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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t
"저랑 사겨주세요. 선배."
"........."
아림이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이쁘기로 소문난 그녀가 고백을 받는 일은 잦지만, 이번처럼 싫다, 좋다라는 대답을 쉽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건 처음이다.
고백을 받아서 마음이 설레여서 그런게 아니다. 오크같은 남자에게 고백을 받아서 마음이 힘든 것도 아니다. 연하게 고백을 받아서 싫은건 더더욱 아니었다.
아림 앞에 서서 사랑을 구원하는 사람은 자신과 같이 교복 치마를 두른 여자였다. 가은 방송 동아리를 하면서 얼굴 몇 번 본 후배, 김시영이 자신에게 고백을 해 온 것이다.
"선배를 본 순간 반했어요. 제가 잘할게요. 놀랐을 거란 건 알지만, 저도 고민 고민 하다가 겨우 고백하는 거에요. 선배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처음 봤어요. 제발 저랑 사겨주세요."
"....... 너 레즈니?"
"제가 여자라고 해서 여자를 사랑하면 안되는 건가요? 전 이런 것도 사랑이라 생각해요. 사랑에는 마음이 필요하지. 성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절 이해해주세요. 선배."
"하- 어이가 없구나. 난 레즈가 아니라서 이해를 못하겠어. 미안."
아림이는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방송 준비로 한창인 그녀를 불러내서 하는 말이 사겨주세요, 라니. 아림에겐 여간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 뒤로 아림이는 시영이를 피해다니느라 애썼다. 하지만 2학년 선도부인 시영이를 안 마주치는 일이란 참 어려운 일이였다.
"선배. 얘기 좀 해요."
시영이가 갑작스럽게 아림의 손목을 낚아챘다.
"왜이래. 정말."
"이야기 좀 하자고요."
시영이는 우악스럽게 아림이를 계단으로 끌고 왔다. 여성스러운 아림이와는 반대로 시영이는 거칠면서 털털한 아이였다.
"왜 피하는 거죠? 그냥 예전처럼 잘 지내면 안되요?"
"어려워."
"뭐가 어려워요? 선배, 계속 날 모른체 하는 거 알아요? 인사도 안해주고 말이에요. 내 생각은 안해줘요? 정말 선배 잊을 생각에 힘들어하고 가슴 아파 할 저는 생각 안하냐고요!"
시영이의 소리침이 멀리 울려 퍼졌다. 아림이의 어깨에 올리고 있는 시영이의 손 힘이 강해졌다.
점차 아림이는 어깨가 아려옴을 느꼈다. 냉정함을 찾아야 했다.
"싫어. 더러워. 손 치워."
아림이는 자기보다 큰 키를 자랑하는 시영이를 매섭게 올려다보았다. 시영이의 손 힘이 서서히 풀리면서, 아림이의 어깨는 자유로워졌다.
그리고 냉정하게 시영이를 지나쳐 가버렸다.
그들의 마지막은 시영이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감으로써 막을 내렸다.
8년 후. ' ' ' ' ' ' "이 PD. 오늘 시간 있어?"
"아니요. 약속 있어요. 왜요?"
"프로그램도 잘 끝냈고, 회식하려고 했지."
아림이는 PD가 된지 별로 안됬지만,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자리에 금새 올라와 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술자리가 끊임없었지만, 아림이는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았따.
그리고 자신과 비슷하게 들어온 라이벌, 김준영 PD를 만날 수도 있기에 더욱 싫었다.
아림이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왔다.
"너 결혼 안 할거니? 나이가 벌써 27이야."
어머니의 잔소리에 아림이는 '네. 알겠어요.' 라고 대답한 뒤, 제 방으로 급히 피신해버렸다.
zzzZZZZ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리자, 아림이는 어머니 눈치를 보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PD님. 회식 안 오세요? 빨리 오세요."
"안 갈래요. 전 술 싫어해요."
"거 좀 바꿔봐."
갑자기 다른 목소리가 들리더니, 그 남자는 바로 전화를 채 가곤 말을 이었다.
"이 PD. 아무리 일을 잘한다고 해도 이쁘게 봐주는 데도 한계가 있어. 오는게 좋을 거야. 이 바닥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면."
"........ 알겠어요. 거기 어디에요."
아림이는 방송국에서 국장님이란 남자가 제일 싫었다. 변태같이 생긴 건 원래 생긴게 그러니 이해할수 있다지만, 지나 갈때마다 자신의 몸을 스쳐가는 더러운 손길이 너무나도 싫었다.
'회식하면 사람 많을 텐데 별 일 없겠지.'
아림이는 회식자리에 도착해 있는 듯, 마는 듯 앉아 있었다. 술도 먹는 둥 마는 둥 하였다.
강철민(국장님)도 싫었지만, 자신의 라이벌인 김준영도 와 있는게 술 맛 떨어지기 딱 좋은 날이였다. 또한 누구에게 흐트러짐을 보이고 싶지 않는 그녀의 성격 탓이기도 하다.
"이 PD는 술 안 먹어? 왜 이렇게 잔이 안 비여?"
철민이 아림이 옆에 앉아 술냄새를 연신 풍겨댔다.
"술 먹기 싫으니까요."
"너무 건방 떠는 거 아니야?"
철민의 손이 아림의 머리칼을 쓸어 넘겼고, 어깨를 쓰다듬었다. 아림은 불쾌해서 인상을 한 껏 찌푸렸다.
김준영이란 남자가 자신을 알수없는 표정으로 쳐다보는게 더욱 기분 나쁘게 만들었다.
"하지마요."
"왜? 뭐가 싫은거야?"
철민의 손은 어깨에서 점점 내려가 아림의 엉덩이쪽을 탐하고 있었다. 아림은 수치감에 금새 얼굴이 욹으락붉으락 해졌다.
"이 PD. 남자도 없잖아? 외롭지 않아? 오늘 나와...."
"그만하시죠."
"응?"
철민의 말을 끊은 건 아림이 아니었다. 준영이 술 한잔을 입에 털어 놓고 말한 것이다.
"이 PD가 싫어하잖아요."
"저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잘리고 싶어? 엉?"
철민은 비틀거리며 일어섰고, 그와 동시에 준영을 손가락질 하며 소리쳤다.
"나이값 하세요."
"니가 이 PD 애인 이라도 되? 아니면 말을 말아. 새꺄."
"맞습니다."
"뭐라고?"
"제가 이 PD 애인이라고요. 가자. 더이상 여기 있을 필요 없어."
준영은 아림에게 성큼 성큼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낚아 채 빠르게 술집을 나왔다.
"술도 안 먹을 거면서 회식자리는 왜 온 거에요?"
"준영 씨는 상관하지마요."
"고맙다는 말도 안해줄거에요? 당신을 구해줬잖아요."
"아니요. 제가 이 자리에 나온게 잘못이죠. 안나왔더라면 이런 일도 없을테고, 준영 씨에게 고맙다는 말 할 필요도 없을테죠."
"얼음 공주네요. PD 지원하고 합격할 때부터 당신을 쭉 지켜봐왔어요."
"....... 그런데 어쩌라고요..."
준영은 아림이를 벽에 밀쳐 양 팔로 그녀를 가두어버렸다. 아림이는 바로 앞에 준영이 있는 것에 기분이 나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준영이 가까이 있자 이상하게 마구 뛰어대는 심장박동소리가 자꾸 기분이 나빴다.
"왜 이래요. 놔줘요."
"나랑 사귈래요? 이미 우린 커플로 소문이 날거에요. 당신을 구해주면서 이미 우린 애인사이가 되었으니 말이에요."
준영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아림이는 술도 먹지 않았는데 취할 것만 같았다. 준영은 천천히 아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맞춤을 하였다.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는 고양이처럼 할퀼것만 같던 아림이는 얌전하게 준영의 입술을 받아 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그날 후로 그들은 사귀게 되었다. 아림은 준영이 자신의 라이벌이란 것도 잊은 채, 그와 사랑을 하기에 바빴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림은 준영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준영은 아림에게 진한 스큅쉽을 하지 않았다.
아림은 준영이 자신을 마음으로 사랑한다고 느꼈기에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남자와는 다른 준영의 모습에 그녀는 빠져들고 있었다.
헤어 나올수 없는 늪에 빠져드는 것처럼.
"준영 씨."
"응?"
"이제 우리 인사하러 가지 않을래요?"
"........"
준영이 대답을 하지 않자, 아림은 불안했다.
"왜 대답이 없어요?"
"미안....."
"왜 미안하다고 하는 거에요?"
"우리...... 그만 만나자."
쨍그랑-
아림은 미미하게 떨던 두 손으로 찾 잔을 들었다가 그만 놓치고 말았다. 생각지도 못한 준영의 이별고에 아림의 눈동자는 심히 떨리고 있었다.
"아림아. 괜찮아?"
준여이 급히 다가와 아림에게 손을 대자, 아림은 그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그녀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됬어요. 남자는 다 똑같아요. 어차피 떠난다는 걸 제가 잊고 있었네요. 저 가볼게요."
아림은 핸드백을 들고 일어서 흐르는 눈물을 준영이 몰래 손으로 훔쳐냈다.
"나를 정말 좋아해? 진심으로 사랑하냐고?!"
뒤에서 준영의 소리침에 아림이 발걸음을 멈췄다. 준영을 잡고만 싶었다. 그녀는 돌아서 준영에게 달려가 안겨 흐느꼈다.
"날 버리지 말아요.... 준영 씨."
"내 비밀을 알아도.... 좋아해 줄거야?"
"그게 뭐라도 상관 없어요. 난 준영 씨만 있으면 되요."
"그럼 나랑 같이 갈 데가 있어."
준영은 아림을 끌고 어디론가 급히 갔다. 아림이 따라가기엔 너무 빠른 걸음이였다.
"도대체 어딜 가는 거에요?"
준영은 대답도 하지 않고, 아림이를 데리고 빠르게 걷고 또 걸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한 모텔이였다.
"여긴 왜...."
"날 너무 미워하지마."
준영은 아림을 끌고 안으로 들어가 돈을 지불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당황한 아림은 소리까지 지르며 반항했다.
"준영 씨 .지금 뭐하는거에요?!"
준영은 아림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온 뒤, 문을 잠그고 옷을 벗어나갔다. 점점 그의 하얀 속살이 비쳐졌고, 가슴에 감아놓았던 붕대를 마지막으로 풀었다.
"..........!"
아림이는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준영은 어느 여자와 다를 바 없는 여자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아림아. 난 여자야. 이래도 날 사랑해?"
"제발..... 제발......!"
아림은 발악했다. 자신이 사랑했던 한 남자가 여자였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왜..... 왜!! 남장같은 걸 했던 거에요?! 왜!!"
"널 좋아하니까. 난 너에게 미쳤으니까. 8년 전부터 쭈욱 너만 바라봤으니까."
"무슨 소리에요.....?"
"날 모르겠어? 나야, 나. 김시영."
"........."
"날 사랑한다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여줘."
"........ 미쳤어. 너,넌 미친 거야. 이럴 수는 없어!!!!"
방이 떠나가랴 아림이 소릴 질러댔다. 8년 전, 김시영이 이렇게 남장까지 하고, 이름까지 바꾸고 제 앞에 나타날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이 제발 악몽이길 바라고 또 바랄 뿐이였다.
"넌 김준영이란 남자를 사랑했던게 아니야. 그랬다면 내가 여자란 걸 알았어도, 김시영이란 걸 알았어도 날 사랑해야 되는 거야. 내 말 알아들었어?"
시영이 8년 전처럼 아림의 어깨를 손으로 꽈악 붙잡았다.
"........혼란스러워. 미안해."
그리고 아림은 8년 전처럼 시영을 매정하게 지나쳐 방을 나가버렸다. 그렇게 그들의 마지막은 시영이 방송국을 떠나면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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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굉장히...........................할말이없어요! 재밌다고 봐야할지..
ㅋㅋㅋㅋ그냥 써본거에염
헐~~~진짜재밌어요 번외적어주세요
ㅋㅋㅋㅋ 아 , 처음 써보는 소재라 ㅠㅠ번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