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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틀린 것이 아니라,
숫자가 진실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이 위험하다!
숫자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변화’가 가속되었다. 효율적인 시장은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정할뿐더러 복잡한 분배의 문제 또한 해결해준다.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러한 시장 효율성의 근본적인 가설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숫자가 이러한 보이지 않는 손처럼 “자동적으로”, 말하자면 그 자체로 작동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믿음이 널리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러나 숫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숫자는 분쟁을 감추기만 할 뿐, 분쟁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숫자는 불가피성이라는 덮개 밑에 정치와 억압을 감춘다. 숫자가 지식의 발전과 거버넌스의 개선을 위한 중대한 도구라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와 동시에 숫자는 변화를 거부하고 현상을 유지하려는 세력들을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숫자의 힘」 중에서
신용등급은 유럽의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켰다. 정부의 차입 이자가 높을수록, 납세자들의 세금이 공공 서비스와 투자에 쓰이기보다는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평가사들은 정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전 세계의 사회적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혈안이 된 것 같았다. 부채를 조달하려는 국가들의 등급이 강등된다면,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차입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나아가 평가사가 등급을 강등시키면 악순환을 유발해 해당 국가가 부담할 이자율이 늘어날 뿐 아니라 금융 기관과 맺은 기타 계약들이 부정적인 영향에 노출되게 된다.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고 계약 이행에 대한 신용도가 감소하는 것이다. 혹자는 평가사가 ‘터널 시야(좁은 시야를 의미함-옮긴이)’를 유도하는 대리인의 사례라고 말한다. 평가사들은 ‘확실성을 대신할 지표’를 생산하는 결과, 금융의 안정성을 강화하기보다는 불확실성을 무마하고 재생산하는 데 이바지한다.
---「새로운 국제 권력 : 신용평가가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권력」 중에서
2012년, 코펜하겐 컨센서스센터는 지구가 앞으로 맞닥뜨릴 가장 엄중한 도전들을 새로이 합의한 다음 세상에 공표했다. 기후변화는 리스트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코펜하겐 컨센서스센터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인색했다. 그들은 성층권 에어로졸 주입법(Stratospheric Aerosol Injection, 산성비를 유발하는 이산화황의 전구물질을 성층권에 계속해서 주입해 햇빛을 반사하는 오존층을 형성하는 기술)이나 마린 클라우드 화이트닝(Marine Cloud Whitening, 바닷물을 대기에 섞어 구름을 더욱 희게 만들고 반사율을 높이는 방법)에 아주 적은 세금(10억 달러가량)만을 투입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그들은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독히 과장되었다고 단언하면서, 농업과 여행업계가 체감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 우려했다. 농업과 여행업계가 생각하기에 “상당수의 국가가 21세기 중반까지 GDP의 절반 가까이를 잃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변화에 적응한다면 이러한 손해를 상당 부분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농부들은 더위를 이기는 작물을 선택할 것이고, 높은 기온을 견딜 수 있는 새로운 집들이 등장할 것이다. “부유한 국가들은 적응 방안을 고민한 결과 지구온난화의 부정적 영향에 적응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해 GDP의 절반에 이르는 긍정적 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결국 별일 아닌 일이 되고 만 것이다.
---「타오르는 지구를 외면하기 : 기후변화의 상품화」 중에서
생태계에 가격을 매기면 자연이 경제에 이바지하는 정도를 알고 싶기 마련이다. 그 결과 우리는 자연 자원의 상품화라는 위험한 유혹에 빠지게 된다. 가격을 지닌 모든 상품은 사고팔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장에서 논의한 것처럼, 사람들 대부분은 사용, 비사용, 선택가치의 복잡한 개념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가격을 접하는 순간 다른 형태의 가치를 생각한다. 이를 곧 교환 가치로 정의할 수 있다. 가격은 상품이 교환 가능하다는 생각을 우리에게 심어준다. 실제로 가격이 있는 상품은 팔리거나 동일한 가치를 지닌 무언가로 교환될 수 있다. 가격은 자연이라는 상품과 용역이 전통적인 생산 요소로 탈바꿈한 양 시장에서 교환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자연과학자들이 말하는 ‘강한 지속가능성’은 경제학 법칙인 ‘약한 지속가능성’으로 대체되기 쉽다. 강력한 지속가능성이란 일부 자원이 희귀하고 대체 불가능하므로 인간의 활동은 지구 역량의 한계에 맞춰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반면, 약한 지속가능성이란 모든 자본은 생산 투입을 통해 자연 자본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다는 발상을 골자로 한다. 이와 같은 중언부언식 논리는 결국 인간이 자연을 정복함으로써 자연을 자연 스스로에서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을 측정하기 : 대자연의 금융화」 중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은 원조 프로젝트의 성공을 넘어 문화적 유대를 강화하고, 정치와 경제의 틀을 구축하기 위한 장기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데이터에 혈안이 된 자본주의 자선가들의 ‘조급증’은 안정적이고 공평한 목표를 달성하려는 국가들의 역량을 훼손한다. 여러 측면에서 원조 효과성과 결과 기반적 접근을 둘러싼 논쟁은 역효과를 내기 쉽다. 논쟁의 초점이 ‘필요한 것’에서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는 공공자금을 지원받는 개발 기관의 운영과 정책의 우선순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기관들은 원조 프로그램의 가시적 결과를 보여주고, 기부자들에게 공로를 돌리라는 내부적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필자 또한 앞서 언급한 유럽의 원조 기관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원조의 영향이 감소하더라도, 기관들이 시달리는 압력은 가실 줄을 모른다.44)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측정한다’는 명제를 지지하는 자들은 개발 자금이 들어가는 원조의 대상을 통계적 실험 기법에 근거한, ‘엄격한’ 증거 실험을 통과한 원조로 한정한다.45) 개발 프로젝트의 수익자들은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으므로 납세자나 투자자를 만족시키는 숫자를 양산하는 것이 민초들의 아쉬운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더욱 중요해졌다. 결과에 바탕을 둔 개발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어떤 프로젝트에 재정을 투입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 수치 모델이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공공의 선을 위한 숫자? : 원조의 효과와 사회적 영향에 대한 탐구」 중에서
숫자와 인간사의 관계는 그렇지 않다. 측정이 사회적 삶을 파고들수록, 현실을 형성하는 데 이바지한다. 예컨대 표준화된 평가 절차는 성과를 분석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으며, 성과를 유도하는 도구의 역할을 수행한다. 논문의 수량이 중요하다면, 학계는 질을 상관치 않고 모든 연구 결과를 출판하려 안간힘을 쓸 것이다. 페이스북의 친구 수가 중요하다면, 이용자들은 기존의 교우관계를 강화하기보다 새로운 친구를 만들려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랑의 양이 화목한 가정을 측정하는 척도가 된다면 부모들은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 장난감, 외출 횟수 등 측정 가능한 것에 더욱 많은 관심을 쏟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우선순위를 오판하는 리스크 말고도, 측정 불가능한 것의 가치를 향유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분명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독일의 정치이론가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다음과 같은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 숫자를 사회적 삶에 체계적으로 적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숫자가 틀린 것이 아니라 숫자가 진실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이다.”
---「숫자를 다시 생각하고, 거버넌스를 재검토하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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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숫자가 틀린 것이 아니라,
숫자가 진실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이 위험하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숫자와 접하며 산다. 일반적인 숫자를 기준으로 매일 무언가를 측정하고 비교하고 평가한다. 외모에서부터 지적 수준, 소득 수준이나 재산을 기준으로 한 성공 척도 등을 판단하면서 우리 자신과 타인을 평가한다. 심지어 삶의 질과 행복까지도 계량화한다. 이처럼 인간의 삶은 숫자에 둘러싸여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말이나 글보다는 숫자에 신뢰를 보내는 듯하다.
또한 매주, 매달, 매년, 수많은 싱크탱크들과 NGO, 전 세계의 연구 기관들은 경제, 도시에서의 삶의 질, 교육의 질, 복지 수준, 사회를 해치는 부패의 정도, 무수히 많은 기관의 실적 등 수많은 수치들을 쏟아내 평가한다. 이들은 빅맥 햄버거의 상대적 가격, 국가 간 부의 이전 가능성, 기업이 면허를 취득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발생 가능한 모든 국가 리스크(전쟁, 테러리즘, 경제적 불안정 등), 은행, 기업, 국가 부채의 신용등급, 여행지로의 경쟁성, 컴퓨터 문맹도, 교육 수준, 글로벌 기아 지수, 식품 공급의 안정도와 같은 사소한 경제적 측면마저 평가한다. 이러한 수치들은 개발 전략과 성과를 평가하고, 정책 입안에 정보를 제공하고 혁신 방안을 유도하는 데 사용된다. 한마디로, 숫자가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의문이 생긴다. 숫자는 정말로 정확하고 과학적이며, 어떤 편견도 담기지 않은 진실인가? 숫자로 표현된 통계에는 왜곡이 전혀 없는 것일까? 숫자는 정말로 사회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말해주는가? 『숫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How Numbers Rule the World)』의 저자이며 거버넌스 혁신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로렌조 피오라몬티 교수는 숫자가 항상 사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 분야에서 숫자 및 통계를 차용하려면 필연적으로 중요한 가정이 수반되며, 이러한 측면은 사회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내릴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숫자는 인간의 사회 ? 정치적 삶을 좌우하는 시장의 힘을 강화시키고 있으며, 나아가 대중의 참가와 이성적 토론을 약화시켜 허약해진 민주주의를 더욱 빈곤하게 만드는 데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때로는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작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험머가 프리우스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데이터를 가공하고, 일부 과학자들은 흡연이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무작위통제실험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저자 로렌조 피오라몬티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숫자가 틀린 것이 아니라 숫자가 진실이 될 수 있는 위험한 현실’을 보여주며, 우리의 미래를 진정 가치 있게 만들 자유와 의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https://youtu.be/bEFbuQg5Idw
빌 게이츠, 워렌 버핏의 기부액은 정말 아프리카를 구하고 있을까?
통계와 숫자가 감춰둔 불편한 진실을 파헤친다!
게이츠 재단은 어린이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세계의 인구 증가를 억제하므로 기후변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고 주장한다. 백신 접종이 인구 증가를 억제하고 기후변화를 해결한다? 게이츠 재단은 아이들의 늘어난 기대수명이 출산율 감소와 연관이 있다는 모델을 수립했다. 생활환경이 개선되면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입장을 옹호할 수 있지만 백신 접종이 기후변화에 대한 해답이라는 의견에까지 동의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의 대가족은 대기 속으로 퍼져나가는 온실가스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지구 환경에 역행하는 것은 저출산 국가들의 소비 모델이지, 아프리카 대가족들의 행동 양식이 아니다. 그러나 잘못된 통계와 숫자를 기준으로 저개발 국가들에게 불공정하고 지속가능하지 못한 개발 모델을 수출하면 수십억의 소비자들을 양산해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조장할 수 있는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만난다.
이 책 『숫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는 숫자가 상이한 가치, 원칙, 사상을 측정으로 단순화하면서 국가, 시장, 시민 사회 간의 정치적 상호 작용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를 신용평가 시장, 글로벌 기후변화 논쟁, 천연자원 및 생태계 서비스의 금융화, 원조 효과를 자본화하는 자선자본주의 등을 중심으로 분석하며 보여주고 있다.
제1장에서는 통계가 정책 입안 과정에 편입된 과정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통계를 사용하는 정부는 현대 국가의 특징이며, 세금과 수수료를 걷고 비용을 투입해 공공 기반시설을 건설했던 1800년대 이후 특히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숫자의 위력을 확인하며 신용평가 기관과 글로벌 거버넌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핀다.
제2장에서는 신용평가의 역사와 이해관계를 통해 공공재정 거버넌스의 발전 과정에서 신용평가 기관이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 이야기한다. 또한 신용평가가 국내외 정책 결정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며, 이러한 과정에서는 우리는 어떤 민주적 절차의 희생을 경험했는지 살펴본다.
제3장에서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바탕에 자리 잡은 기후변화 문제를 다룬다. 기후과학자들과 이른바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고, 서로 다른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일련의 수치를 제시해온 과정을 이야기한다. 또한 비용과 효익을 화폐 가치로 전환시키며, 탄소 시장, 탄소배출권 거래체제 등의 시행을 옹호해온 비용편익분석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제4장은 천연자원과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 측정을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분석해 통계의 정치학과 환경적 거버넌스 사이의 미묘한 접점을 찾아볼 것이다. 이러한 방법론 가운데 일부는 금융 및 재정 시장의 확대를 야기하면서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지구의 생태계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제5장에서는 숫자가 비즈니스 분야에서 차용한 방법론을 강화시켜 개발 원조 분야와 전 지구적인 빈곤과의 전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핀다. 이러한 비즈니스적 접근은 이른바 원조 기관들이 개발도상국에 미치는 영향과 효과를 측정하는 데 한정되지 않고 선진국에서의 사회적 변화에도 영향을 미쳐왔다. 시민 사회와 비영리 기관의 역할, 자선 재단의 운영 방식에 위험한 영향을 초래한 숫자의 숨겨진 이면을 이야기한다.
숨겨진 국제 정치와 비즈니스의 이면을 꿰뚫는 감춰진 숫자의 비밀!
시의적절하고, 독창적이며, 과장이 배제된 학구적이고 비판적인 문체로, 피오라몬티는 순수와 결백의 대명사인 숫자 이면에 자리 잡은 편견, 가설, 금전적 이해관계와 이데올로기를 낱낱이 해부해 숫자의 허구적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영감을 선사한다. 숫자가 밝히는 것, 밝히기 어려운 것을 알고 싶은가? 계량할 수 있는 것, 아니 그보다도, 계량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전문가’들을 믿지 마라. 이 책을 읽고 당신 스스로 전문가가 되기 바란다.
― 수전 조지, 『누구의 위기, 누구의 미래?』 저자
피오라몬티는 많은 사람들에게 당장 필요한 책을 저술해 우리의 거버넌스 체계가 잘못된 숫자에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95.4퍼센트라는 숫자로 집계된 다른 중요한 책들에 비해 훨씬 훌륭하고, 읽어야 할 필요성 또한 높은 책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 데이비드 보일, 『숫자의 횡포』 저자
이 책은 우리들의 운명이 몇 개의 숫자에 좌우되고, 몇 사람이 이러한 숫자를 만드는 과정을 분석한 정치경제학을 사려 깊게 다루고 있다.
― 라즈 파텔, 『경제학의 배신』 저자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숫자와 접하며 산다. 일반적인 숫자를 기준으로 매일 무언가를 측정하고 비교하고 평가한다. 외모에서부터 지적 수준, 소득 수준이나 재산을 기준으로 한 성공 척도 등을 판단하면서 우리 자신과 타인을 평가한다. 심지어 삶의 질과 행복까지도 계량화한다. 이처럼 인간의 삶은 숫자에 둘러싸여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말이나 글보다는 숫자에 신뢰를 보내는 듯하다.
또한 매주, 매달, 매년, 수많은 싱크탱크들과 NGO, 전 세계의 연구 기관들은 경제, 도시에서의 삶의 질, 교육의 질, 복지 수준, 사회를 해치는 부패의 정도, 무수히 많은 기관의 실적 등 수많은 수치들을 쏟아내 평가한다. 이들은 빅맥 햄버거의 상대적 가격, 국가 간 부의 이전 가능성, 기업이 면허를 취득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발생 가능한 모든 국가 리스크(전쟁, 테러리즘, 경제적 불안정 등), 은행, 기업, 국가 부채의 신용등급, 여행지로의 경쟁성, 컴퓨터 문맹도, 교육 수준, 글로벌 기아 지수, 식품 공급의 안정도와 같은 사소한 경제적 측면마저 평가한다. 이러한 수치들은 개발 전략과 성과를 평가하고, 정책 입안에 정보를 제공하고 혁신 방안을 유도하는 데 사용된다. 한마디로, 숫자가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의문이 생긴다. 숫자는 정말로 정확하고 과학적이며, 어떤 편견도 담기지 않은 진실인가? 숫자로 표현된 통계에는 왜곡이 전혀 없는 것일까? 숫자는 정말로 사회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말해주는가? 『숫자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How Numbers Rule the World)』의 저자이며 거버넌스 혁신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로렌조 피오라몬티 교수는 숫자가 항상 사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 분야에서 숫자 및 통계를 차용하려면 필연적으로 중요한 가정이 수반되며, 이러한 측면은 사회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을 내릴 때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숫자는 인간의 사회 ? 정치적 삶을 좌우하는 시장의 힘을 강화시키고 있으며, 나아가 대중의 참가와 이성적 토론을 약화시켜 허약해진 민주주의를 더욱 빈곤하게 만드는 데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때로는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작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은 험머가 프리우스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데이터를 가공하고, 일부 과학자들은 흡연이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무작위통제실험을 이용하고 있다. 이에 저자 로렌조 피오라몬티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숫자가 틀린 것이 아니라 숫자가 진실이 될 수 있는 위험한 현실’을 보여주며, 우리의 미래를 진정 가치 있게 만들 자유와 의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목차
INTRODUCTION 통계의 정치
CHAPTER 1 숫자의 힘
CHAPTER 2 새로운 국제 권력 : 신용평가가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권력
CHAPTER 3 타오르는 지구를 외면하기 : 기후변화의 상품화
CHAPTER 4 측정할 수 없는 것을 측정하기 : 대자연의 금융화
CHAPTER 5 공공의 선을 위한 숫자? : 원조의 효과와 사회적 영향에 대한 탐구
CONCLUSION 숫자를 다시 생각하고, 거버넌스를 재검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