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고 2학년 때 담임이셨던 강순구 선생님을 찾고 싶습니다.
1) 지난 12월 14일 (토) 오후 7시부터 송도 오크우드 프리미어 인천에서 개최되었던, 부평고등학교 5회 동창회의 졸업 40주년 기념 송년회에 참석했다.
까까머리 이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만나면 그냥 반가운 얼굴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머릿속에서는 대책 없이 다가올 2020년을 설계 하느라 분주했다.
그런 가운데 계속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으니, 2학년 때 담임이셨던 강순구 선생님이었다. 당시 인문계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이 최우선이었기에, 수업을 마친 뒤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으면 의무적으로 모두 남아서 밤늦은 시간까지 자율학습을 했다.
그런데 나는 집안 사정으로 수업을 마치고, 그 시간이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다녔다. 자전거를 타고 하루 2~3집을 방문하여 과외지도를 한 것이다.
2학년이 되니 새 담임 강순구 선생님께서 면담을 통해, 나의 인생을 길게 볼 때 아르바이트를 재고해 보라시며 안타까워 하셨다.
고교 졸업 후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였지만 형편은 여전하여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학기 중에는 번역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고 방학 중에는 새학기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1호선 전철을 타고 가다가 역 근처 주택가를 가가호호 방문하여 1천 원의 보리차나 수세미 세트 등을 팔았다.
부평역에서 노량진역 인근의 주택 가운데 도보로 가능한 지역을 두 달간 거의 다 방문하고 나니, 정말 갈 곳이 없어 인천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제 고인이 되신 국회부의장 김은하 의원님의 집도 그때 알게 되었고, 주안역에서 내렸던 날인지 해가 기울어 몇 집만 더 두드리기로 했는데 대문을 여니 강순구 선생님이 나오시는 게 아닌가?
반바지 차림의 선생님께서 “지금도 고생이 많구나” 하시면서 손을 잡아 주셨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오천 원 지폐를 한 장 건네시는데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참 고마우신 선생님이셨다.
이제 비로소 그분의 가르침이 생각나 몇 년 전부터 찾아보았는데, 아직도 연락처를 알 수가 없다. 너무 늦은 것인가?
2) 21일에는 부고5회 동창들과 독립문 역에서 열여덟 명이 만나 서대문 안산에 올랐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여전히 반가운 친구들과 밀린 예기를 나누었다.
구름다리 건너편에 인왕산을 두고 안산자락길을 걸었다. 너와집도 제대로 본 뒤 봉수대에 올라 한양 도성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었다. 내려올 때는 세콰이어 숲 앞에서 숨을 고른 후 친구의 안내로 영천 시장 안 전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참석한 내게 한마디를 하라고 권해, 지난 19대 20대 총선 관련 얘기를 접고 새해 덕담으로 대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