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아호 짓기
서울에서 자취를 할 때 책을 좋아하는 친구 K를
‘글손’이라고 애칭을 지어주었다.
그 친구는 손에서 책이 떠나질 않았다. 화장실, 밥상,
이불속, 버스안, 거리에서 등 늘 손에는 책이 들려있었다.
글손 애칭에 대한 답례로 종로 주먹거리에서
동동주를 항아리째 가운데 끼고 앉아 왕대포
잔으로 둘이서 권커니 잣거니, 곤드레 만드레,
위하여 위하여를 줄기차게 외쳤다.
그 후 나의 술타령 애칭은 왕손이 되어 종종 왕대포를
놓고 글손과 왕손의 해후가 이루어진다.
이 애칭이 있고부터 주변 지인들의 아호나 필명을
순우리말로 지어주기 시작하였다.
?시 잘 쓰는 친구 시갈(시의 밭갈이), 수필 잘 쓰는
친구는(글술술, 풀림), 소설 잘 쓰는 친구는
소갈(소설의 밭갈이)등으로 부르기 시작하였다.
자연을 좋아하는 문인에게는 주로 구름, 안개, 는비,
가랑, 오랑, 별빛, 해달(해와 달), 솔아, 울밑, 싸리비,
강바람, 산아, 눈꽃, 들녘, 냇물, 샛고랑 등으로 지어 주었다.
꽃을 좋아하는 분 에게는 산꽃, 안개꽃, 난향, 초록이,
향이, 참꽃, 무궁화 등으로 지어주었다.
또는 너나들(너와 내가 아닌 가깝게 지내는 우리들),
한울(한민족 울타리), 리랑(아리랑의 준말),
한맑쇠, 길손, 나그네 등이다.
문인들과 문예지를 내면서 붙인 이름. 글냄이(발행인),
판짠이(편집장), 바로 잡은이(교정과 교열),
판박이(인쇄인), 책 나눔이(배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