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페에도 칸노 요코 음악 좋아하시는 분이 많이 계신가요? 혹시 어제 있었던 공연도 다녀온 분이 계시는지... 개인적으로, 드림 시어터의 2004년 공연과 더불어 생에 잊지못할 최강의 감동 공연 상위권에 링크되어 버렸습니다. 어제의 감동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이곳에도 공연 후기를 올립니다.
6월 20일 수요일은 정말 환상적인 날이 되어버렸다. 칸노 요코의 단독 공연은 보통 애니메이션 음악을 함께 녹음한 세션들과 함께 프로젝트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일본에서조차 자주 보기는 힘들다. 게다가 이번 공연이 몇년만에 첫 단독공연이라고 하니, 더욱 특별한 행사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를 보러 온 수많은 외국인 관객들까지도 가세해 세종문화회관 대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대공연장의 시스템은 상당히 훌륭해서, 필자가 앉은 1층 VIP의 경우 모든 좌석의 뒤에 작은 LCD 패널이 달려 있어서, 뒷좌석에 앉은 사람은 앞 의자의 LCD를 볼 수 있고, LCD에는 주로 곡이 시작할 때 곡의 곡명과, 어떤 애니메이션(게임)의 OST인지 표시되었다. 덕택에 잘 모르는 곡들도 기록해가며 셋 리스트를 정리할 수 있었다.
프로그램은, 라그나로크 2 콘서트인만큼 라그나로크의 OST를 중심으로 공연이 진행되고, 중간중간에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애니메이션인 카우보이 비밥, 에스카플로네, 그리고 공각기동대의 곡들을 섞어서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본격적 후기에 들어가기 앞서, 무대의 구성을 소개하자면... 생각보다는 간소했다. 드럼과 퍼커션이 관객석에서 볼 때 좌측, 우측의 단 위에 설치되어 있었고, 무대 중앙의 피아노를 중심으로 좌측에 베이스, 우측에 기타(어쿠스틱, 일렉). 그리고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자가 기타와 퍼커션 사이에 한 명씩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센터에는 칸노 요코가 직접 연주하는 그랜드 피아노. 피아노 뒤쪽에는 높은 중앙 단이 있어서 보컬이나 무용수가 메인 스팟을 받을 때에 올라가기 위한 용도로 셋팅되어 있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리뷰를...
◎ 2007. 6. 20. (수) 칸노 요코 내한공연 [라그나로크 2 concert]
Set List
1. Intro. トルキア(공각기동대 S.A.C OST)
2. Inner Universe (공각기동대 S.A.C 1기 Opening)
3. Rise (공각기동대 S.A.C 2기 Opening)
4. Don't bother None (Cowboy Bebop OST)
5. Call me Call me (Cowboy Bebop OST, vocal : Yamane Mai)
6. Player (공각기동대 S.A.C 3기 OST)
7. 공기와 별 (지구소녀 아르쥬나 OST)
8. Quite Place (라그나로크 2 BGM)
9. Piano Solo
10. Numachi (라그나로크 2)
11. Clap & Walk (라그나로크 2)
12. Stone Music (라그나로크 2)
13. Poem (라그나로크 2)
14. The Real Folk Blues (Cowboy Bebop OST, acoustic ver.)
15. ELM (Cowboy Bebop OST)
16. Koukai (라그나로크 2)
17. Intro Theme (라그나로크 2)
18. Midgartze ... BAC style (라그나로크 2)
19. Prontera Field (라그나로크 2)
20. Imiru (라그나로크 2)
21. Yoru-vo (라그나로크 2)
22. 5 Years war (라그나로크 2)
23. Midgartze Rengougan (라그나로크 2)
24. Din Don Dan Dan Non Monster (라그나로크 2)
25. Blue (Cowboy Bebop OST)
26. 반지 (에스카플로네 OST)
27. (Encore 1) Orchestra Medley
28. (Encore 2) Hodo (라그나로크 2)
29. (Encore 3) Piano solo
1. Intro. トルキア(공각기동대 S.A.C OST)
공연의 인트로는, 공각기동대의 강렬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로 시작됐다. 드럼/베이스/퍼커션/기타의 백킹이 아닌 전자음은 아마도 MR을 사용했겠지만, 기본적으로 압도적인 사운드의 음압이 공연장을 메우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긴장을 타기 시작. 이윽고 세 명의 보컬이 등장했다! 에스카플로네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사카모토 마야, 카우보이 비밥의 보컬을 주로 맡은 야마네 메이, 그리고 공각기동대의 오리가(Origa, 국적은 러시아). 세 명의 보컬이 이국적인 화음으로 더더욱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클라이막스에서, 드디어 칸노 요코가 등장! 무대 중앙의 높은 단을 가리고 있던 막이 올라가고 나타난 칸노 요코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얹고 있었다. 거기에, 그 파격적인 헤어 스타일은... 누가 그녀를 40대라고 생각하겠는가. 관객들의 환호성과 함께 무대로 내려와 자신의 피아노 앞에 앉은 칸노 요코가 앰비언트적인 피아노 음으로 연주의 마무리를 장식하고, 인트로는 끝이 난다.
2. Inner Universe (공각기동대 S.A.C 1기 Opening)
본격적인 공연의 시작! 2004년작인 공각기동대 TV판 1기의 오프닝 곡이다. 역시 원곡의 보컬리스트인 Origa가 센터 마이크에 서고, 야마네 메이와 사카모토 마야는 양 옆에서 코러스를 담당하는 편성이다. 이런 지존급 보컬들의 조합이라니! Inner universe는 공각기동대의 컨셉에 어울리는, 무국적이면서도 미래적인 특성이 살아있는 곡이다. 거기에, Origa의 차가우면서도 신비로운 보컬은 라이브에서도 그 묘미를 잘 살려내주었다. 그리고 사카모토 마야가 주로 담당한, 하이톤의 코러스도 의외로 거의 원곡에 가까운 느낌을 살려주었다는 점! 보컬리스트들의 의상도 볼만했는데, 러시아인인 Origa는 비구니를 연상시키는 패션으로,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넓은 로브를 두르고 나타났고, 야마네 메이는 상당히 무거워 보이는 - 뭔가 레이스가 주렁주렁 많이 달린 - 중후한... 패션이었다. 초반부터 보컬리스트들의 활약으로 분위기는 달구어졌다.
3. Rise (공각기동대 S.A.C 2기 Opening)
Inner Universe에 이어 2기의 오프닝 트랙인 rise가 이어졌다. Inner Universe보다는 좀더 락적인 비트가 강해진 이 곡에서는, 이번 공연의 주연 중 한명인 발레리나가 처음으로 등장했는데, 권총 소품을 들고 전신 타이즈를 입은 상태에서 등장하여, 곡 전체적으로, 특히 간주 부분에서 정말 멋진 무용을 보여주었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모토코 소령의 전투동작을 묘사하는 듯한 춤이었는데, 자칫 유치해질 수 있는 이런 퍼포먼스를, 신체적 유연성을 과시하는 굉장한 테크니컬한 동작으로 승화시켜, 음악 공연을 보러 온 건지 무용 퍼포먼스를 보러 온 건지 혼동될 정도의 놀라운 무대를 보여주었다.
4. Don't bother None (Cowboy Bebop OST)
공각기동대 OST 3연타가 끝나고 이어진 것은, 야마네 메이의 Don't bother none. 원곡은 굉장히 감각적인 통기타 솔로로 시작되는데, 아까까지 일렉기타로 디스토션 백킹을 하던 기타리스트 이마호리 츠네오는 어쿠스틱 기타로 바꿔메고 원곡에 거의 가까운 톤과 연주를 들려주었다. (당혹스러운 건, 기타 앰프는... 메사부기 앰프였다는 것. 저런 메탈용 앰프로 저 끈적한 사운드를 뽑아낸단 말야???)
지금까지 백보컬 역할을 하던 야마네 메이가 메인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과연, 그 허스키하고 중성적인 목소리는 라이브에서도 그대로였다. "Hello Korea- Can you understand my story?" 라는 멘트와 함께 노래를 시작한 그녀는, 이윽고 간주부에서 "Now, we're gonna listen to her story"라는 멘트와 함께 칸노 요코 쪽으로 손짓하고, 오... 칸노 요코가 이 곡의 하모니카 솔로를 멋들어지게 불어제꼈다. 역시. 못 다루는 악기가 없근영.
5. Call me Call me (Cowboy Bebop OST)
아놔, 이 노래를 할 줄이야! 여성 보컬들만 오기 때문에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레파토리이다. LCD 패널에 곡명이 뜨자, 카우보이 비밥의 팬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본래 Steve Conte가 부른 곡인 이 곡을 야마네 메이가 담당했다. 이건... 어느 음반에서도 들을 수 없는 오리지널 라이브 버전이 되는 것이 아닌가! 의외로 그녀의 목소리도 이 곡과 굉장히 잘 매치된다. 공연의 첫 발라드 트랙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의 쓰나미를 1빠로 날려준 곡이라 하겠다...
6. Player (공각기동대 S.A.C 3기 OST)
공각기동대 3기의 보컬 트랙. 역시 Origa가 등장! 이 곡은 Origa가 직접 가사를 쓴 곡으로, 앞에서 연주된 공각기동대의 곡들과 연장선상에 있지만 비트는 좀더 강렬하다. 특히, 원곡의 중반부에는 이례적으로 강한 기타 리프와 함께 랩 파트가 나오는데, 이번 라이브에서는 역시 남자 보컬 역할에 해당되는(...) 야마네 메이가 그 랩 파트를 담당했다. 거의 광분한 듯 삘로 충만한 이 아줌마는, 흥에 못 이겨 “C'mon, Korea!"를 연신 외치며 메탈 공연에서나 볼 수 있는 ”Hey, Hey, Hey, Hey!" ... 를 남발하여 관객들이 박자에 맞춰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게 만들었다.
7. 공기와 별 (지구소녀 아르쥬나 OST)
사카모토 마야의 발라드 넘버로, 칸노 요코의 피아노와 함께 오랜만에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었다. 공각기동대가 붕 띄워놓은 분위기를 차분히 가라앉히는 역할.
8. Quite Place (라그나로크 2 BGM)
이번 공연의 Main dish라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 2의 OST로는 첫 번째로 연주된 곡이다. 곡 자체는, 게임에서 어두운 장소나 던전에서 들을 수 있을 만한 상당히 음산하고 동시에 신비한 분위기의 곡이다. 무대의 백 스크린에는 그러한 장소를 떠올릴 수 있을 만한 영상이 흘렀고, 무대의 단 위에는 아까의 무용수가 검은색 드레스로 의상을 바꿔입고 등장하여 노래를 끝낸 사카모토 마야에게 마치 유혹과도 같은 손짓을 한다. 사카모토 마야는 마치 어디엔가 홀린 듯한 표정으로 무용수에게 이끌려 단 위로 올라가고, 음악이 잦아들며 두 사람 모두 퇴장한다. 마치 무언극의 단막을 보는 듯한 퍼포먼스였다고 할까..
9. Piano Solo
칸노 요코의 피아노 독주. 어떤 음악의 멜로디를 차용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클래시컬한 스타일의 연주를 펼쳐주었다.
10. Numachi (라그나로크 2)
라그나로크의 Instrumental 곡들이 본격적으로 연주되기 시작하였다. Numachi는 미드 템포의 밴드 반주에 맞추어 첼로가 리드 멜로디를 연주하는 퓨전 스타일의 곡으로, 첼로 솔리스트 호리사와 마사미의 활약이 돋보였다.
11. Clap & Walk (라그나로크 2)
앞곡에 이어서, 좀더 밝은 분위기의 Clap & Walk가 연주되었다. 칸노 요코는 이 곡에서 아코디언을 들고 나와 관객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연주했는데, 연주 중반에는 바이올린 솔리스트 시노자키 마사츠구를 무대 앞으로 불러내 함께 멋진 유니즌 멜로디를 들려주었다. 점점, 칸노 요코의 본래 취향대로 공연 분위기가 밝아져가는 느낌?
12. Stone Music (라그나로크 2)
이번 공연 최고의 개그 퍼포먼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_-;; 곡이 시작될 때, 무대 중앙에 못 보던 마림바가 셋팅된다. 그리고 오른쪽 단 위에서 퍼커션을 치던 후지이 타마오 양이 단 아래로 내려와, 스틱을 잡고 마림바 솔로 연주를 시작한다. 짤막한 프레이즈를 연주하고, 뒤를 돌아보더니, 칸노 요코에게 손짓한다. 칸노 요코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고, 객석에선 푸흡 하는 웃음이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터지는데... 오! 칸노가 마림바 앞으로 와 자신의 스틱으로 퍼커셔니스트와 함게 연주를 시작한다. 이건 뭐... 4 hand 마림바.. 라고 해야 되나?
어느새 사라진 드러머가 또 자신의 마림바 스틱을 들고 등장한다! 자기 발로 등장해놓고는, 칸노 요코가 이리 오라고 손짓하자 부끄럽다며 무대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관객들은 이제 폭소를 터뜨린다. 칸노 요코가 거의 성질을 부리려고 할 때서야 드러머가 합류. 이젠... 6 hand 마림바다. 3명이 동시에 6개의 음을 연주하는거다.
... 어느샌가 뒤에서 슬쩍 나타난 베이시스트! 이 아저씨도 스틱을 들고 있는데, 이젠 마림바 앞에 공간이 없다. 이제 이 아저씨는 심술궂게 3명이 연주하는 데 몸 사이사이로 스틱을 집어넣어 한번씩 ‘뚱!’ 치고 빠지고 하다가, 아예 중간에는 칸노 요코를 밀쳐내고 자기가 연주하는 등... 치열한 몸싸움 끝에 결국 4명이 마림바 앞의 좁은 공간에 라인을 맞춰서 다함께 연주를 한다. ...8 hand 마림바...... ...인가. 관객들의 폭소와 환호성과 함께 개그 퍼포먼스는 목적에 부합되는 마무리를 맞는다. (참고로, 원곡은 마림바를 위한 곡이 아니었다.)
13. Poem (라그나로크 2)
조용한 분위기의 소품 트랙. 무대 위에는 Origa와 야마네 메이,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를 든 기타리스트만 남아 이 편성으로 두 곡을 더 연주하게 된다.
14. The Real Folk Blues (Cowboy Bebop OST)
오오오오오! 이 곡을 라이브로 접한다는 것은 카우보이 비밥 팬으로서는 극히 감사해야 될 일일 것이다. 더군다나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는 어쿠스틱 기타 버전! 야마네 메이는 정말 음악에 심취해서, 노래에서 그루브한 애드립과 충만한 삘을 보여주었다. 통기타 선율은 얼마나 애절한지!
15. ELM (Cowboy Bebop OST)
리얼 포크 블루스의 편성 그대로, 이번엔 통기타 연주곡인 ELM이 플레이되었다. 원래 통기타 멜로디 위에 남성의 중후한 노래(가사가 없는)가 깔리는 곡인데, 이번 라이브에서는 야마네 메이와 Origa가 함께 노래했다.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때 카우보이 비밥 OST에서 참 많이 돌려듣던 노래라서,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지.
16. Koukai (라그나로크 2)
다시 라그나로크로 귀환! 백스크린에는 밤바다의 환상적 야경이 펼쳐지고, 바이올린이 집시 스타일의 멜로디를 연주한다. 여기에 칸노 요코가 연주하는 리코더의 멜로디가 덧입혀진다. 무대 단 위에는 어느샌가 다시 나타난 무용수가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펼치고... 정말로, 이국 땅에서 만나는 밤바다의 야경이 떠오르는, 그런 멋진 곡이다.
17. Intro Theme (라그나로크 2)
단 위에 못 보던 보컬리스트가 나타나는데, ... 10살 전후로밖에 보이지 않는 작은 키의 소년이다! 소년이 칸노 요코의 피아노에 맞춰 놀라운 미성으로 어느 나라 언어인지 알 수 없는 가사를 노래했다. 어린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정확한 음의 컨트롤. 이윽고 음악에 드럼의 마칭 롤과 바이올린, 첼로의 멜로디가 가세하자 음악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아름다워진다...
18. Midgartze ... BAC style (라그나로크 2)
곡명이 너무 길어서 정확히 옮기지 못했다. (...) 이 곡에서는, 공연에서 처음으로 백파이프(스코틀랜드 전통 관악기) 주자가 나타났다! 마치 정말 스코틀랜드에서 온 듯 체크무늬 스커트를 비롯한 전통 의상을 입고 나타났지만, 얼굴은 일본인이더라. 게임을 플레이해 보지는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게임상에서 midgartze라는 지역이 스코틀랜드 컨셉이고, 이런 종류의 BGM이 등장하는 모양이다.
19. Prontera Field (라그나로크 2)
기타가 이끄는 연주음악. 곡명으로 보아서는 Prontera 라는 필드에서 나오는 필드 BGM일듯? ... 이라는 단순한 상상을 해보았다.
20. Imiru (라그나로크 2)
Koukai와 마찬가지로, 칸노 요코의 리코더와 시노자키 마사츠구의 바이올린이 리드하는 경쾌한 곡. 필드 전투 음악에 어울리는 느낌인데, 도중에 아까의 무용수가 등장하여 무대 전면에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어느새인가 무대 앞에 놓여있는 칼 소품을 들고 음악에 맞추어 정말 멋진 검무를 펼쳤는데, 상대적으로 심심한 음악을 무용수의 퍼포먼스로 잘 메웠다고 생각된다.
21. Yoru-vo (라그나로크 2)
바이올린이 이끄는 발라드 트랙. 다음 곡의 반전을 위한 조용한 분위기 전환을 이끌어주었다. 검무를 추던 무용수는 이제 무대 중앙의 단에 올라 곡이 마무리됨과 함께 정지 자세를 잡고...
22. 5 Years war (라그나로크 2)
이번 공연의... 극반전은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무용수가 있든 무대 중앙의 단이, 갑자기 회전하기 시작한다, 통째로... .... 그리고 등장한 것은... 맙소사. 정규 편성의, 진짜 오케스트라다! 관객들은 모두... 경악에 휩싸였다. 퍼스트/세컨드 바이올린 군, 비올라 군, 첼로 군, 콘트라베이스 군, 2관 편성 관악기군, 거기에 오케스트럴 퍼커션, 하프까지!!! 맙소사... 그 앞에서, 아까 스리슬쩍 없어졌던 칸노 요코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무대가 180도 완전히 회전하고, 이 ‘5년 전쟁’이라는 제목의 웅장한 곡이 계속 연주되었다. 하아.. 필자는 공연 시작시에 ‘생각보다 소규모 편성이군’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떠올라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정규 오케스트라를 숨겨놓고 있다가 공연의 중후반에 펼쳐놓는 센스라니... 극한의 반전이다. 이런 걸, 공연 러닝타임의 반 이상이 지나갈 동안 숨겨놓고 있었단 말이냐!!!!!
23. Midgartze Rengougan (라그나로크 2)
어느샌가 없어졌던 드러머와 퍼커셔니스트가, 스코틀랜드 의상을 비스므리하게 흉내낸 옷을 입고 무대 양쪽에서 북을 두드리며 등장한다. 그리고 백파이프 아저씨의 재등장! 역시 스코틀랜드 전통 민요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데, 이제는 여기에 오케스트라가 가세한다. 세상에, 이렇게 웅장해지는걸...
24. Din Don Dan Dan Non Monster (라그나로크 2)
이제 밴드 앙상블과 풀 오케스트라가 완전히 합쳐진 앙상블로 연주를 시작한다! 리드 멜로디는 바이올린 솔리스트의 화려한 16비트 플레이에 실려나온다. 백 스크린에는 게임 플레이 영상이 플레이되면서, 게임의 주인공 CG 캐릭터들이 나타나 아기자기한 동작을 펼쳤다. 라그나로크 팬들의 환호성이 중간중간 터져나왔다. 여기에 Origa를 비롯한 보컬들도 가세! 그야말로 Full Line-up으로 가장 화려한 연주곡이 펼쳐졌다.
25. Blue (Cowboy Bebop OST)
Din Don Dan... 의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천국의 울림과도 같은 하이톤의 코러스가 들려온다. 어느새인가 사카모토 마야는 공연장의 2층 발코니에 올라가 코러스를 노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관객들의 이 미친 듯한 함성이란... 이윽고 야마네 메이가 ‘Never see a blue sky...’ 로 시작하는 가사를 읊기 시작하자, 이제는 완전히.. 안습의 도가니다. 진심으로, 공연 보면서 안구에 습기 차는건 너무나 오랜만이었다... 곡 후반부에서는, 오케스트라까지 가세하고 야마네 메이는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한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고동치는 심장으로부터 울려퍼지는 노랫소리가 관객의 심장을 찢어놓는 듯한 이런 느낌... 곡이 끝나고 야마네 메이는 무대 위에 무릎을 꿇어버린다.
26. 반지 (에스카플로네 OST)
안습을 넘어선 안구에 쓰나미 행진이다, 이건... 정말.
본래 사카모토 마야의 곡인데, Origa에서부터 3명의 보컬이 차례로 돌아가며 불렀고... 정말 미칠 정도로 감동적이었던 건, Origa와 야마네 메이가 한국어로 된 가사가 적힌 종이를 들고 한국어로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 어색한 발음이었지만, 노랫말 하나하나가 귀에 꽃힐 때의 이 느낌은 정말... 형용할 수 없다. 사카모토 마야는 본래 이 곡의 한국어 버전을 레코딩했기 때문에, 메인 보컬로서 가장 완벽한 발음으로 노래를 멋지게 불러냈다.
27. 약속은 필요없어 (에스카플로네 OST)
에스카플로네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잊을 수 없는, 오프닝 곡! 아... 안구에 쓰나미 3연타. 이쯤 되면 관객들은 가사를 전부 따라부르게 된다. “그대의 그대의 그 눈빛, 모든 슬픔 전부 씻어주네, 그대의 그대의 환한 미소, 내맘속 가득히” ... 사카모토 마야는 노래의 후렴구에서 이 한국어 가사를 반복했고, 정말 관객들이 전부 노래를 따라부르는 분위기까지 이끌어냈다. 하아... 이 곡을 라이브로 듣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애니메이션은 초등학교 때 봤었는데.....
28. (Encore 1) Orchestra Medley
보컬과 세션들이 퇴장하자마자 관객들이 거세게 앵콜을 불러댔고, 칸노 요코는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무대로 나왔다. 그리고 무대 위에 남아있던(...) 오케스트라와 함께 이 메들리를 시작한다. 중간중간에 에스카플로네의 테마나 마크로스 플러스, 턴에이건담의 테마 등 익숙한 멜로디가 나올 때마다 관객들의 환호가 터져,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29. (Encore 2) Hodo
오케스트라 메들리가 끝나고, 칸노 요코는 마이크를 잡고 이번 공연에서 처음으로(...) 멘트를 시작했다. 시작은 “안녕하세요~ 저는 칸노 요코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정말 10~20대 배역 전문 성우를 연상케 하는 귀여운 목소리가 40대 아줌마의 입에서 나오는데... 게다가 어눌한 한국어 발음까지! 그럼에도 그녀의 한국어는 꽤나 유창(발음 제외)했다. “오늘은~ 전부 삼계탕을 먹었어요~ 힘이, 불끈불끈 넘쳐요! 그럼, 힘이 넘치는 멤버들을 소개해볼까요?” 이런 멘트와 함께 멤버 한명한명을 칸노 요코가 직접 소개하는데, 아... 수많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되는 순간이다. 베이시스트인 바가본드 스즈키는, 본직이 스님이었댄다. (...) 그리고 라그나로크 2 인트로 송을 부른 어린 소년은 한국인이었고, 오케스트라도 한국인 오케스트라였다고 한다. 퍼커션의 후지이 타마오는 멤버 소개에서 좋아하는 한국 연예인을 ‘송승헌’이라고 답했고, 칸노 요코는 ‘난 송강호가 좋은데’라고 말해 엄청난 반응을 유도해냈다.
세션 소개가 끝나고, ‘마지막 곡’이라는 Hodo가 연주되었다. 집시 스타일의 곡인 이 곡은, 오케스트라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각자 악기(악기가 없으면 작은 퍼커션)을 들고 무대 앞으로 나와 연주하는 방식으로 공연의 마무리를 완성했다. 전원이 함께 무대 앞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분위기로 앵콜을 꾸미는 기획이라니... 역시 천잰데? 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지.
30. (Encore 3) Piano Solo
오케스트라 무대는 다시 180도를 회전하며 관객들의 시야에서 사라졌고, 칸노 요코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작별인사와 함께 환호성을 뒤로 하고 무대를 떠나갔다. 어느새 홀로 남은 칸노 요코, 끝난 줄 알았더니 다시 피아노에 앉아 솔로를 연주한다. 오, 이번엔 상당히 익숙한 메들리로 이어졌다! 카우보이 비밥의 We Qui Non Coin, Piano Black 등의 잘 알려진 곡들을 마지막 선물로 안겨줬다.
마지막에는 정말 관객들을 감동의 바다로 몰고가는 칸노 요코만의 귀여운 퍼포먼스가 있었는데... 이것만은 공연을 직접 관람했던 사람들끼리의 추억으로 남기기로 하고, 공연에 대한 리뷰는 여기까지!
칸노 요코, 정말 대단하더랍니다... 음악적 천재성이야 익히 접해서 알고 있었지만, 정말 따뜻한 인간적 감성과 사랑을 음악을 통해 공유하는 데에 있어서의 재능이 놀랍더군요.. 보컬들과 세션 멤버들 한명한명도, 개개인의 화려한 스킬을 펼치기보다는, 함께 하모니를 만들며 작곡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음악을 아기자기하게 보여주어 그 감동이 배가되었습니다. 드림 시어터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차가우면서도 웅장한 드라마틱 서정성의 반대편에 서있는, 음악의 또다른 재미를 오랜만에 느꼈다고도 생각되네요. 2007년 6월 20일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 같습니다.
첫댓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왜 몰랐을까요.....ㅠㅠ The Real Folk Blues를....라..이..브......로.......아아아아아아아아아안이라ㅓ니아호니ㅏ옿;ㅣㅏㄴㅇ호니ㅏㅇ호니ㅏ호니ㅏ호
첫댓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왜 몰랐을까요.....ㅠㅠ The Real Folk Blues를....라..이..브......로.......아아아아아아아아아안이라ㅓ니아호니ㅏ옿;ㅣㅏㄴㅇ호니ㅏㅇ호니ㅏ호니ㅏ호
라그나로크 콘서트라길래 안 갔는데 ;ㅁ; ;ㅁ; ;ㅁ; ;ㅁ; ;ㅁ;
아이 무슨 소설인줄 알았네요 ㅇㅇ;;
음... 본의아닌 염장글이 되어버린 듯..... ...ㅈㅅ... (애도)
전 대항해시대2음악을 요즘에도 종종 듣곤 합니다 ㅎㅎ
오 ㅋㅋㅋㅋ 저두 칸노요코 조아해여 ㅋㅋㅋ
말만 한국겜이지 실속은 완전 일본겜인 라그2...;; 비호감이지만 칸노 요코는 좋아하고...아 부럽습니다.
허 근데 진짜 사카모토 마야도 나왔심까? 헐. 헐.
카우보이비밥 OST가 생각나네요 그리고 SeatBelts...정말 멋진 음악을 하는 분이시죠....
부럽네요...저런 공연이 있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