열병 환자를 비롯하여 열악한 상황에 매스컴이 달아올라 온갖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것을 보는 심정이 착잡하다.
사실 보이, 걸 스카우트 조직은 우리나라에서는 학교를 기반으로 출발하여 아직도 완전히 학교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일부만 사회교육의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엄격히 따지면 학교 외의 사회교육단체로서 운영되는 것이 본래의 스카우트 운영 취지에 맞는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이 영국 육군 삼성장군(중장) 출신 베이든 포웰경(‘BP경’이라고도 함)에 의하여 자신의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창시한 보이스카우트 운동을 접하고 마음에 꼭 드는 부분이 있어 우리나라에도 이 제도를 도입하고자 마음먹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일제강점기 부터 극히 일부 학교에서 근근히 명맥을 이어오던 사회교육단체인 보이스카우트를 우리나라에 속히 정착시키고자 공교육제도 안으로 끌어들여 전국의 초중고교에 지도자(교사)를 육성시키고 대원을 모집하여 가입하도록 하였다.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한 소규모 학교를 제외한 거의 모든 초중등학교에 보이스카우트를 조직하도록 한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쿠데타로 장악한 권력이 내외로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고(특히 강력한 후원자인 미국으로 부터) 국가의 발전에 꼭 필요한 세계와의 교류협력에 보이스카우트를 통하면 한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 아닐까 한다.
보이스카우트를 창설한 것은 영국으로부터 이지만, 이를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활성화를 이루고 세계적으로 전파 된 것은 미국으로 건너가서 부터이다!
청소년 사회활동단체인 보이스카우트의 기본 방침은 대자연에서의 야외활동을 통하여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계발하여 신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나라에 충성하며 남을 돕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연령대에 따라 조직의 명칭이 ‘유치원-비버대, 초교-유년대, 중교-소년대, 고교-연장대, 대학-스카우트 클럽, 성인지도자-대장 ’이렇게 달라진다.
스카우트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중학생 연령대의 소년대가 본래 스카우트의 첫 출발 대상이자 주요 핵심이며 나머지는 필요에 의하여 후발적으로 발생된 조직이다.
걸 스카우트는 보이 스카우트가 체계가 잡혀가자 이를 지켜보던 여성들 사이에서 여성들에게도 이런 단체활동의 필요성이 제기 되면서 자연스럽게 보이스카우트의 창시자 베이든 포웰 경의 부인 올레이브여사에 의하여 창설되어 처음엔 걸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었다. 걸가이드가 보이스카우트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서 고든 로 여사에 의하여 걸 스카우트로 바뀌면서 크게 발전하였다.
스카우트에는 3가지 선서와 12개의 규율 이 있는데 요약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선서 : 1.하느님과 나라를 위한 의무 2.봉사 3.규율 이행
* 규율 : 믿음직, 충성, 도움, 우호적, 예의, 친절, 순종, 쾌활, 근면, 용감, 순결, 경건
미국에서는 정치를 비롯하여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도 스카우트 대원 출신이 많고 생활 전반에 보이스카우트가 자리 잡아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관련 장면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선서와 규율’에서 보듯 매우 보수적이며 군대를 비롯한 단체에서 필요로 하는 요건 즉 ‘충성, 순종, 봉사’등이 강조되다보니 권력자의 마음에 부합되는 바가 많다.
한때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한국 보이스카우트연맹의 총재를 하기도 했다. 이어서 김종필 공화당 총재도 한국보이스카우트연맹 총재를 역임하였고 이후에도 영향력있는 정치 지도자나 사회지도급 인사가 총재를 맡았었으며 아직도 완전 사회교육제도로 이관되지 못하고 있다.
‘잼버리’라는 용어는 별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며, 어원은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 정도의 북미 인디언 부족들 사이에 화합을 위한 모임에서 비롯되었다는데 확실치 않다. 베이든 포웰경이 전국적으로 대원들이 모인 행사를 개최하면서 붙인 이름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대규모 야영행사에 처음 사용하면 앞으로 그런 낱말이 쓰이게 될 것이라 했다 한다.
실지로 ‘잼버리’는 세계 스카우트 대원들이 모인 행사에만 붙이는 것이 아니라 국가급 이상의 지역 대원들이 모이는 행사에는 ‘잼버리’라는 이름을 붙인다.
예를 들면 우리 한국 내에서 만 이루어지는 전국적 행사는 ‘한국 잼버리’이며,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대원들이 모이는 행사는 ‘아태 잼버리’, 그리고 맨 상위에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대원들이 4년에 한번씩 모이는 ‘세계 잼버리(World Scout Jamboree)’가 있다. 세계잼버리는 올림픽 경기나 월드컵 축구경기 못지 않은 국제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큰 행사이다.
나는 과거 보이스카우트 지도자 출신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맞이하는 세계 잼버리에 많은 관심을 갖고 한번 참가를 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저녁 뉴스 시간에 새만금 세계잼버리 현장을 TV에서 보고 내 두 눈을 의심할 만큼 경악하고 말았다.
‘아니? 전 세계의 유력인사들도 관심을 갖고 있는 행사장이 어떻게 저럴 수가?’
광활한 부지에 큰 나무 한그루 없이 컬러풀한 텐트들만 황량하니 적나라하게 노출 되어 있었다. 서두에도 말한 바와 같이 스카우트의 기본 방침은 ‘대자연에서의 야외활동’이다. 지구상에 대자연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만은 새만금 지구는 인위적으로 갯벌을 메워 만든 평지이다.
우리나라 한국스카우트연맹은 이미 1982년에 무주 덕유산 자락에서 제8회 아태 잼버리, 1991년에는 고성 설악산 밑 학사평에서 제17회 세계 잼버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이력이 있다! 나도 이 두 행사에 지도자로 참가하여 봉사활동을 했었다. 정 행사를 할 장소가 마땅치 않으면 과거 세계잼버리를 치러낸 곳이며 지리적으로 산과 바다의 멋진 조화를 이루는 고성 학사평을 조금만 손질해서 사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번 사용했던 곳이기는 하지만 극소수의 지도자를 제외하면 한번 했던 곳이라도 다른 지도자, 대원들에게는 생소한 곳이므로 큰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역시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오로지 순수한 스카우트 지도자들에게 전적인 자율권을 주고 행사장을 물색했더라면 새만금 같은 곳에 장소를 선정할 지도자는 없었을 것이다. 하찮은 하급 지도자에 불과했던 나의 눈에도 첫 번에 드는 생각이 이 허허벌판에 펼쳐진 텐트촌을 보면서 세계의 어느 스카우트 관계자라 하더라도 이 황당한 풍경을 보면 혀를 내 두르지 않는 사람이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치가 개입되어 빈땅의 활용가치를 높이고 땅값을 올리는 등의 효과를 노린 스카우트와 별 관련이 없는 주변인들의 개입이 아니고는 이럴 수는 없다!
자금을 동원할 능력이 없는 스카우트 지도자들은 막강한 후원자들의 입김을 피하기란 쉽지 않은 것일 터!
환자 발생 등 위생문제, 시설문제, 급식문제 등 총체적 부실 준비로 행사장 철수를 한 나라들이 생겨나자 뒤늦게 심각한 상황을 파악한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온갖 시설을 급조하고 장비를 지원하며 K-pop 공연까지 불러내어 수습한다는 내용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마음을 돌이킬 기회를 실기하여 세계인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생각한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한 껏 올라갔던 선진국 한국의 이미지가 다시 곤두박질 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모쪼록 더 이상의 잼버리행사장에서 철수하는 팀이 없기를 바란다. 내건 캐치프레이즈 'Draw Your Dream'에 걸맞게 세계의 청소년들이 남은 기간 나름 보람을 찾고 다른 나라 청소년들과의 교류도 갖는 등 일생에 밑거름이 될 많은 것들을 얻고 돌아 가기를 바란다!
[추기] 안타깝게도 보이스카우트의 발상지로서 종주국인 영국은 이번 세계잼버리 행사에 4,500여명이라는 가장 많은 지도자와 대원을 파견하였으나 수도권으로 조기 철수를 결정하였고, 적지않은 1,200여명이 참가한 미국도 평택 미군부대 캠프험프리스로 철수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한다.
세계 스카우트에 가장 영향력이 큰 핵심 두 나라가 빠진 반쪽짜리 행사가 될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 제25회 스카우트세계잼버리 포스터
▲ 새만금 세계잼버리야영장 풍경. 야영장을 이런 그늘 없는 평지에 시설하게되면 날씨가 맑을 땐 폭염에 시달릴 수 있고, 비가 오면 배수에 문제가 되어 침수되기 쉽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카우트의 매력인 대자연에서의 캠핑과는 거리가 멀다!
▲ 잼버리 주제 : 'Draw Your Dream!, 네 꿈을 펼쳐라!' 홍보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