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민들이 미래통합당을 좌초, 난파 된 배에 비유하고 있다. 제 21대 국회에 진출하는 통합당 국회의원들이 이 배를 어떻게 끌고 갈지 주목된다. 이 배에 올라 탄 100명 이상의 승무원이 미지의 신대륙을 발견해 새로운 세상을 열 수도 있고 그와 정반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4.15 총선에서 미래 통합당이 참패한 원인 중 하나는 국민들의 비호감도이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나타난 비호감도가 무려 7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었다.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들이 뒤 섞여있겠지만 산업화 세력에만 기반을 두고 정당이 세월의 변화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비호감도를 키웠다고 생각한다.
`기본 지지세력+현 정부 반대 민심`이라는 자신들만의 틀에 박힌 방정식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했으니 국민들이 바람이 무엇인지, 유권자들의 세태 흐름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턱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돈키호테식으로 엉뚱한데 대고 창을 휘둘렀던 것이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정권 發 `민주당 바람`이 울산을 휩쓸고 지나갔다. 5개 기초단체장을 민주당 후보들이 석권했다. 이는 지역 편 가르기, 진보ㆍ보수라는 이분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지하는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무엇이 지신들에 유리하고 국가에 유익한지를 따질 뿐이다. 그런 민심의 변화가 울산을 덮쳤고 보수정당은 선거에서 참패했다. 그나마 이번 4.15 총선에서 영남 유권자들이 연민의 정 때문인지 마지막 남은 불씨를 지켜줘 미래통합당의 생명 줄을 붙여 놓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따라서 영남권 당선자들은 유권자들이 왜 미래통합당 전국 지역구 당선자 84명 중 56명을이 쪽5에서 당선시켜 회생의 길을 남겨 뒀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일을 잘해서, 잘나서 뽑아 준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집권여당을 견제해야겠다는 차선책을 택한 것이다.
"누구와 더불어 살겠느냐"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어느 날 공자가 길을 가다가 큰 강을 만났는데 나루터가 보이지 않았다. 마침 저만치 떨어진 곳에 밭을 가는 농부 두 사람이 보였는데 그들은 혼탁한 세상을 떠나 숨어 사는 `장저`와 `걸닉`이었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그들에게 다가가 길을 물었다.
그러자 "저기 수레에 올라 앉아 젊잖게 고삐를 쥐고 앉은 사람이 누구나"라고 장저가 되물었다. 자로가 공자라고 답하자, 그는 더 이상 대답 없이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러자 이번엔 걸닉이 자로에게 "너는 누구냐"고 물었다. 공자의 제자라고 답하자 그는 "온 세상이 물처럼 거세게 흘러가는데 누가 감히 고칠 수 있단 말이냐.
그러니 자네도 나쁜 사람이나 피해 다니는 공자 같은 사람을 따르지 말고 차라리 어지러운 세상을 피해 우리처럼 지내는 게 어떠한 가"라고 말했다. 자로는 공자에게 되돌아와 머쓱해진 얼굴로 본대로, 들은대로 전했다. 그러자 공자가 탄식하며 이렇게 말했다. "날짐승이 길짐승과 더불어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내가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지 않고 누구와 더불어 살겠느냐. 온 세상에 질서가 잡혀있다면 내가 구태여 바꾸려 애쓰지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 쪽은 어지러운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선 사람을 비판하며 `너 자신을 알라`고 강조한 것이고 다른 한쪽은 인간 세상의 주인은 인간이란 사실을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세상 변화에 좀 빨리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정당이 되자.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런 방향으로 정당이 일을 추진하면 되는 거지 보수가 따로 있고 진보가 따로 있고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시대정신을 강조했다. 통합당이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 대패한 이유를 한 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미래통합당이 존재가치를 확보하는 방법은 이전과 차원이 다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아직도 진보ㆍ보수, 좌ㆍ우 프레임에 갇혀 있다면 서둘러 이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남권이 언제까지 연민 어린 시선으로 보수정당을 바라 볼 것으로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시대는 흐르고 세태는 변한다.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영남권에서 `통합당 비토` 정서가 급증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울산 통합당은 국회의원 6석 중 5석을 차지했다. 지역 유권자들이 아직 연민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이런 전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당선자들이 `힘없는 야당 국회의원`이란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6명 중 5명이 당선된 사실에 도취돼 마치 집권당 국회의원인양 착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울산 善戰`이 통합당에 대한 지지 때문이 아니라 연민의 정 때문이란 사실을 잊고서 말이다.
많은 시민들이 미래통합당에 `기대난망`이라면서 "민주당이 야당 복을 타고났다"고 한다. 통합당에 기대할 게 더 이상 없으니 할 수 없이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 순간 차선책이 최선책으로 돌변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