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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조직의 역사를 우리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추적해왔다. 처음에는 경쟁상대로서 관찰을 시작했다. 탐사보도 저널리즘(investigative journalism)의 핵심 분야에 새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위키리크스 사이트와 그 운영자들에게 좀 더 진지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스위스 은행그룹 율리우스 베어(Julius Baer)의 원본자료들을 위키리크스가 인터넷에 올리고 은행 측이 이를 불법으로 고발한 2008년에 들어서 분명해졌다. 2009년에 우리는 위키리크스가 독일연방정보국 에른스트 우를라우 국장과 교환한 편지들을 읽어보았다. 그것은 위키리크스보다 연방정보국에 훨씬 더 당혹스러운 내용이었다. 우리는 그때 처음으로 위키리크스의 독일 대변인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Daniel Domscheit-Berg: 2010년 늦가을에 사퇴)와 접촉하였으며, 그 이후 줄곧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p.7
우리는 어산지와 나눈 대화 내용을 그의 삶을 거처 간 사람들을 통해서 최대한 검증하려고 노력하였다. 이 책을 작업하는 몇 달 동안 우리는 위키리크스에서 현재 활동 중이거나 예전에 활동한 주요 관계자들을 영국, 독일, 호주, 아일랜드, 미국 등지에서 최소한 열 명 이상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에는 어산지를 긍정적으로 평하는 사람도 있었고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는 어산지와 그 주변 인물들뿐만 아니라 영국의 '가디언'이나 미국의 '뉴욕타임스' 등과도 접촉을 유지하면서 '슈피겔'이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의 전쟁일지와 그밖에 수많은 외교전문들을 출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시기에 우리는 어산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서로 의견이 다른 점도 많았기 때문에 자주 논쟁이 벌어지곤 했다. 우리는 그의 음모론이나 저널리즘의 폐해에 대한 시각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위키리크스가 좀 더 민주적인 구조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과 상당히 다른 줄리언 어산지의 면모를 경험할 수 있었다.---pp.8~9
1987년에는 아직 브라우저 프로그램으로 간단히 웹서핑을 할 수 있는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 같은 대중적 인터넷망이 없었다. 당시의 웹서핑은 아직 원거리 데이터 전송이라고 불리며 음향결합기 같은 석기시대 수준의 모뎀 장치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전화 수화기에서 들리는 소음을 매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이 데이터 전송 장치는 요즘 기준으로 보면 거의 코미디다. 이 ‘음향결합기’를 이용해서 마침내 연결망 구성에 성공했을 때 줄리언은 외부에서 신호가 하나 도착할 때마다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이런 식으로 외부와 소통하는 것은 쉴 새 없이 삑삑거리는 소음을 들어야 하는 피곤하고 지루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새 장난감은 그동안 혼자서 모든 걸 시도하며 익혀야 했던 줄리언의 컴퓨터 지식을 순식간에 비약적으로 발전시킨다. 1년 만에 줄리언의 메일박스는 요즘의 소셜네트워크에 비견할 만큼 활발한 풍경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p.41
매닝과 그의 동료들이 군대의 기밀 네트워크에 접근할 때 사용하는 컴퓨터는 일반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컴퓨터 전문가인 매닝은 곧 커다란 보안상의 허점을 발견한다. 각 컴퓨터 워크스테이션에는 CD와 DVD 드라이브가 하나씩 달려 있는데, 이를 통해 데이터를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장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부대에서는 다들 영화나 음악 따위가 담긴 CD를 들고 다녔다. 다시 말해 다시쓰기가 가능한 CD를 ‘레이디 가가’의 음악 CD로 만들어서 가지고 출근하는 일은 아주 간단했다. 그 다음 노래를 삭제하고 네트워크의 데이터로 덮어쓰기를 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나는 레이디 가가의 노래 ‘텔레폰’에 맞춰 입술을 움직이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엄청난 도둑질을 했어요.” 이렇게 간단하고 이렇게 평범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고, 굳이 뭘 감출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도둑질한 데이터를 눈에 띄지 않게 사막의 군사기지에서 빼내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닝은 이번에도 멋진 해결책을 찾았다. 그리고 이 해법도 이라크에서 컴퓨터 채팅을 하는 동안 신나게 떠벌였다. 데이터의 수신자가 누구인지도 함께.---pp.169~170
스웨덴 사건이 분쟁의 발단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내부의 의견대립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돔샤이트-베르크는 자신이 어산지 옆에 나란히 위치한 두 번째 핵심 인물이지, 그의 뒤에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여겼다. 그는 위키리크스 이념에 자기 인생을 다 바쳤다면서 위키리크스는 ‘누구보다도 어산지와 나’의 조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위키리크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위키리크스가 미국 정부 문서들을 분석할 때 돔샤이트-베르크는 거의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으며, 조직의 주요 활동가들을 다 알지도 못한다고 꼬집었다. ?들이 보기에 돔샤이트-베르크는 그냥 대외적으로 조직을 대변하는 인물일 뿐이었다. 어산지는 그를 불안요소로 보았다. 그는 돔샤이트-베르크가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겼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그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인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산지는 그에게 너무 많은 권력을 주지 않으려 했다. 그에게 와우 홀란드 재단의 독일 쪽 자금 관리를 맡기긴 했지만 어산지 자신이 직접 호주의 여자친구와 공동으로 관리하는 호주 쪽 자금에는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 2010년 후반기로 가면서 돔샤이트-베르크는 이라크 자료 등 조직의 계획에 관한 최근 소식들로부터 더욱 멀어졌다. 그의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외국 언론들의 문의는 더욱 빗발치는데 막상 자신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자신이 독자적으로 어떤 합의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았다.---pp.238~239
미군 병사들이 작성한 360개의 보고서에는 24시간 동안의 전쟁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이 보고서들은 ‘폭탄 폭발’ ‘적의 총격’ ‘무기 발견’ 등 매일 같이 벌어지는 사건들을 묘사하는 분류 기준에 따라 정리되어 펜타곤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었다. 여기에는 전쟁의 일상이 자세히 그려져 있었다. 2006년 11월 23일 단 하루 동안 대전차포, 저격수, 폭발물 등에 의해 231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중에 치안유지군이 추가로 86구의 시체를 더 발견했는데 대부분의 희생자들은 손발이 묶인 채 고문을 당하고 총살되었다. 이 보고서에는 ‘처형방법(Execution style)’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이날 하루 동안 58개의 사제 폭탄이 터지고 33개의 폭탄 뇌관이 제거되었으며, 반군은 미군에 61차례의 공격을 가했다. 또 9곳의 무기저장고가 발견되고, 7건의 습격으로 정확히 알 수 없는 숫자의 사람들이 납치되었다. (…중략…) 하지만 짧고 사무적인 기록들을 모아보면 강력하게 무장한 초강대국이 때론 어찌할 바 모르고, 때론 무계획적으로 전쟁터에서 이리저리 날뛰는 이 비대칭적 전쟁의 모습을 정확히 그려낼 수 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최소한 한 곳 이상에 사망 사실이 기록되어 있는 희생자의 수는 (…중략…) 이라크 민간인 9만 2003명에 달한다.
---pp.261~262
출판사 리뷰
진실은 언제나 치명적이다!
권력의 뒤편을 파헤친 ‘위키리크스’ 혁명!
위키리크스는 민주주의의 축복인가, 저주인가?
세계 최초, 국내 최초 공개! 독일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요즘 국제 정치의 최대 이슈는 연일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있는 이집트 반정부 시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집트 국민과 국부간의 유혈충돌이 발발된 계기는 바로 이웃한 나라 튀니지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에서부터였다. 무바라크 독재 정권의 비리와 부패상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전문들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드러남으로써 시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이것이 시민혁명으로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전 세계 부패 정치인들과 강대국들은 침묵과 혼돈으로 몰아넣고 있는 이 문제적 웹사이트를 만든 사람은 대체 어떤 인물인가?
독일의 대표적 주간지 「슈피겔」의 두 기자가 쓴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마르셀 로젠바흐, 홀거 슈타르크 지음, 21세기북스, 15000원)’는 그 어떤 저널리즘에서도 시도한 바 없고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이 사이트와 이 사이트 탄생시킨 기이한 해커, 줄리안 어산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년 동안 어산지와 접촉해왔던 저자들은 ‘위키리크스’의 탄생부터 줄리안 어산지가 성폭행 사건으로 구속되기 직전까지, 어산지부터 위키리크스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의 인터뷰와 취재를 통해 위키리크스의 모든 것을 밝히고 있다.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웹사이트와 백색 금발 남자의 등장
은폐되어 있던 튀니지 국부의 부패를 폭로하고, 시민 혁명을 일으키고, 결국 23년간의 독재 정권을 청산한 이번 사건을 두고 미국의 외교 전문잡지 「포린폴리시」는 “첫 번째 위키리크스 혁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위키리크스’는 이번 사태뿐만 아니라 2010년, 일련의 연속적인 사건으로 전 세계를 충격을 가져다준 바 있다. 바로 2010년 4월, 기밀문서로 지정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발생한 민간인 사망 사건이 찍힌 비디오, ‘부수적 살인(Collateral Murder)’을 공개하면서부터였다. 전쟁의 참상과 일상의 잔혹성을 그대로 드러낸 이 끔찍한 영상을 시작으로. 7월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된 야전일지 및 기밀문서 7만 7000건, 10월에는 추악한 이라크 침략-학살전쟁의 실체가 담긴 39만 건의 문서를 공개한 바 있다. 그리고 2010년 말에는 미국 국부무의 외교전문 25만 1000건을 폭로하여 전 세계를 혼란과 충격에 몰아넣었다. 초강대국 ‘미국’의 얼굴에 찬물을 끼얹은 이 모든 사건을 지휘한 사람은 바로 ‘현대판 로빈후드’, 줄리안 어산지였다.
새로운 정치주체의 출현, 테러리스트인가? 해방 전사인가?
“권력자들의 수프에 침을 뱉는 게 나는 좋다. 이 일은 정말 재미있다.” _줄리언 어산지
이 책의 저자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기자로, 수년 동안 어산지는 물론이고 지금은 이 조직을 떠난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를 비롯한 위키리크스의 관계자들과 접촉해왔다. 또한 해커 집단으로 시작한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는 것 일체를 외부인으로서는 가장 가깝게 지켜본 인물들이다. 특히 2010년에 공개했던 수많은 기밀문서들은 미국의 「뉴욕타임스」, 영국의 「가디언」과 함께 참여하여 사전 공개한 바 있다.
여러 매체들을 통해 흘러나오는 단편적이고 편향된 시각에 반하여 이 책은 수년에 걸친 관찰과 협력관계를 맺으면서 이루어진 어산지와의 대화, 위키리크스 지지자와 비판자 양쪽의 인터뷰를 모두 담아냄으로써 매우 객관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당사자의 생각에만 쏠린 내부자의 고발도 아니며, 여기저기서 짜깁기 된 수박 겉핥기식의 사실 보도도 아닌 ‘내부자’와 ‘외부자’의 시선을 고루 갖추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줄리언 어산지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와 그가 어떻게 해커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는지, 위키리크스의 탄생부터 브래들리 매닝 같은 수많은 정보원들 간의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기밀문서의 입수과정과 그것을 검증하고 어떻게 공개하게 되었는지 등 위키리크스 내부의 이야기를 낱낱이 밝힌다. 이 책에는 그가 성폭행 혐의로 구속되기 바로 이틀 전까지 저자들과 나눈 대화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2010년 9월 내부 분열로 위키리크스와 결별한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와 어산지와가 채팅으로 싸운 내용도 그대로 실려 있다. 내부 이야기와 함께 위키리크스에 대한 외부의 평가 및 디지털 시대의 위키리크스의 중요성에 대한 기자 특유의 분석이 덧붙여진다. 지금까지 기사나 인터뷰들을 통해 간간이 드러나기만 했던 어산지의 위키리크스 설립 이념과 정치적 의도에 관한 그의 생각을 이 책을 통해 매우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위키리크스의 등장은 권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새로운 정치주체의 출현을 의미한다. 위키리크스는 정보 권력 즉, 정보의 독점적 소유를 문제 삼고 있다. 권력에 의해 진실이 은폐되고 나아가 거짓을 진실처럼 포장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권력투쟁인 셈이다. 위키리크스는 각국 정부들로부터 정치적 통제권을 빼앗으려는 의도는 없지만, 정보에 대한 국가의 일방적 통제에는 단호히 반대한다. 무엇이 비밀에 부쳐져야 하는가를 ‘함께’ 결정하겠다는 새로운 정치주체가 갑자기 출현하면서 세계는 한편의 풍요로움과 동시에 이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위키리크스와 어산지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엇갈리고 논쟁 중이다. 그는 과연 ‘비전과 카리스마가 있는 디지털 시대의 체 게바라’인가? 아니면 ‘극단으로 치닫는 무분별한 테러리스트’인가? 그리고 위키리크스는 정보 민주주의의 첨병 역할을 하는 민중의 정보기관인가? 국가 외교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범죄 단체일 뿐인가? 언제나 판단과 선택은 독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