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42) - 의미 있게 보낸 시즈오카 문화탐방
-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기행록 47
5월 16일(화), 조선통신사의 자료와 역사를 가장 많이 간직한 시즈오카의 문화탐방일이다. 오전 9시 15분, 숙소를 나서 시즈오카 현청으로 향하였다. 30여분 걸어 도착한 곳은 현 청사 앞의 슘푸 공원, 넓은 공원은 특별한 건조물 없이 텅 비어 있는 가운데 시즈오카에서 유년기와 청년기에 이어 말년을 보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동상이 현 청사로 들어가는 일행을 지켜본다.
시즈오카 현청으로 가는 길
현 청사 회의실에 들어서자 곧바로 환영행사, 이데노 스토무 시즈오카 현 부지사가 환영인사를 한다. 그 요지,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일행의 시즈오카 도착을 환영한다. 4월 1일에 서울을 출발하여 45일간 850여km를 걸어 시즈오카에 이른 그 힘에 경의를 표한다. 시즈오카는 지난 4월에 한국의 전주, 중국의 청두 등과 동남아 문화도시로 발족하여 그 개막행사 때 전주를 다녀왔다. 시즈오카 시미즈구의 세이켄지(淸見寺)에는 조선통신사의 기록과 자료(휘호 편액 등)가 많이 남아 있고 2017년의 유네스코 기억유산에도 총 330여점 가운데 48점이나 등재되었다. 뿐만 아니라 시즈오카에 연고가 깊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조선통신사를 정중하게 맞이하는 기틀을 마련하는 등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 이를 기반으로 한 한일우정걷기가 한일우정과 교류를 증진하는데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관내에 있는 후지산 조망하며 도쿄까지 평화와 우정의 발걸음을 무사히 마치시기 바란다.’
김태호 정사의 답사, ‘지난 4월 23일에 일본 쓰시마에 도착하여 20일 넘게 여러 지역을 거쳐 어제 시즈오카에 도착하였다. 조선통신사와 인연이 깊은 시즈오카에 들어서며 자연의 청아한 분위기와 문화적인 친근감을 느끼게 되어 뜻깊다. 한일우정걷기 일행은 200km넘는 쓰시마 지역을 8일 이상 걷는다. 명산 후지산의 정기와 시즈오카 현의 심장부인 현 청사에서의 따뜻한 환영에 힘입어 우리가 내건 슬로건, ‘세계에 평화, 한일의 우정을‘ 증진하는 작은 발걸음이 큰 성과로 이어지기를 염원하며 도쿄까지 힘차게 걷겠다.’
엔도 일본대표의 인사, ‘50여명의 한일우정걷기 일행은 하나가 되어 한국구간 무사히 마치고 일본구간을 열심히 걷고 있다. 우리는 조선통신사가 남긴 문화적 가치를 유네스코기억유산에 등재시키는데 앞장섰고 그 열정으로 세계평화와 한일우정 증진에 기여하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더욱 큰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기 바란다.’
시즈오카 현청의 기념촬영
휘호 서명과 기념촬영으로 현청사의 예방을 마치자 곧장 시즈오카 역으로 향하였다. 행선지는 시미즈구 오키츠(興津)에 있는 세이켄지(淸見寺), 곧바로 연결된 전철을 이용하여 오키츠(興津) 역에 도착하니 11시가 넘는다. 20여분 걸어 세이켄지에 이르러 자리를 잡자 사이렌이 정오를 알린다. 시즈오카에 거주하는 나카니시 하루요 씨가 시내에서 가장 맛있는 초밥을 주문, 먼저 점심부터 든다.
식사 후 세이켄지(淸見寺) 이키로 주지의 한국어 인사, ‘옛날 세이켄지에는 조선통신사가 자주 들렀다. 이를 통해 조선과 에도의 문화교류에 일익을 담당하였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에도 많은 자료가 등재되었다. 한국의 대통령이 세이켄지를 방문하는 날이 오기 바란다.’
이어서 시즈오카 현 내의 여러 도시를 걷는 동안 제반 안내를 해준 다케노 노보루(후쿠로이 시의원) 씨의 주선으로 4년 전에도 이곳에서 일행을 맞은 오바타 미치히로(조선통신사를 비롯한 한국문화전문가, 15년간 평택대 교수로 재직하여 한국어에 능숙하다) 씨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다.
세이겐지는 조선통신사가 남긴 서화와 글씨를 일본에서 가장 많이 간직한 자료의 보고, 유네스코문화유산에 등록된 것만 수십개가 있고 산문에서부터 본당에 이르기까지 여러 건물의 현판도 통신사 일행이 쓴 글씨의 복제품들이다. 정문에 큰 글씨의 동해명구(東海名區)라 쓴 현판은 1748년의 통신사 역관으로 온 현덕윤의 글씨, 전국을 돌아보며 명작을 많이 그린 방랑화가 야마시다 기요시가 세이겐지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절경이라고 표현한 것에서 유래하였다. 1648년에 조선통신사로 참가한 박안기는 빛나는 구슬처럼 아름다운 세계라는 뜻의 현판 휘호를 남기기도. 뛰어난 경치의 세이겐지는 태평양에 연한 바다와 울창한 숲이 사찰 앞뒤를 감싼 명찰, 천황을 비롯한 일본 유수의 세력가들이 이곳에서 묵거나 별장을 보유하기도 하였는데 철도가 개설되고 항만이 들어서면서 옛날의 정취가 많이 훼손되었다.
조선통신사 일행이 쓴 동해명구의 현판을 배경으로
한 시간 여 오바타 미치히로 씨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조선통신사들이 남긴 시문과 글씨 등을 살피고 에도 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소년 시절 인질로 머물며 공부한 작은 방과 그가 심었다는 와룡매(臥龍梅, 용이 기어가는 모습의 매화나무)도 돌아보았다. 세이켄지에서 나눠준 화첩의 표지 그림에 깃든 사연, 시즈오카에 사는 일본인이 조선통신사 일행을 수행한 화공에게 후지산의 경관에 비견할 조선의 산을 그려달라고 부탁하여 그린 설악산 풍경, 화공과 일본인은 각기 자기 고장의 산이 빼어나다고 주장하였다네.
세이켄지 탐방을 마치고 다시 시즈오카의 숙소 행, 역으로 가는 도중 일행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대접하도록 집행부에 부탁하였다. 사연인즉 오늘이 오사카에 거주하는 교민 이혜미자 씨의 생일, 예고 없이 그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었다. 역에서 잠시 머무는 동안 아이스크림을 들며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때로는 이런 깜짝 이벤트도 필요하리라. 남은 때 그의 건강과 행복을 빈다.
숙소에 돌아오니 오후 3시가 지난다. 잠시 휴식 후 저녁 6시에 숙소 인근의 식당에서 시즈오카 유지들과의 간담을 겸한 만찬회동을 가졌다. 실용적인 가격의 아담한 식당에서 두 시간여 진행된 만찬 도중 오늘 생일을 맞은 이혜미자 씨의 생일축하케이크를 자르며 함께 기뻐하기도.
생일축하케이크를 들고 기뻐하는 이혜미자 씨와 박수로 축하하는 일행의 모습
같은 테이블에 앉은 시즈오카 현 후쿠로이 시의원 다케노 노보루 씨와 통역을 맡은 오바타 미치히로 씨와의 다양한 대화가 유익하였다. 만찬이 끝날 무렵 오전의 시즈오카 현청의 환영행사에 동참한 하라다(후지에다에서 극진한 접대를 한 전 중의원 의원) 씨가 엔도 대표를 통하여 전화를 걸어왔다. 현청에서의 내 인사말을 한국의 지인에게 알려주었다는 내용, 관심 있게 경청하고 전화까지 걸어주니 감사한 일이다. 이래저래 유익한 친교의 시간, 만찬이 끝나고 숙소에 돌아오니 저녁 9시가 가깝다. 내일은 무더운 날씨라서 충분한 수분 섭취 등 안전걷기에 유의하라는 현지인들의 당부를 새기며 좋은 꿈을 꾸자.
* 숙소에 돌아와 카톡을 확인하니 미국에 사는 오랜 친구가 지병 끝에 소천 하였다는 비보가 그 아들로부터 전해진다. ‘안녕하세요. 저의 아버님이 어제 소천하셨습니다. 더 이상 메시지를 볼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카톡으로 전한 답글, ‘아버님의 소천을 애도하며 하늘의 평화와 안식을 기원합니다.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를 드리며 장례 일체 은혜롭게 치르기 바랍니다. 저는 걷기행사로 5월 24일까지 일본에 체류예정임을 참고로 알려드립니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남은 자의 삶, 스스로를 살필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