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5월 4일 수요일 오후, 일찍 조퇴를 하고 김포 공항으로 갔다.
여러 번 제주를 갔었지만 이번 오월의 제주여행은 단연 최고였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 한 여행이라서 더 특별했다. 그동안 주로 겨울방학이나 여름방학이어서 덥거나 추울 때 다녔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친구들은 이미 배를 타고 가서 제주도에서 머물고 있고, 나만 비행기로 뒤 늦게 합류하였다. 출발은 순조롭지 않아서 갑자기 몰아친 강풍 때문에 비행기는 예정된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지연되었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친구들의 격한 환영을 받으며 제주에 도착했다.
5월5일 목요일에 우리는 어리목에 가서 푸르고 푸른 신록의 봄을 마음껏 즐겼다. 계단이 꽤 가파라서 정상까지 얼마나 걸릴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하산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지만 모두 중국인들이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제주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오후엔 허브동산에 갔다. 처음엔 허브랜드를 치고 가니 여관이 많은 제주 시내복판으로 데려다 준다. 뭐야? 다시 수소문해 알아본 결과 랜드가 아니고 허브동산이란다. 수많은 꽃들의 향기에 취해 보고 꽃들과 사진도 찍다가 아로마 허브 황금 족욕을 했다. 향기가 사람을 이리 편하고 기분 좋게 해 준다니...
유모어가 많은 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직접 족욕체험을 해 본다. 주최측에서는 손 하나 까딱 안하고 관광객 스스로 하는 족욕 체험이었다. 손 하나 안대고 돈을 버니 참말 굳 아이디어네. 사람 많을 때는 몇백명이 한꺼번에 들어와 족욕을 한다고 한다. 로즈향이 피로를 싸악 풀어준다. 기분 좋은 하루가 끝나고 숙소인 대명콘도로 돌아온다. 영호 제부가 특별히 영호를 위해 4일이나 빌려 주었다고 한다.
5월6일 금요일엔 아침 일찍 성산읍에 있는 일출랜드로 갔다. 영호 딸이 우리를 위해 인터넷 예약까지 해 놓았다. 안내인이 파란 동선을 따라 관람을 하라고 알려준다. 우리를 환영하는 뜻인지 분수가 솟아오른다. 만장굴을 닮은 미천굴에 먼저 들어갔다. 1695m중 365m만 개방했다고 한다. 큰 선인장 등 이국적인 식물들이 있는 정원을 지나 산책로를 따라 산책을 한다. 괭과리 징도 있다. 모두 연주를 시도 해 본다. 대강 박자는 맞는 거 같다. 오후엔 남원에 있는 큰 엉에 갔다. 금호리조트 바로 앞에 있는 아름다운 산책길이었다. 큰 엉이란 바닷가나 절벽에 뚫린 큰 바위 동굴을 말한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구름이 있고 바람이 있어 거친 파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호랑이 모습을 닮은 호두바위, 인디언 추장의 모습의 추장 바위 등 기암괴석들이 많았다. 나무사이로 한반도 지도 모습이 보이기도 해서 신기했다. 행복한 하루가 지나고 내일 제주 한라산 영실 등반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5월 7일 토요일은 제주 영실 등반일이다. 영실은 산신령이 사는 방이란 뜻이란다. 주차장을 지나 멋진 소나무 숲을 통과하니 바로 병풍바위가 보인다. 바위 하나 하나가 장군을 닮아 오백장군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푸른 나무숲들과 아름답고 신비로운 바위들 속으로 계속 오른다. 가다 보니 드디어 정상 부근 진달래 꽃밭이 나온다. 진달래가 진 지 오래인데 여긴 한창 피기 시작이다. 여기가 그 유명한 털 진달래 꽃밭인가보다. 다음 주에는 더 활짝 필 것 같다. 윗세 오름길 가는 길 끝에 우뚝선 바위 모양의 한라산의 백록담이 보인다.
영실 쪽에서 백록담으로 가는 길은 막아 놓아서 갈 수 없다고 한다. 처음엔 그것이 백록담인 줄 몰랐다. 백록담 아니라고 박박 우기고 있는데 어느 남자 분이 백록담이 맞다고 한다. 표지판에도 나와 있었는데 못 보고 우겨댔다. 하하! 호호! 웃으며 사진 촬영도 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몸을 내어 준다. 이제 하산 길! 그런데 하산하는 길에 뜻밖에 우리학교의 교무부장을 만났다. 세상은 넓고도 좁은거여! 이렇게 밖에서 뜻밖에 만나니 더 반갑다.
5월 8일 나는 오늘 집에 가는 날이다. 친구들은 럭셔리한 라마다 호텔에서 더 묵고 나 혼자 서울로 온다.
아침 일찍, 2007년 성산일출봉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거문오름길에 갔다. 한정된 인원만 허용되기 때문에 사전 예약이 필요한 곳이었다. 영호 따님이 이것 또한 이미 인터넷 예약을 했다. 매주 화요일엔 자연 휴식의 날이라 올라갈 수 없다고 한다.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삼나무들과 조선시대 사약으로 사용했다는 풀(이름은 잊어버렸다)을 비롯하여 각종 풀들과 야생초가 많았다. 키 큰 고사리가 뉴질랜드 고사리를 연상시킨다. 한라산 분화구의 3배의 크기의 분화구엔 수많은 풀들과 나무들이 자라 분화구인지 뭔지 잘 표시가 나지 않았다. 지층의 변화로 생긴 구멍으로 풍혈이라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일제 강점기 일본군이 만들어 놓은 동굴도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웬 군사시설? 아름다운 이곳도 이런 아픔의 흔적이 남아 있다.
찬임이는 서울서 완도까지 직접 차를 몰고 와서 제주 오는 배에 차를 싣고 남해를 건너왔다. 차 트렁크엔 친구들이 먹을 식량을 잔뜩 싣고 말이다. 여행 계획서부터 진행을 맡아 힘든 업무를 너끈히 해 내었다. 대단한 친구이다. 사 먹으면 편할 텐데 지들 요리가 더 맛이 있으니 해먹으려 작정한 것 같다. 영호나 찬임이는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레시피 따윈 필요 없다. 그냥 짐작으로 해도 엄청 맛나다. 이 점이 같은 여자로서 가장 부러운 점이다. 여행 와서 오이피클 해 먹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냐? 달걀말이, 충무 김밥보다 한 수 위 영호 찬임표 김밥, 오이피클, 콩나물 라면 등 “요리와 함께 하는 제주여행” 주제가 있는 여행이다. 요즘 요리가 대세잖아?
홀로 제주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길은 쓸쓸했다.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이다.
아 ! 더 머물고 싶다.
찬임아! 만날 때 마다 여러 번 느끼는 거지만 여러 친구들에게 고루 힘이 미치는 대단한 에너지를 가진 친구이다. 계획하고 추진하고 마무리하는 거 아무나 하는 거 아녀. 맏며느리의 포스를 가지고 있다. 너에게선 에너지의 뜨거움이 느껴지지. 제주도의 용암처럼 말이다. 다음 부터는 너무 혼자 많은 짐을 지지 마.
운전하느라 을매나 고달펐냐? 내가 대신 해 주고 싶었다. 그 마음을 꾸욱 누르느라 ..... 힘들었어
남편이 뭐라고 안 하디? 고맙고 미안해서 하는 소리다. 김밥 맛있더라 내일 손녀 딸 올 때 도전할겨.
영호야! 너는 천생 엄마다. 남 챙기는 데 도사야. 찬임이가 뜨겁다면 넌 따스해. 찬임이와 영호가 함께하고 우리가 호응을 하면 안 될 것이 없을 거야. 너의 똑똑한 딸이 아니었으면 나의 제주 여행이 이루어졌을까? 비행기 티켓 주선해 준 것부터 뒤에서 뒷수발을 다 해 준 딸이 고맙다. 딸이 없는 내겐 그 또한 부러움이더라.그 엄마에 그 딸이더라. 너는 늙어도 그런 딸 때문에 아무걱정 없겠더라. 으이구 부러워. 네가 준 노랑색 옷 네 생각하며 입을게. 집에 와서 바로 오이피클 해서 오늘 아침에도 먹었다. 내가 해도 꽤 맛이 있더라. 난 겁이 나서 못했는데 이제 자주 해서 나도 용기 있게 요리에 도전해 볼거야.
설기야! 언제 보아도 편안한 잔잔함이 느껴지는 너! 총무 맡아 살림살이 하느라 고생했다.
여러 번 같이 여행한 덕분인지 전혀 거리감이 없이 편안하기만 하다. 나만 편안함을 느끼는 거 아니겠지? 그래도 우리 얼마나 잘 했냐? 한 살이라도 덜 먹었을 때 여기 저기 돌아다닌 것 잘 한 거지. 조용하면서 옳은 판단을 하는 너!
늘 제주 등대 같은 역할을 기대할게.
경순아! 티 없이 맑고 밝은 네 모습을 보며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라고 느꼈다. 너에게선 천진난만이 느껴져.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부지런히 시간을 쪼개어 사는 모습도 보기 좋더라. 건강하다는 증거이겠지.
틈틈이 농사일에 댄스에 기타, 영어공부, 골프에 또 뭐가 있냐? 그 많은 걸 어떻게 다 배우는 겨? 몸이 두 개 라도 못 당하겠다. 계획대로 남미 여행 잘 다녀 오기를 바란다.
명주야! 정말 놀랐다. 너랑 졸업하고 처음으로 여행 같이 했잖아? 여전히 처녀 적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더구나. 몸도 마음도 생각하는 것도 말이야. 너와의 제주 여행은 신선했다.
학교 다닐 때 이야기를 하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어. 넌 그래도 무용에 집중하여 학교생활을 알차게 했다고 봐. 아직도 유연한 몸에 부럽기만 하더라. 배도 없고 다리 찢기도 가능하고 말야. 앞으로는 좀 더 얼굴 자주 보여 주렴. 그리고 언제 골프 라운딩도 같이 해 보자.
고운 모습 앞으로도 계속 변치 말거라.잉?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번 여행을 함께 하지 못한 친구들아!
뭐니 뭐니 해도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 최고여
우리가 누리고 살아야 할 것들은 돈과 명예가 아니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친한 벗들과 이야기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게 아닐까? 담엔 우리 꼭 함께 하자. 응?
이번에 가지 못한 백록담엘 꼭 가 보자. 제주도를 보려면 석달은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침 6시 비행기를 타고 와서 한라산을 오르고 저녁에 서울 가는 비행기를 타면 무박으로도 제주여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 10회 모든 친구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어보며 글을 마친다.
어리목 정상에서 친구들과 함께
어리목 정상 해발 1169m 에서
거문 오름의 푸르고 푸른 숲 모습
영실 정상에서 내려다 본 제주 모습
영실 정상에 오르니 정상에 진달래밭이 펼쳐졌다
영실 정상에서 내려 오는 길에 친구들과 한 컷 찰칵!
일출랜드에서
마천굴 입구에서
일출랜드의 식물원에서
일출랜드에서 괭과리 등으로 풍악을 울리다
나무 숲 속으로 한반도의 모습이 보이는 신기한 모습
유네스코 지정 거문 오름에서
이름을 알 수 없는 수 많은 식물들이 있었다.
아름다운 제주 해안 풍경
변덕스런 날씨에 바람이 분다. 그래도 우린 마냥 즐거워!
영호 찬임표 김밥입니다.
이 것이 바로 유명한 찬임표 달걀말이 입니다
허브랜드에서 그윽한 향의 차를 마시며
나뭇잎새들이 윤기가 자르르 하다. 초록속으로 풍덩 빠진 기분이다
진달래 꽃밭에서
라마다 제주호텔 로비에서 (마냥 아쉬운 마음으로 한 컷!)
첫댓글 이 곳에 사진과 글이 올라온 걸 몰랐네. 제주도 구경 잘했구나. 언니같고 때론 엄마같은 친구들 덕에 먹거리 숙소 스케줄 등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었겠어. 우리 나이도 이젠 60대 중반인데 앞으로 잘해야 10년? 대개 5년 내외 이후엔 여행 다니는 것도 남에게 부담감을 줄 것 같아. 시간 나는대로 몸이 허락하는 대로 열심히 다니기를 강추!
기희 교장말에 백번 공감해. 우리가 이렇게 훨훨 돌아다닐 날이 길진 않아. 우리 엄마를 보니 답이 나오더라. 마음은 아직도 파란데 몸이 안 따라 주니 안타깝지.그저 기회 대는대로 친구도 만나고 가족끼리 여행도 가고 하면서 사는게 현명할 것 같아.
제주엔 잘 다녀왔지?
어찌하다보니 5월에 제주도를 두 번이나 다녀 왔어. 한 번은 선생님들과 또 한 번은 남편이랑. 30일 한라산 오르니 남벽분기점까지 온통 철쭉꽃밭이더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