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 수필부문>장원
[박하꽃 추억]
시흥시 정왕동 이미현
나는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울 때까지 그 꽃의 향기를 그리워하였다.
그러나 정작 그 독특한 향기를 가진 꽃의 이름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련하게 떠오르던 그 꽃의 모양을 가진 것들을 볼 수 없었다.
내 시골집 울타리에 줄지어 피어 있던 꽃.
여름이면 피어나기 시작하여 늦가을까지도 독특한 향기를 풍기곤 하였다.
앞 집 창희와 깨진 사금파리 조각으로 소꿉장을 할 때마다 모든 음식의 재료가 되곤 했던 꽃이었다.
결혼을 하고 첫아이를 낳은 지 얼마 후 꽃을 아끼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낡은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지으면서 꽃 울타리와 넝쿨장미는 사라지고 대신 굳건한 대문 있는 울타리가 들어섰다.
그리고 친정에 갈 때마다 대문을 들어서면서 갖는 낯선 느낌이 바로 그 박하꽃 향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화요일마다 트럭 가득 화분을 싣고 들어오시는 아저씨가 있다.
어느 날 바로 그 곳에서 작은 화분에 앙증맞게 앉아 있는 그 꽃을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추억 속의 그 꽃이 바로 박하꽃이었다는 것을.
얼마 전 나는 엄마에게 여쭤보았다.
어떻게 시골 울타리에 박하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게 되었는지를.
그 꽃은 엄마가 시집을 오셨을 때부터 거기 그렇게 피어 있었다고 한다.
해마다 밑동을 쳐내도 더 넓게 퍼지곤 해서 오히려 귀찮을 정도였는데 이상하게도 어느 해부터인가 말라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없애버리셨다고 한다.
시집살이처럼 매웠던 몇 십 년 전 겨울 한파도 견딘 기특했던 꽃들이었는데…
말씀을 흐리시던 엄마는 이 말씀으로 마무리하셨다.
"꽃들도 사랑하는 손길을 아는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였던 것 같구나."
나는 지금 우리 집 베란다에다 작은 화분에 여러 가지 허브를 키우고 있다.
어떤 것들은 무척 까다로워서 실패도 자주 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채워놓는다.
그리고 박하를 바라보면서 어린 시절 창희를 생각하고, 할머니를 생각하고, 그 특별했던 꽃향기를 생각한다.
박하꽃과 함께 했던 그때가 책갈피 속의 마른 꽃잎처럼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내 아들, 딸에게도 그런 추억을 심어주고 싶어 가끔은 간절히 생각해본다.
과연 이 아이들이 자라서 내 나이정도가 되면 가슴이 저려오는 추억이 떠오를까?
그 추억 속에서 엄마의 얼굴도 생각하게 될까?
*인터넷 특성을 감안하여 단락구성을 무시하고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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