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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 40여년 간 초등학교 교사로 현직에 있었다.
최근 일어난 몇 건이나 되는 교사의 자살 사건은 참으로 안타깝다. 학생들의 부정적 행동과 학부모들의 이른바 갑질이라는
괴롭힘으로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으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길을 선택했을까?
내가 한창 근무를 할 때만 해도 교사들은 '선생님'으로서 존중받고 예우받고 대접을 받았었다. 진보 진영에서 표를 의식하고
내 놓았을 학생들의 인권,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논리로 '선생님'들의 회초리를 빼앗아 학생들에게 더 강력한 철권을 들려
줌으로 하여 '교사'들은 비행 학생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을 없앤 대신 학생들은 교사들에게 마음 놓고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해도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법의 보호를 받는 지경에 이르게 했다!
나도 같은 교사로서 지난 일을 되돌아 보면 우리 때 직업으로서의 교사는(특히 초등교사가 더) 인기 직종이었다. 서울의
대학에서 연고대 다음 서울교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린 티가 가시지 않은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천사같은 아이들 속에서
웃고 즐기며 생활을 하는데도 먹여 살려주는 직업이었으니 말이다.
차츰 어려워지기 시작하여 나도 종반 4~5년 정도는 즐겁지 못한 때도 많이 있었다.
거의 평생을 순종하는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말을 잘 듣지 않거나 공부를 못하면 체벌을 가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을 별로 하지 못했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내가 한 행동이 신체적 폭력, 언어적 폭력, 성추행에 해당하는 것이 적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도 학생, 학부모로 부터 존중받고 대접 받으며 교사 생활을 해 왔다!
내가 1978년 여름방학 때 보이스카우트 지도자 기본훈련을 받고 다음 해 부터 단위대 대장으로 스카우트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75년 10월 군대에서 34개월 간의 만기 전역으로 병역을 필하고 복직을 하여 충남 아산의 변두리 시골학교에서
근무했었다. 당시 군사독재 체제하의 사회에서 학교 생활을 답답해 하던 때, 가끔씩이나마 배낭을 멘 채 아이들을 이끌고 학교
밖으로 나가 야외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캠핑의 맛을 알게되고 타 지역의 대원들 지도자들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하나의 탈출구가 되었다.
내가 전교생 150명 정도의 작은 시골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천안 시내의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옆 자리의 친구가
초등학교에서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한 얘기를 여러 번 듣게 되었었는데 시골 출신의 나에게는 천상계의 이야기나 다름 없었다.
그런 내가 아이들을 맡아 그런 활동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동안의 활동을 이야기로 풀어 나간다면 소설책 여러 권의 분량이 넘을 것이므로 다 쓸 수는 없고, 간단히 인상적인 몇가지만
소개하려 한다.
영국의 3성장군 출신 베이든 포웰 경이 창시한 보이스카우트! 내가 스카우트 지도자로서 등록을 한 기간은 약 20년 정도이고
그 중 직접 단위대 대장으로 대를 운영 한 것은 10년 가량이며 나머지 10년은 협조지도자로 도움을 주는 입장이었다. 처음에는
대원을 모집하는데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는 1개대 40명 인원도 채우기 어려워 겨우 이삼십명 정도로 모집하여 운영하기도 했고,
전교 60학급이 넘는 큰 학교에서는 지원자는 많은데 감당할 지도자가 없어서 학급당 두세명씩 할당을 하기도 했다. 경쟁이
치열하여 성적순이나 학급 임원 우선의 원칙으로 모집을 하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오만의 극치다!
연간 활동 내용 중 중요한 몇가지를 추려보면 첫째, 촛불의식으로 시작하는 선서식, 이론과 기능 학습을 위한 대집회, 하이킹,
여름 지구연합회 주관의 임간학교 참가, 단위대 자체의 임해수련학교 개설, 상급기관에서 시행하는 캠페인 등 참여,
나 개인적으로는 중,고등학교 대상인 소,연장대 행사 협조, 각 단위대 대원지도자 훈련, 대장 훈련 등을 참가하느라 여름 방학이면
눈 코 뜰 새 없이 행사와 야영장을 따라 다니기에 바빴다. 잼버리 행사가 있는 해는 더욱 바빴다.
서두에 밝힌대로 모두 서술하기에는 내용도 너무 길고 관계자가 아니면 별 흥미도 없을 것 같아 다 생략하고 아래 3가지만
언급한다.
1. 스카우트선서
나는 나의 명예를 걸고 다음의 조목을 굳게 지키겠습니다.
첫째, 하느님과 나라를 위해 나의 의무를 다 하겠습니다.
둘째, 항상 다른 사람을 도와 주겠습니다.
셋째, 스카우트의 규율을 잘 지키겠습니다.
이십여 년간 스카우트 모임이 있을 때마다 지도자 회의를 할 때마다 몇 천번은 암송을 하여, 병역을 필한 대한민국 남자가
군번을 죽을 때까지 잊지 않듯 이 선서 내용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2. 스카우트 대장
-'에드가 A. 게스트'의 시-
보수나 댓가도 없이 거저 봉사하는 그대
함께 오솔길을 걷던 소년들은 그대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누가 이 위대한 보수, 금을 캐내는 것보다 더 값 비싸다는 것을 알랴?
소년들의 구릿빛 얼굴을 보라!
거기 그대에게 주어질 보수가 그려져 있다
그대가 무아의 정신으로 봉사한 5년 동안은
인디언의 외침과 부엉이 울음소리를 더듬은 발자취였다
그대가 캠프파이어로 밝힌 5년 동안은 미래에 있을
아니 꼭 실현될 소년들의 가슴 속에 빛을 간직했던 것이다
저들이 지금은 가진 것이 없지만
그대 삶이 원숙해질 무렵
저들은 바로 그대에게서 배웠던 그 방법으로
그대에게는 큰 뿌듯함과
가슴저리도록 순수한 긍지를 안겨 줄 것이다.
그날이 오면
그대는 최고의 명예를 만끽하면서
환희에 찬 미소를 머금는다
교사라면 거의 다 내용을 알고 있을 '나는 무명교사를 예찬하는 노래를 부르노라'로 시작되는 시인 '헨리 반 다이크'의 시
'무명교사 예찬'과 비슷한 내용의 시이다.
스카우트 활동에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한번씩 읽어 보면 재 충전이 된다. 시에 나오는 '무아의 정신으로 봉사한
5년 동안'은 어째서 5년인가? 영국의 스카우트 대장의 임기가 5년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공립학교 교사들은 한
학교 5년 근무라는 근무 제한 연수와 딱 맞아 떨어진다! 시인이 현재 한국의 공립학교 교원인사제도를 알고 있을 리는 없지만!
3. 지도자의 노래
- 돌아가자 서삼릉으로 -
우리는 (지도자) 즐거운 (지도자)
몸과 마음 다 하여 땀 흘려 왔네
우리의 할 일 이제 다 마쳤으니
그리운 서삼릉 찾아 가보세
서삼릉 정든 곳 이제 그리워 찾으려 하네
저 길웰 정든 곳 이제 그리워 찾으려 하네
[주(註) 1. 서삼릉 : 우리나라에서 스카우트 상급훈련을 받을 수 있는 중앙훈련소가 있는 곳 2. 길웰 : 영국에 있는 스카우트
지도자 훈련소가 있는 곳]
* '돌아가자 서삼릉으로' 노래 : 우드배지 재회행사, 각종 스카우트 행사에서 지도자 끼리 모이게 될 때 어깨동무나 손을 잡고
불려지는 노래다. 악보에 충실한 노래보다 좀 서투르더라도 현장에서 지도자들끼리 부르는 노래가 더 정겹다!
- 유튜브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Qx-2cS3yEqU
내가 일선 단위대 지도자로 활동할 당시에는 보이스카우트(현재는 '스카우트'로)의 조직 체계는 각 지역별 단위대(마을별,
단체별, 우리나라에서는 학교별)가 있다. 상급 기관으로는 시,군,구별 '지구연합회'가 있으며, 각 시도별로는 '지역연맹'이
그리고 전국적으로는 '한국보이스카우트연맹'이 있다.
지도자의 자격 훈련체계는 '기본훈련', '상급훈련', '부교수 훈련', '교수 훈련'으로 되어 있었다. 일선에서 직접 대를 이끄는
대장은 '기본훈련'으로 충분하지만, 오랜 경험을 쌓으면 좀 더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욕구도 생기고 상급훈련 이상 과정을
마치면 '우드배지' 소지 자격이 주어 진다. 상급훈련 이수자부터는 비즈라고 하여 목걸이 형태의 가죽끈에 꿴 작은 나무조각
2개가, 부교수 과정 이수자는 3개, 교수 과정 이수자에겐 4개의 비즈가 주어진다.
상급훈련 이상 과정을 마친 지도자에게 주어지는 이 것이 진정한 스카우트 지도자로서 명예의 상징이자 자부심인 '우드 배지
(Wood Badge, 나무 뱃지)'인 것이다.
지금도 시행되고 있는지 몰라도 예전에는 '우드배지 재회행사'라고 하여 몇년(4년?)에 한번 꼴로 전국 또는 시도별로 우드배지
소지자 모임 행사를 갖고 우드배지 소지자끼리 자축하며 친목을 도모하고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었다.
본래 '보이 스카우트'는 전에 한번 언급을 했듯이 학교 중심으로 조직하는 것이 아니다. 민간 마을이나 단체에서 뜻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조직 체계를 구성하고 주변의 활동을 희망하는 청소년을 모집하여 운영하는 것이 베이든 포웰 경의 창시 초기
방침이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학교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 같다. 내가 처음 활동을 시작하기 몇년 전 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밀어 붙이다보니 이미 견고한 조직을 갖춘 학교를 이용하게 된것이 오늘날에 이르렀다.
나는 시도는 어찌 되었건 어쨌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다고 본다. 자칫 우물안 개구리에 불과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을 청소년들에게 대자연에서의 야외생활, 야영, 탐험심, 다른 지역의 대원들과의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 졌었다는 것만 해도 큰 교육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본다.
나는 20여년의 활동으로 많은 스카우트 관련 도서와 자료, 장비, 물품 등을 소지하고 있었다.
퇴직을 하고도 몇년은 보관하고 있다가 내가 직접 활동에서 손을 떼고 보니 필요가 없어져서 버릴까 하다가 마침 현직에서
계속 활동을 하고 있던 천안중학교 동문 후배에게 모두 물려 주었다.
며칠 전 전북 완주에서 중학교에 근무하시는 후배 선생님께서 내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시고 찾아 오셨다. 현재 대를
운영하며 지난 새만금지구에서 열린 세계잼버리에도 대원과 함께 참여를 했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가능한한 계속 스카우트
활동을 하고 싶고 스카우트 관련 작은 전시대를 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자료가 부족하니 혹시 보관하고 있는 것 있으면 보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미 쓸만한 것은 다 넘기고 난 후로 소지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빈약하기 짝이 없는 것 뿐이어서 내가 가지고
있던 물품 몇가지와 아래의 문서 몇개를 보내 드렸다. 이제 나에게서 스카우트 관련한 것은 아무 것도 남은 것이 없다. 어차피
지금은 있는 다른 모든 물건들도 서서히 정리해 나가는 중이라 그런 것들도 머지 않아 버려야할 쓰레기에 불과한 것으로 아무런
미련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이랬었다는 것은 남기고 싶어서 사진으로 나마 찍어서 아래와 같이 남긴다!
내가 40여년의 교직 생활 중 가장 화려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때가 스카우트 대를 이끌 때 였었다고 자부한다.
크게 잘한 것은 없었지만, 나의 담임 반 아이가 아니어도 나를 잘 따랐었고 졸업 후에도 거리에서 만나면 '대장님!'하고 부르면서
무척 반가워 해 줬으며 심심 찮게 오래도록 스승의 날이면 편지도 보내왔었다.
그렇다고 나의 반 아이들에게 소홀하지는 않았다. 스카우트를 통하여 익힌 여러가지를 학습활동에 응용하여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학습을 이끌어 그 당시에 내 담임반이 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하기야 여기서 아무리 내가 좋게 얘기를 한 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니 '뻥'이 아니냐고 반박을 해도 할 말은 없다!
지금까지 잊지 못할 만한 일은 많지만 그 중 여름방학 때 3박4일간 임해학교 야영수련 때의 일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하일라이트이자 마무리 순서인 캠프파이어 의식을 마치고 대원들을 모두 숙소에 들여보내 잠자리에 들게 한다. 자라고 한다고
100퍼센트 잠자는 나라 세상 어디에도 없다. 특히 초등학교 스카우트 마지막인 6학년 대원들과 몇몇 지도자, 학부모님들은
마지막 밤이 아쉬워서 잠이 안 온다고 사그라드는 모닥불 가에 빙 둘러 앉아 가만가만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한다.
모닥불이 완전히 꺼지게 되어 그 마저도 자리에서 일어날 때에는 아쉬움에 울먹이며 '대장님, 우리가 졸업을 하더라도 잊지
말아 주시고, 가능하면 내년 야영행사에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제가 대장님을 도와 후배들을 잘 보살펴 줄게요!'라고
말하는 대원도 있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더 눈물을 흘리고 싶어 진다! 나는 3박4일 동안을 거의 매일 하루 한두시간 만
눈을 붙일 뿐 거의 새우다시피 한다. 행사가 끝나면 이틀 정도는 집 밖에 나가지 않고 퍼져 있는다!
* 가수 박인희의 '모닥불' 유튜브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ojMIbD5vrR4
역시 입증할 수는 없지만, 단위대의 대집회 시 하느님과 나라에 대한 의무를 명시한 스카우트 선서를 비롯하여 이러저러한
교육을 한다. 거기에 더해 대자연과의 교감을 중요시하는 스카우트 활동을 한 대원 중 교사에 대하여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는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 본다!
♠ 스카우트 관련 자료 몇개 ♠
* 윤석렬 대통령 명예총재 추대 유튜브 동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zDUPiO9VNP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