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ger>에 나오는 주인공 '바비 샌즈'는 이때 더블린-벨파스트 노선과 결별하고 폭력투쟁 노선을 지켰던 IRA를 이끌던 인물입니다. 영화는 IRA 조직원들이 '정치적 지위'를 요구하며 4년째 '담요 시위'를 진행하던 1981년을 배경으로 하는데요,
영국 대처 정부는 4년 간 '담요 시위'를 벌이며 '정치적 지위'를 요구하는 IRA 조직원들을 '법을 어기면서 법적 지위를 요구하는 모순덩어리들'이라며 무시합니다. 바비샌즈는 이에 영국 정부와 대화하길 포기하고 단식투쟁을 시작하려 합니다.
문제는 바비샌즈 뿐만 아니라 그 뒤로도 몇 명이 죽어나간다 하더라도 영국정부가 IRA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드는 상황이었다는 거죠. 그래서 신부는 바비샌즈에게 '삶을 경시하는 무모한 행동'이라 비판하고, 바비샌즈는 "신부님은 이걸 '자살'이라고 부르고, 난 이걸 '살인'이라고 부른다는 게 차이죠"라고 말합니다.
우리와 상관없는 다른 나라의 과거 이야기인데도
우리나라의 현재에 굉장히 발언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착잡하달까..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당시의 영국=이명박정부, IRA=우리들'의 기계적 도식을 갖게 되기 보다는,
도대체 무엇이 한 인간을 저토록 고통스러운 죽음을 선택하게 만드는가 하는 질문만 하게 되더군요.
분명히 정당한 이유가 있음에도 IRA를 폭도로 규정하는 대처정부와
수많은 방법이 있음에도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는 바비샌즈를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올랐습니다.
그에게도 수많은 다른 방법들이 있었을 텐데 어째서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까.
언론의 보도처럼 '힘들어서'일수도 있겠지만, 유서를 보면 분명히 '선택'을 한 것이라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운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