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 셋 모옴의 ‘인간의 굴레’
작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이 소설은 모옴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3인칭 화법을 이용하지만 모든 것은 중심인물인 필립 캐리의 인식을 거쳐서 나온다.
느긋한 전개와 에소피드 중심의 구성이 특징인 이 작품은 캐리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까지를 추적한다. 그의 힘겨웠던 유년기와 학창 시절(그가 안짱다리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신앙을 잃게 되는 과정, 그리고 자기만의 힘으로 세상에 나아가려는 한 젊은이의 역경을 그리고 있다. 캐리는 다른 인간의 삶을 관찰하며 그들이 모두 고통 속에서 인색하고 부질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작가 모옴도 여덟 살 때 어머니를, 열 살 때 아버지를 각각 여의고 영국에서 목사직에 있던 숙부 헨리 맥도날드의 손에서 자라지 않으면 안 되었다. 숙부는 그를 장차 목사로 키울 심산이었으나, 그는 열 일곱 살 때 독일로 건너가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귀국 후에는 다시 런던의 세인트 토머스 병원에 들어가서 여섯 해동안의 의학 과정을 수업 한 끝에 내과 및 외과의의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그는 의사로서의 삶을 버리고 작가의 삶을 산다.
소설의 줄거리를 보자.
필립은 유년시절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다 여의고 목사인 백부와 백모의 보호아래 유년시절을 보냈다.
필립은 선천적으로 한쪽발이 기형이다. 그는 초등학교때 학급아이들이 절름발이라고 심한 놀림과 학대를 받은 후부터 자신의 불구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갖게된다. 그런 그의 신체적 장애는 그가 30살이 다 될 때까지 트라우마로 남게된다.
필립은 성장하여 학교를 마치고 장래의 직업을 위한 교육을 받기 위해 작은 사무실의 서기로 들어갔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몇달후에 곧 주변 인물의 영향을 받아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열심히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는 천재적 재능이 없다는 말만 돌아온다. 이미 때가 늦은 다음 자신의 평범함을 깨닫는다는건 너무 참혹한 일이다 라는 말을 필립은 실감한다.
그러는 가운데 말만 좋은 예술가라는 것에 환멸을 점점 느끼고 일류도 못되고, 이류,삼류의 가난한 예술가로서 청춘을 산다는 것과 삶을 마감한다는 사실에 회의를 갖고 화가의 길을 접는다.
필립은 부친이 의사였다는 것을 생각하여 같은 길을 가기로 결심하고 의사학교에 입학한다. 그는 부친이 남겨준 유산으로 어려움 없이 생활하고 학교에도 다닐수가 있었다.
그는 식사하러 항상 가는 작은 음식점에서 한 여인을 보게되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여인은 허영심이 많고 진실되지 못하다. 필립은 그런 밀드레드라는 여인의 성품을 알면서도 열열히 사랑했다. 밀드레드는 처음부터 절름발이의 필립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서 늘 돈이 나오므로 생활을 위하여 필립을 만났고 사랑하는 척을 연기했다.
밀드레드에게 농락당하면서 필립은 그녀를 칼로 찔러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하면서도,
또 그만큼 깊게 그녀를 사랑했다. 필립은 어느날 헤어지자는 그녀의 말에 정말 사랑한다고 헤어질 수 없다고 설득을 하고, 여전히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밀드레드에게 자신의 들추고 싶지 않은 절름발이를 내세워 동정을 자아내는 연기를 하면서까지 그녀를 붙잡았다. 그 약효는 그녀에게 얼마간 지속되었다.
그러나 밀드레드는 곧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하면서 필립을 무참히 차버렸다. 필립은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속에서 그것을 받아들이고 생활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얼마못가 뱃속에 아이까지 만들어 가지고 필립을 찾아왔다. 필립은 기꺼이 그녀를 받아주며 그녀와 행복한 생활을 꿈꾸었다.
그녀에게 친구 그리피를 소개해주었는데 두 사람은 단번에 눈이 맞아 필립을 배신하고 떠났다. 필립은 또 한번 절망했다. 그리고 예전 절망의 시기에 만났던 노라 라는 여인을 찾아갔지만, 그녀 또한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 상태였다.
필립은 의사공부에 열중을 하면서 주변에서 남은 재산으로 주식을 하여 큰돈을 벌으라는 권유를 받고, 남은 재산의 거의 다를 주식에 투자했다.
그러던 중 밀드레드와 다시 재회를 하게 되는데 그녀는 정말 여자로서 밑바닥의 직업을 가지고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필립은 그런 그녀와 아기를 또 한번 받아주었는데,
이번에는 사랑이 아니라 우정으로서였다. 그녀에 대한 사랑은 없어졌어도 어쩌지 못하는 책임감 같은게 느껴졌다.
밀드레드는 자신을 전처럼 사랑해주지 않는 필립을 몰아세우고, 유혹하고,,마침내 결혼하자고 하지만, 필립은 거절한다. 거절당한 그녀는 필립에게 욕을 엄청 퍼부으며 그가 제일 부끄럽게 생각하는 절름발이! 라는 심한 말을 하고, 필립의 세간살이를 다 때려부순 다음 집을 나갔다.
필립은 절망스러웠지만, 곧 익숙해졌다. 샀던 주식이 종이조각이 되어 엄청난 손해를 본 필립은 거의 수중에 한 푼도 없게 되어 의사학교도 휴학하게 되고 , 잠잘 곳도 없게 되었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난이라는 것에 접했고 일을 해서 생활비를 벌어야하는 처지에 놓였던 것이다. 혼자가 된 백부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편지를 썼지만 차갑게 거절을 당했다. 필립은 아는 사람의 도움으로 상점 안내원으로 취직을 하여 돈을 벌었다. 일은 너무 고되고 미래도 없는 직업이었다.
그는 다시 의사공부를 하고 싶었고, 생활비에 구애받지 않는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졌다. 그는 돈 걱정 없는 생활이 얼마나 좋았던 건지 그는 그때 느꼈다.
연애 따위로 자살하는 사람보다 가난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더 많다라는 말을 몸으로 실감했다. 돈이 절실했다.
그는 실습의만 끝나면 스페인으로 여행을 하면서 견문을 넓히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적이며 꿈이었다. 그러나 샐리라는 처녀를 만나 사랑을 하면서 그의 인생관은 다르게 변했다. 즉, 행복이란 남의 말과 글로써 주입된 이념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실한 소원을 추구하는 것이라는걸 깨달았다.
가정을 갖고 싶어한 필립은 아름답고 친절한 샐리에게 청혼을 한다.
주인공은 사무실의 서기, 화가. 의사의 길을 걸으려 했고, 사랑에도 실패하는 등 심한 성장통을 겪는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주인공은 마침내 자신이 머물 세계를 유아기의 환상으로서가 아니고 현실의 평범한 삶에서 길을 찾는다. ‘연애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보다는 가난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더 많다.’라는 말을 실감하고, 돈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는다는 것은, 성장통을 겪을 후에 어른의 세계에 안착하였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