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기도하는 교회 (5) 전례를 ‘거행(擧行)’하는 이유와 의미
전례를 거행하다 혹은 미사성제를 거행한다는 표현에서 거행(擧行)은 의식이나 행사를 절차에 따라
치름을 뜻합니다.
이 말은 라틴말 ‘celebrare’(거행하다), ‘celebratio’(거행)를 번역한 말입니다.
이 낱말들은 형용사 ‘celeber’(유명한, 성대한)에서 온 말로, ‘모이다’ 혹은 ‘참석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celebratio’(거행)는 일차적으로 축제나 의식에 참여하기 위해 모이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말 중에서 (명절 혹은 제사) ‘지내다’라는 단어가 ‘거행하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입니다.
‘거행’은 축제나 의식에 참여하기 위해 함께 모이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인간학적 관점은 교회가 전례를 거행하는 신학적 이유와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합니다.
인간은 축제 거행을 통해서 생존을 위한 일상-주로 노동-이 주는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삶의 본질-가족, 친구,
행복, 자유, 신념 등-을 회복하고 누리게 됩니다. 축제는 잠시 이루어지는 일상과의 단절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행위입니다.
전례 거행은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실존을 본질적인 것들로 채우는 축제의 시간입니다.
매 주일과 축일에 거행하는 미사성제는 일상에서 벗어나 삶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채우고
삶을 회복하는 축제의 장입니다.
또한 인간은 제의(祭儀)나 의식(儀式) 거행을 통해서 함께 모인 이들과 같은 신념과 가치를 가지고 살아감을
드러냅니다.
동시에 그 신념과 가치를 다시 한번 기억하고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또한 제의를 거행하는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과 그 질서를 너머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그 질서를 향합니다.
전례 거행은 이러한 의미에서 교회가 살아가는 구원의 신비를 드러내고 그 믿음을 살아가게 합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라는 말씀에 따라
파스카 신비를 거행하는 성찬례는 전례 중에서도 교회 생활의 정점이자 원천이 됩니다(전례 헌장 10항 참조).
또한 전례 거행 안에서 상징과 상징적인 행위를 통해서 감각적이고 이성적인 영역을 초월한
거룩함을 만나게 됩니다.
따라서 전례 거행은 하느님의 거룩함이 현현(顯現, epiphania)하는 장소요 하느님의 구원이
현재화되는 장소입니다.
다시 말하면, 전례 거행 안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이루어진 구원이
지나간 사건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리고 ‘여기’에 이루어지는 신비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함께 모인 이들은 그 신비 안으로 들어갑니다.
마지막으로, 축제나 의식의 거행은 인간이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일치를 살아가는 공동체적인 존재임을 드러냅니다.
전례 거행은 그리스도의 신비체(神祕體) 곧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지체인 교회의 행위입니다.
하느님의 백성이며 그리스도의 지체인 우리는 각자의 직분과 역할을 행하며 전례를 거행합니다.
이처럼 전례 거행을 통해 구원의 공동체성이 드러나며, 신앙 안에서 서로가 형제자매임을 깨닫게 됩니다.
분명 ‘거행’이라는 표현은 전례에 참여하는 외적이고 감각적이며 사회적인 면을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매일, 매 주일 함께 모여 전례를 거행하면서, 우리는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구원을 기억하고 그 사랑과 자비를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하느님 안에서 다른 이들과 형제자매로 한 몸을 이룹니다.
지금 내가 참여하고 있는 이 전례 거행이 하느님의 구원이 이루어지는 장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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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3일(나해) 연중 제12주일 청주주보 3면, 김형민 안토니오 신부(미원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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