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살 매화살 이 화살이 꽃살 무늬로 새겨진 방 안에 머물면
당신은 또 꽃 그림자처럼 스미겠지요
묵화로 그린 댓잎 같은 바람이 불어도 좋겠습니다
국화 향이 창호지에 스며 내내 달빛인양 고이면
당신의 도화살과 나의 도화살이 나란히 누워
꽃잎처럼 부드러운 서로의 살을 만지고
봄밤 같은 세월을 바위에 꽃잎 떨구듯 한 잎 한 잎 흘리면
바닥은 얼마나 놀랄까요?
꽃을 입게 될 줄 몰랐을 겁니다 (부분)
-『경북매일/이성혁의 열린 시세상』2022.11.23. -
위의 시에서 ‘도화살’은 아름다움에 열려 있는 삶, 또는 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운명을 의미한다. 도화살이 인도하는 아름다움은 자연의 관능적 아름다움이다. 우리의 감각에 스미는 세계가 주는 향취 같은 것.
국화 향이 달빛처럼 창호지에 스며들어 고이듯이 “꽃 그림자처럼 스미”는 당신과 함께, “부드러운 서로의 살을 만”질 때 느끼게 될 아름다움. 하여 도화살의 ‘살(煞·죽임)’은 당신의 살로 의미가 변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