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욱의 길. 정영진의 길.
0. 이별.
개인적으로 무한도전 이후 가장 행복하게 즐겼던 콘텐츠가 최욱과 정영진의 콘텐츠들이었다. 점점 강해지는 혐오와 미움의 세상 속에서 그 세상을 비라보는 관점을 유쾌하게 그려낸 게 그들이었다.
그리고 이 둘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명분은 정영진의 몸상태였다. 다른 모든 방송도 하차한다는 게 우리에게 작은 희망이었다. 왜냐면 몸상태가 돌아온다면 최욱과 다시 한번 우리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정영진이 최욱과의 콘텐츠를 제외한 다른 방송에만 복귀하며 우리를 씁쓸하게 했다.
하지만. 나는 이해한다. 더 나아가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최욱의 길'과 '정영진의 길'은 이제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 최욱의 길.
솔직히 말하면 최욱이 더 슬플 수밖에 없다. 떠난 자를 바라보는 입장이 더 힘들고, 무엇보다 이제 정치라는 최대 갈등 공간의 날 위에 서있는 인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욱의 웃음이 줄었다느니, 화가 많아졌다느니. 종합적으로 변했다느니 하는 비판이 많다. 근데 어쩔 수 없다. 서있는 곳이 달라지면, 자세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과거 최욱은 김용민과 정영진의 방송 초청으로 소위 인포테이너, 정확하게는 폴리테이너의 길을 걷게 되었다. 초반에는 잘 모르는 이미지와 바보 같은 발언으로 웃음을 주었다. 지금 오윤혜의 위치정도였다. 그 당시 최욱은 손쉽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러나 최욱은 빠르게 성장했다. 시사, 정치로 눈쌀 찌푸리지 않게 웃음을 만드는 재능은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1등이 최욱이라 생각한다.
매불쇼는 이제 바보 캐릭터나 아마추어리즘으로 웃기면 문제가 될만큼 영향력이 커졌다. KBS의 언론, 시사 메인프로 진행자도 되었다.
이제 최욱은 과거처럼 웃길 수 없다. 그렇다고 사고 치고 그냥 옛날로 돌아오라고 할 수 없다. 그건 폭력일 뿐이다. 그 역시도 많은 압박을 받았을 거다. 다른 패널들도 부담감과 주변의 태클에 지쳤고 많이들 떠났다. 그래서 난 이지선과 곽수산, 오윤혜를 참 좋아한다. 그들은 이 부담을 짊어졌으며 최욱에게 큰 힘이 되었기 땨문이다.
다만 최욱은 지금의 지위에서도 최선의 웃음을 주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고 있기에 발언을 더 정제하며 웃기느라 더 고생을 하고 있다. 아마 과학 코너나 영화 코너를 그가 애정하는 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웃음을 줄 수 있는 그의 숨구멍이 이 코너들이라 그런듯 싶다.
난 최욱의 유쾌함이 좋았다.
한 마디로 웃겼다.
다만 그가 성공하며 할 수 있는 발언이나 유머의 폭이 좁아졌다.
그렇기에 과거만큼 그가 웃기지는 않다.
그러나 여전히 그만큼 시사로 우리에게 유쾌한 웃음을 주는 이는 없다.
최욱은 진화한 거다.
난 그를 응원한다.
2. 정영진의 길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번 이별은 정영진의 잘못이 맞기도 하다. 그냥 솔직히 말했으면 그다운 이별이었을 거다.
근데 또 이해가 가기도 한다.
과거를 생각해보자. 정영진은 어떤 편에 서는 사람이 아니었다. 독특한, 제3의 상황 해석이 그의 강점이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좋은 질문' 을 던지는 게 그의 강점이었다. 실제로 최욱도 정영진에게 간간히 던지던 질문이 색다른 관점을 이야기해보라는 지점이었다.
그의 첫사랑 이론이나, 권위 있는 화자를 긴장시키던 날카로운 질문들과 관점은 나를 전율케 한 적도 있다.
그리고 그에게도 매불쇼의 거대화가 다가왔다.
점점 정치색을 보일 수밖에, 혹은 보이도록 하는 압박에 가까운 방송환경은 정영진의 강점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들었다. 실제로 매불쇼가 메이저급에 올라서며 그의방송 기여도는 크게 떨어졌다.
한편 일당백이나 삼프로에서의 정영진 활약도는 여전했다.
그 역시 자신의 지위가 변함에 따라 발언을 조심하고 정치적 압박이 덜 한 공간을 찾아간 거다.
3. 최욱의 길. 정영진의 길.
결국 둘은 매불쇼의 거대화를 마주하며 다른 선택을 했다. 최욱은 그 길에 매진하여 진화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정영진은 자신의 특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아마 우리도 그렇게 했을 거다. 방송 규모가 커지며 화나 짜증만 늘어가는 크리에에터들을 우리는 자주 마주한다. 어쩔 수 없다. 인간이라는 게 부담과 관심이 커지면 금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영진과 최욱은 우리에게 여전히 재미를 주기 위해 각자의 방식을 택했다.
세련되고 어른스러운 방식이었다.
둘의 우정도 본질을 변하지 않았을 거다. 과거 정영진은 불금쇼였나? 최욱에게 사랑하고 고맙다고 했고 최욱은 약간의 침묵 후 장난치려 했는데 문득 울컥했음을 말했다.
둘 다 어중이 떠중이에서 한국 미디어 산업의 한 축을 차지하는 방송인들이 된만큼,
그들이 우리에게 준 웃음에 감사하며.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최욱 씨. 정영진 씨.
고맙습니다.
당신들 덕분에 많이 웃었습니다.
^-^
첫댓글 글을
참 정리되개 잘 쓰시네요👍
우리 모두 서로 주고 받았다고 생각해서
서운한것도 아쉬운것도 저는 특별히 없네요.
정영진씨와 최욱씨는 은인 김용민씨를 만나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쳤고,
살얼음판 같은 시기에 우리에게 재미와 행복 더나아가 삶의 활력소를 주었잖아요.
그로인해 얻은 인기로 골방에서 공중파까지
무일푼에서 자산가까지 간거라고 보거든요!!!
물론 그들의 노력과 더불어!!!
공감합니다. 유재석도 김구라도 존재감없던 찌질이 시절이 있었듯 최욱 정영진도 무일푼에서 이렇게 영향력있는 위치에 서게됐네요. 이 카페의 팬들이 그걸 지켜봤고 그 둘이 앞으로도 각자의 영역에서 잘되길 응원할겁니다. 어떤이들은 누가 더 잘못했니 하며 돌아오기를 기대하지만.. 어떤 관계든 끝은 있다는걸 인정해야겠죠.
이명박때는 나꼼수로 버텼는데 이 술꾼무당콜걸 정권에서 매불쑈는 우리의 숨구멍이고 최욱씨도 그걸 인지하고 있으니 힘들어도 버텨주는 거라 생각합니다.
최욱씨의 힘듦이 느껴져요. ㅠ
빨리 좋은날이 와서 마냥 웃겨주는 매불쇼가 되길 🙏
인간관계에서 영원한건 없겠죠~둘의 유효관계가 끝난거라고 생각해요. 팬의 입장에선 아쉽지만요ㅜㅜ
그냥 슬퍼요 저는ㅜㅜ
정치이야기 안할거 같은 최욱씨가 시사mc로 나가게 되서 지금은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죠.
예능mc는 알게모르게 유재서,박나ㄹ,강호ㄷ,전혀ㅁ,신동 여,김구ㄹ등 매주틀면 이채널 저채널 꽉잡고 있고 그라인들과 함께하고 새로운 인물이 끼어들 틈도 없습니다.
딱히 재미도 없는데...
최욱씨 는 시사에 유머를 녹여내서 그분야에서 mc가 된거죠.
정영진씨 다른 유트브 보면 과학,책등 본인이 mc로서 말이 많아요. 매불쇼에서는 진행보다는 질문을 하고 듣는정도죠.
매불쇼에서는 최욱씨가 8할이 된거예요.
정영진씨가 그동안의 정도 있고 콤비이지만 정영진씨가 없어도 매불쇼에 지장이 딱히 없어 보입니다.
거의 10년간 초창기 팟케스트부터 예능mc가 되려했던 두분의 노력을 봤는데..지금은 자기갈길 찾아간걸로 보여집니다.
공중파 하던 사람들도 서로 유트브 채널개설하고
기류가 바뀐거죠.
공중파 예능은 그나물의그밥
무한도전은 김태호 피디있을때가 진짜였죠.
피디 바뀌고 유재석 라인만 나오고 옛날거 울궈먹고
안본지 꽤 되었어요.
새로운 인물이 나오질 않아요.
다른 공중파 프로들도 다르지 않아요.
최욱씨가 mc로서 진행은 잘하는건 분명하고
유재ㅅ 보다 더 나아요.
동감합니다~ 댓글들 보면 정영진이 없어서 재미없다 옛날같지 않다 많이 써있던데 물론 둘이 함께하면 좋지만, 중요한건 정영진씨 혼자있음 매불쇼가 존재할수 없는거고 최욱이 있어야 매불쇼인거죠.
정영진 내놔라 떼기장쓰는 댓글러들도 다른거 들을만한게 없으니까 그래도 매불쇼가 재밌으니까 듣는거면서.
정영진씨가 엠씨보는 여러 유튜브 채널들을 두루 봐도 매불쇼에서만큼 빛나고 재밌는 정연진은 찾을수 없더라구요. 정영진씨도 솔직히 최욱씨가 캐릭터 만들어주고 다 살린거죠. 국민티비 시절부터 봐온 제가보기엔 그래요.ㅎ
이 글을 보니 드디어 정영진님도 보내드려야 할 때가 된것 같네요. 아직까지는 건강이 나아지면 다시 오시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른 채널들에 이미 복귀하셨다고 하니 체념하게 되네요.
다만 최욱님이 예전처럼 재밌게 하시려고 더 노력하고 계실걸 알기에 힘드실까봐 마음이 쓰이네요. 계속 같이 하시는 분들이 소중하고 감사하고요. 그냥 최욱님이 좀 덜 스트레스 받기만 바랄 뿐입니다.
최욱 화이팅!!! 정영진 화이팅!!!
그래도 최욱은 의리를 지켰다..끝까지 함께한다는 불금쇼에서의 약속을~~
정영진의 입장도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매불쇼에서 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다른방송은 복귀했다니 너무 아쉽네요
주1회 고정 패널 정도는 할만 하지 않나?
이게 차라리 묘수긴 한데
두 사람 덕에 웃을 수 있어서 감사할 뿐이죠. 예전 불금쇼 다시 듣기 무한 반복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길을 응원합니다!
좋은 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