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법계(法界)의 주인
불교는 내가 대우주의 주인임을 가르쳐줍니다.
“내가 대우주의 주인인데 왜 자꾸 나의 힘을 믿지 못하고 남을 따라다니느냐?
본래의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라”라고 가르쳐 줍니다.
‘나’는 대우주 세계의 주인으로, 주인 노릇을 잘하면 아무에게도 속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석가다ㆍ예수다ㆍ공자다ㆍ맹자다 하는 분들에게 속느냐?’ 이겁니다.
내가 주인 노릇을 못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본래 대우주의 주인인데,
나의 힘을 잃어버리고 나의 작용을 잃어버려 질질 끌려다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에 끌려다니는가?
눈에 끌려가고 귀에 끌려가고 코에 끌려가고 혓바닥에 끌려가고 피부에 끌려가고,
시간에 끌려가고 일에 끌려가고 있습니다.
속는 줄도 모르고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돌아가고 있으니,
이러한 우리가 사실은 얼마나 바보스럽습니까?
분명히 하루 24시간을 내가 주인이 되어서 살아야 합니다.
대우주의 주인공이 바로 나고, 대우주가 바로 나의 몸입니다.
누구에게도 지배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주인임을 확신하여 자신을 갖고 살라’는 가르침이 바로 불교입니다.
조주 스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천하의 사람이 하루 24시간을 시간에 끌려다니지만, 나는 시간을 끌고 간다.”
이는 ‘아무에게도 속지 않고 내가 주인이 되어 살아간다.’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냥 가만히 앉아서 공부하는 흉내만 내고 있다고 하여 이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럭저럭 살면서 세월만 보내고 있으면 세세생생을 지내도 아무런 진전이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부해야 합니다.
불교에는 참선(參禪)ㆍ염불(念佛)ㆍ주력(呪力)ㆍ간경(看經) 등 여러 공부 방법이 있지만,
모든 공부의 귀착점은 한 곳입니다.
그리고 특별히 빨리 성취되거나 마냥 더디게 성취되는 공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빠르고 더딘 것은 오직 나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내가 목숨을 걸어놓고 이를 악물며 공부하면 빨리 이루게 될 것이요,
‘나 같은 게 어떻게 할 수 있겠나?’ 하면서
조금 흉내만 내고 있으면 절대 이룰 수 없는 것이 불교 공부입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말씀하셨습니다.
“이 일은 소를 끌고 지붕에 올라가는 것처럼 다부지게 해야 한다.”
황소를 끌고 지붕 위에 올라가려면 어름어름해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소의 코뚜레를 바짝 끌어 잡아당겨야 합니다.
코뚜레를 바짝 잡아당기면 아무리 큰 소라도 아프니까 따라오게 되어있습니다.
이처럼 화두나 염불이나 경전 등의 공부를 지어나갈 때,
코뚜레를 다부지게 잡아 소가 정신 못 차리도록 끌고 가듯이 다부지게 해야지,
절대로 느슨하게 고삐를 풀어서는 안 됩니다.
이 공부는 누가 대신 해주고 누가 책임을 져 주는 공부가 아닙니다.
불교 경전에서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같습니다.
금강경ㆍ원각경ㆍ화엄경ㆍ법화경ㆍ유마경…
이 모두가 ‘대우주의 주인공이 바로 나’라는 이야기입니다.
‘대우주가 모두 내 것인데 왜 그것을 모르고 있느냐?
그것을 잘 알아서 내 마음대로 살 수 있게끔 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복(福)이 필요할 때는 복을 갖다 쓰고, 덕(德)이 필요할 때는 덕을 갖다 쓰고,
지혜(智慧)가 필요할 때는 지혜를 가져다 쓰고,
물질이 필요할 때는 물질을 가져다가 네가 알아서 네 마음대로 다 쓰라는 이야기입니다.
원리로 보면 이러한 소원들은 능히 성취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기도하여도 쉽사리 소원을 이루지 못합니다.
왜 쉽사리 소원을 이루어 내지 못하는 것일까요?
우리의 기도에 때가 묻어 있기 때문입니다. 돈을 위한 기도를 예로 들어봅시다.
우리가 주로 하는 돈 기도는 어떤 기도입니까?
대부분 내 가족이 잘 먹고 잘살기 위한 돈이 필요할 때 돈 기도를 합니다.
내 가족이 아니 몇백 명의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한 돈이 필요할 때 하는 기도가 아닙니다.
욕심의 기도요 이기심의 기도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기도에 이미 때가 묻어 있기-때문에 대우주 법계에서 그 돈을 얻어내지 못합니다.
욕심과 때가 묻어 있으면 오히려 기도 중에 탈이 생기고 성취가 잘되지 않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기대나 욕심을 주춧돌로 삼아 공부하기 때문에 공부가 잘되지 않습니다.
욕심이 없고 때가 묻어 있지 않으면 대우주 법계의 지혜와 복덕 등등이
참으로 좋은 모든 것들이 스스로 찾아들어 내 마음대로 쓸 수가 있습니다.
대우주 법계의 주인인 우리가 법계의 혜택을 못 누린대서야 되겠습니까?
부디 잘 점검을 해보십시오.
내 마음에 때가 끼어 있어 공부도 안 되고 기도도 안 되는 것은 아닌지를?
다시금 때를 씻으며 나 스스로 원래 자리로 돌아가,
대우 주법계 속에서 행복한 주인 노릇을 하며 살아가시기를 두 손 모아 청해봅니다.
- 우룡 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