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속에 피는 꽃(火中生花)
한낮 뜨겁게 바위가 달궈져 불암산이 열기에 어른거린다.
화단의 식생들이 생기를 잃고 말라가고 있다.
117년 만의 무더위라 하니 말해 무엇하리오.
이 더위에 불암산 야초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있을까 하여
오랜만에 찾는 마음은 미안하고 무겁기만 하였지만
"불속에서 다 태우고 피운 꽃이라오."
그 한마디 말에 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오.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꽃
진정 영원한 꽃은 불속에서 핍니다.
말라가는 나무 가지를 붙잡고 있는 고추잠자리
火中生花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
뜨겁게 달궈진 대지
저자 거리에 휘도는 독취(毒臭)
늘름거리는 화사(火蛇)의 혓바닥
그래도 꽃이 핍니다.
불속에서 다 태우고 피는 꽃이
맑고 푸른 하늘이 열리고
백결한 뭉게구름 꽃이
보석처럼 빛나고 아름다운
진정 영원한 꽃이
최운향/ 2024. 8. 20
▼▼ 불속에 피운 꽃
수국
칸나
산부추
꽃범의꼬리
제라늄
사계국화(소국)
종이꽃(바스라기꽃, 밀집꽃)
벌개미취
만데빌라
버들마편초와 팔랑나비
플럭스와 팔랑나비
백리향
무릇
댕강나무
플록스
주름꽃(선주름꽃)
뜨거운 지열을 모질게 견딘다.
크로바와 부전나비
천리홍
팜파스그라스
조팝나무(일본조팝나무)
마타리
장미
수쿠렁
체리세이지
배롱나무
백도라지
도깨비바늘
꽃잎의 수가 0~5개로 자기 마음대로 핀다. 그 성질은 여전하다.
원추리
불길 속으로 태양이 진다.
글, 사진 / 최운향. 2024.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