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사육장에서 왜 골프를 칩니까?" 전남 완도에서 역도부 선수이던 골퍼 최경주가 처음 골프 연습장을 보고 한 말이다. PGA 정상을 석권한 그의 성공담을 말할 때마다 곧잘 인용되는 일화다.
크리스천의 성공 뒤에는 하나님의 축복이 버티고 있다. 그리고 기도는 복의 통로가 된다. 운은 올 수도 있고 빗겨갈 수도 있지만 축복은 언제 어디서나 기대할 수 있다.
최경주는 자신의 성공을 하나님의 축복 덕분이라고 버릇처럼 말한다. 이런 그의 신앙 드라마에서 부인 김현정 씨는 빠질 수 없는 여자 주인공이다. 김 씨는 남편이 경기를 하는 동안에는 집에서도 아무 일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TV는 물론 전화기까지 끈다. 오로지 기도를 할 뿐이다.
"결혼 초 아내는 함께 기도하고 싶어 했어요. 하지만 강요는 안했죠. 아내는 피곤하니 누우라고 하곤 제 발을 잡고 기도했습니다. 저는 피곤해서 잠들어 버리고 눈뜨면 아침이었죠. 참 미안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기도하게 됐습니다."
최경주는 신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주 '아내의 힘'을 당당히 털어 놓는다. 그러면서 '자신은 정말 결혼을 잘 한 것 같다'며 팔불출이란 놀림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를 교회로 인도하고 말 그대로 물심양면 내조해 오늘의 영웅을 일궈낸 동반자가 아내이기 때문이다.
부인 김 씨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최 선수는 고졸이다. 애당초 김 씨의 눈에 환경적 조건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녀는 다만 교회에 다닐 것을 요구했을 뿐이다.
결혼 이후 한국을 거쳐 일본 프로리그에 진출한 그는 승승장구했다. 이제 다음 목표는 골퍼의 꿈 미국 PGA였다. 그러기 위해 지난 2001년 마이애미에서 열린 Q스쿨에 참가했다. 라이선스를 받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다.
경기 종료 하루 전날은 주일이었다. 그 때까지 성적은 54위. 합격 커트라인은 35위. 막막한 순간이었다. 그날 시합이 끝나자마자 가족 모두 교회로 향했다.
"주님밖에는 매달릴 곳이 없었습니다. 정말 절실했어요. 우리 가족은 '주안에 있는 나에게'라는 찬양을 부르고 또 불렀어요. 내일 떨어지면 다 포기하고 모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까마득했어요."
그는 예배드리고 찬양하고 기도했다. 결국 일을 이룰 주체는 하나님이라고 믿었다. 마지막 날 6라운드가 고비였다.
마지막 홀에서 라인을 보는 대신 기도했다. 살짝 친 공이 홀을 지나치는가 싶더니 순간 멈추면서 빠져 들어갔다. 최종 성적 34위로 턱걸이에 성공한 것이다. 뒤를 돌아보니 아내가 울고 있었다.
지난달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뒤 기자들은 '우승을 예상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다섯 번째 우승이지만 매번 하나님께서 승리를 통해 당신의 말씀을 전파하려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달 최경주는 AT&T 내셔널에서 또 한 번의 우승컵을 손에 거머쥐었다.
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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