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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목 언저리에 주름이 잡혔잖아. 이거 전부 안 돼. 전에 홍보용으로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 있지? 그 중에서 골라 써.”
“그 소프트포커스로 찍은 사진 말인가요?”
“눈빛이 왜 그래?” 아이코는 마땅찮은 얼굴을 한 다나카를 흘겨본다.
“아니오, 알겠습니다. 편집부에 말해보겠습니다.”
다나카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회사에서 옥신각신 하겠지만 알 바 아니다.
“아참, 호시야마 씨, 우리 잡지에 격월로 작가들의 기행문을 실으려고 하는데요. 2회 때 부탁드려도 될까요?”
“기행문? 글쎄” 아이코는 생각에 잠긴다. “좋아, 파리에 가야지” 그렇게 대답했다.
마침 잘 됐어. 슬슬 해외에 나가고 싶던 참이었다.
“브리스틀 호텔에 묵고 별 세 개짜리 식당에서 밥 먹고….”
“저, 국내여행이에요.”
“어라? 짜게 굴지 마. 파리를 배경으로 단편도 쓸 거니까. 편집장에게 말해.”
“네, 일단 말씀은 드리죠.”
“1회는 누구야?”
“오쿠야마 에이타로 씹니다. 디지털카메라 들고 혼자 떠나는 동북지방의 어촌 여행이죠.”
“그럼, 두 번째는 고급으로 가야지” 억지로 이유를 갖다 붙인다. “오쿠야마 씨는 잘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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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그 분은.” 다나카가 손사래를 쳤다. “매번 작풍을 바꾸는데다가 성격도 괴팍해서.”
듣기 좋다. 인기 없는 작가 이야기는 정말이지 속이 시원하다.
다나카가 돌아가고 나자 이번에는 아라이가 전화를 걸어왔다.
“요전번에 원고를 보내주셨던 신경과 의사 선생님 일인데요…” 아, 그랬었지.
억지로 떠넘기고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어땠어? 제대로 알아볼 수는 있었어?” 아이코가 물어보니
재미있었다며 아라이의 즐거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진짜야?” 귀를 의심했다. 그 이라부가?
“아뇨, 소설이 아니라 일러스트 쪽이.”
“아, 그거” 생각이 났다. 원고에 마유미가 그린 기묘한 삽화가 있었다.
“진짜 독특하달까 한방 갈기는 느낌이랄까…”
“나는 얼핏 보기만 했는데 외계인 솜씨 같지 않았어.”
“그 점이 좋았어요. ‘온리원’은 그런 거죠.”
“흠” 왠지 기분이 별로였다. 그 건방진 간호사에게 그림 재능이 있다니. “미리 말해 두는데 일러스트는 의사가 아니고 마유미라는 간호사가 그렸어.”
“그래요? 그럼, 이 쪽에서 직접 연락을 취해도 되는 거죠?”
“좋으실 대로. 그건 그렇고 원고는 어땠어?”
“호시야마 씨께 말씀드리기 뭣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