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란 질감이 내 얼굴을 문지른다고 느꼈다."
카약을 즐기던 베네수엘라 남성 아드리안 시만카스(23)가 지난 8일(현지시간) 칠레 파타고니아 해안 근처 마젤란 해협을 통과하던 중 혹등고래 입속에 들어갔다가 금세 토해지듯 퉁겨나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는, 동화 '피노키오'의 주인공 같은 신기한 체험을 했다.
아드리안은 14일 영국 BBC의 스페인어 매체인 BBC 문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고래에 먹힌 뒤 처음 알아챈 것은 점액질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난 아마도 날 먹은, 범고래나 바다괴물일 수도 있는 뭔가의 입속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느라 시간을 보냈다"면서 어쩌면 "피노키오처럼" 혹등고래의 몸 안에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고래가 토하듯 그를 밖으로 내보냈다.
그는 아버지 델 시만카스(49)과 함께 열심히 패들을 젖다가 뭔가가 "뒤에서 날 치더니 날 가두고 삼켰다"고 했다. 부친이 몇 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가 카메라에 담아 이 놀라운 시련을 생생하게 전할 수 있었다. "난 두 눈을 감았는데 다시 눈을 떴을 때, 내가 고래 입속에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길다란 질감이 내 얼굴을 문지른다고 느꼈다"고 돌아본 그는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암청색과 흰색 뿐이었다고 했다. "만약 그것이 날 삼켰다면 난 더 이상 멈추라고 싸울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궁금해 했다. 난 다음 할 일을 생각해야 했다."
몇 초 뒤에 아드리안은 몸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느낌을 갖기 시작했다.
"얼마나 깊숙이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숨을 쉴 수 있을지 조금 걱정했다. 그리고 살아나오려면 오래 걸릴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2초쯤 걸렸으며, 결국 난 수면 위로 나와 그것이 날 먹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근처 카약에서 부친 델이 믿기지 않는 일을 보고 있었다. 둘은 막 칠레 최남단 도시 푼타 아레나스의 해변을 따라가는 이글 만 횡단을 마치고 있었다. 뒤에서 충격음을 듣고 "돌아봤을 때 아드리안을 보지 못했다. 잠깐 걱정했는데 그가 바다로 퉁겨 나오는 것을 봤다"면서
"그 때 뭔가를 봤는데 몸뚱이, 즉각 덩치 때문에 고래의 한 종일 것이라고 짐작했다"고 털어놓았다.
델은 파도 높이를 기록하기 위해 자신의 카약 뒤에 카메라를 고정해 놓았는데 그 덕에 아들의 놀라운 체험을 생생히 담을 수 있었다. 아드리안은 동영상을 보며 그 고래 덩치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알고 충격을 받았다. 부자는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리려고 7년 전 베네수엘라를 떠나 칠레로 이주해 살고 있다고 했다.
아드리안은 "고래가 뒤에서 나타난 순간을 보지 못했는데 꼬리는 보였다. 난 보지 못했으며, 듣기는 했다. 그게 날 걱정하게 만들었다"면서 "하지만 얼마 뒤, 동영상을 보며 그것이 내 앞에 나타났을 때 얼마나 엄청난 크기였는지 알게 돼 만약 봤더라면, 훨씬 더 겁먹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드리안에게 이번 체험은 그저 살아남는 일이 아니라 고래가 자신을 뱉어냈을 때 "두 번째 기회"를 받았다고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지상에서 가장 극한의 장소 중 한 곳에서의 "독특한" 체험이 "그 지점에 이르기까지 내가 더 잘할 수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게 초대했으며, 그 과정에 난 이 경험을 활용하며 마찬가지로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야생 전문가에 따르면 그가 고래에게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간단한 이유 때문이었다. 브라질의 환경보호 활동가 로체드 제이콥슨 세바는 BBC에 혹등고래는 작은 물고기와 새우를 삼킬 수 있게 목이 좁게 "가정집 파이프 크기 만하게" 설계됐다면서 "그들은 카약, 타이어 같은 커다란 물체, 심지어 참치 같은 커다란 물고기도 물리적으로 삼킬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그 고래는 물리적으로 삼키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카약을 뱉어냈다"고 덧붙였다.
그 혹등고래가 실수로 아드리안을 삼킨 것으로 짐작된다는 세바는 "그 고래는 물고기 떼를먹으면서 의도하지 않게 카약까지 집어넘긴 것 같다. 수면의 고래들은 먹이를 먹으며 아주 빨리 움직여 실수로 경로에 있는 물건들을 치거나 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고가 패들보드나 서프보드나 고래들이 자주 헤엄치는 곳에서 조용히 선박을 운행하면서 피해야 할을 "상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경고했다. 고래 관찰과 연구를 위해 이용하는 보트들은 늘 엔진을 켜두어야 하는데 이런 소음이 고래들이 그것들의 존재를 알아채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