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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 동물원 보고서> 슬픈동물원, 2001 3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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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동물상태 설문조사에 의하면 관람객의 10.3%만이 동물을 관람하기 위해 동물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를 동반한 관람객조차도 교육 목적을 위해 동물원의 동물을 자세히 관찰하거나 동물의 상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외관상 심각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동물이 매우 양호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생태조건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단순히 전시목적만을 위해 마치 동물 박물관처럼 설계된 동물원 사육장 환경으로 인해 동물원 동물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은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개체수가 모자라 정상적인 무리 생활을 할 수 없는 침팬지 1. 개체수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은 무리 안에서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서로의 행동을 학습하며 새로운 개체를 탄생시킨다. 따라서 이러한 동물은 알맞은 개체수가 확보되어야 하지만 동물원에서는 한 마리 또는 두 마리씩 사육된다. 결국 인위적인 단독생활에 익숙해져서 무리생활을 할 수 없거나 다른 무리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습성 때문에 영원히 다른 무리에 섞이지도 다른 개체를 받아들이지도 않아서 평생 인위적인 단독생활이 계속된다. 지능이 높은 침팬지, 고릴라는 대략 20여 마리가 무리를 이루어 고도의 사회생활을 영위하며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공유한다. 이들은 무리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을 통해 그들이 가진 많은 습성, 생태를 습득하며 먹이를 구하는 방법, 서열 속에서 생존하는 방법, 심지어는 새끼를 낳고 기르는 방법 등을 배운다. 그러나 현재 동물원은 한 마리 또는 두 마리를 사육장에 가두어 사육하고 겨울에는 실외 사육장보다 좁고 철봉 몇 개 외에 마땅한 놀이시설도 없는 실내 사육장 안에 넣어둔다. 암컷 우두머리의 통솔을 받는 모계적인 집단생활을 하는 코끼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한마리씩 사육되고 있다. 코끼리는 지능이 매우 높은 동물이며 개체간 친밀한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죽어서 뼈만 남은 가족의 유해를 기억하는 것이 관찰되기도 하였다. 영국의 에딘버러 동물원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없다는 판단하에 코끼리를 사육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대신 코끼리 상을 만들어 세워놓았다. 서울대공원도 종수와 개체수보다는 동물의 생태와 서식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외롭게 홀로 지내는 아프리카코끼리 무리생활이 가능한 경우에도 동물원의 열악한 조건, 좁은 사육장, 한정된 공간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먹이 피라미드의 하위에 위치하는 동물은 대체로 번식력이 뛰어나더라도 상위 포식자가 있기 때문에 개체수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포식자가 전혀 없는 동물원의 사육장에 가두어두면 개체수는 계속 늘어나게 된다. 서울대공원의 에조사슴(꽃사슴의 아종)과 다마사슴은 한 사육장에서 사육되는데 가로 30m, 세로 20m 정도의 사육장 안에 최대 76마리가 살고 있으며 좁은 사육장이 수용할 수 없는 너무 많은 사슴이 한정된 곳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배설물이 사육장 바닥을 덮고 있어 사슴들은 배설물을 밟고 다니거나 그 위에서 잠을 자는 등 비위생적인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개체수가 너무 많아 토양이 침식되고 여기저기 배설물이 널려 있는 사슴 사육장 반면에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은 자신만의 영역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살아간다. 야생동물에게는 자신의 서식지가 매우 중요하며 인간의 집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동물원은 이러한 야생동물의 습성을 고려하기 보다는 관리상의 편의를 위해서 한 사육장 안에 여러 마리를 사육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것은 그 동물이 다른 개체로부터 자신의 영역을 침해 당한 것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2. 몸상태 자신을 가두는 사육장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동물원 동물은 그러나 인위적인 관리보호로 인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질병에 대해서 조차도 면역성을 가지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 여러 지역의 다양한 동물들이 동물원에 모여 있기 때문에 야생상태에서는 절대 만나지 않았을 다른 지역, 다른 종의 바이러스, 세균, 기생충 등에 의해 위협받는다. 서울대공원의 경우 비위생적인 사육장과 동물원의 관리 소홀로 인해 질병을 앓거나 다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으나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우 치료를 하지 않으며 질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눈에 염증이 생겨 안구가 파열된 잔점박이물범 바다에서 서식하는 물범, 바다사자, 북극곰은 바닷물을 사들이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지하수에서 살고 있다. 특히 잔점박이 물범에게는 수질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넓은 바다가 가진 자연정화능력 없이 좁은 사육장 안에 고여 있는 지하수는 잔점박이 물범의 배설물, 먹다 남은 먹이, 관람객이 던진 쓰레기, 과자와 함께 섞여 썩어 들어간다. 따라서 그 물에서 사는 잔점박이 물범은 피부병을 앓거나 눈에 염증이 생겨 안구가 파열되었다. 반면에 하루 3~4회 공연하는 돌고래는 민물에서는 바로 죽기 때문에 계속해서 깨끗한 바닷물을 공급받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이는 동물원이 동물의 생태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잔점박이 물범 옆에는 북극곰이 있다. 1년 내내 눈과 얼음으로 덮인 북극지방이 북극곰의 고향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동물원은 낮기온이 35도를 넘는 한여름에도 실외에서 북극곰을 전시하고 있다. 가끔 큰 얼음덩어리 한 두개를 물속에 넣어주는 것 외에는 그들의 서식환경을 고려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사육장 안의 물속에는 녹조가 생기고 온몸이 눈처럼 흰 털로 덮인 북극곰의 몸에 녹조가 붙어서 마치 염색한 것처럼 보인다.
탁한 물속의 녹조 때문에 마치 염색한 것처럼 보이는 북극곰 천연기념물 제 368호로 지정된 삽살개는 우리나라 토종개로서 용맹과 충절의 상징이지만 서울대공원 어린이 동물원의 삽살개는 여기저기 털이 뭉쳐있고 생기가 없는 등 방치된 상태로 갇혀있다.
털이 뭉쳐 있고 지저분하여 버려진 개같은 삽살개 안내판이 없어서 이름을 알 수 없는 염소류 동물은 사슴사에서 발견되었는데 심한 피부병으로 털이 듬성듬성 빠졌고 영양실조에 걸린 듯 몹시 말라 있었으며 눈 주위에 눈꼽이 심하게 끼어서 건강이 매우 안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마 후 이 염소는 다시 보이지 않았다. 또 자세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목에 흉한 피부병이 있는 나귀를 볼 수 있고 만또원숭이와 새끼 반달가슴곰은 사고로 앞발이 잘린 채 살고 있다.
목에 심한 피부병을 앓고 있는 나귀
3. 활동성 동물의 활동성은 건강상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육체적 질병이나 상처는 활동성의 저하를 초래한다. 동물원의 동물에게는 사육장 안의 놀이 시설이 매우 부족하고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 없으며 콘크리트 위주의 비생태적인 환경이 활동성 저하의 주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슴사에서 발견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은 이름 모를 동물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배고픔, 갈증, 불안, 고통, 질병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려야 하며 그들이 야생상태에서 했던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은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개체간 상호작용을 하며 자신의 서식지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그 환경에 반응한다. 때로는 포식자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도망을 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동물원이 만든 사육장 안에서는 그 어느 행동도 마음껏 할 수 없다. 특히 지능이 높고 야생상태에서 활동성이 강한 동물의 경우 시멘트 바닥에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고 간단한 철봉 몇 개만 있는 밀폐된 사육장 안에서는 그 단조로움이 주는 고통으로 인해 활기를 잃고 심지어는 정신병을 앓을 수 있다. 호주관의 캥거루는 넓은 초원에서 살며 시속 48km로 뛰어다닌다. 전장 1.9m의 타조목 에뮤, 화식조도 사막 또는 초원에서 살며 뛰는 속도가 평균 50 km에 달한다. 호랑이, 사자, 표범, 늑대 등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동물원 사육장 안에서 이들은 어슬렁 어슬렁 걸어다닐 뿐 뛸 수도 그리고 뛸 필요도 없다.
오른손 손가락이 모두 잘린 만또원숭이 막힌 곳이 없는 하늘을 날며 먹이를 찾는 독수리, 콘돌, 황조롱이 등의 맹금류의 사육장은 너무나 비좁아 조류 표본 전시실을 생각나게 한다. 그 안에서 이들 맹금류는 하릴없이 날개를 펼쳐보일 뿐 철창에 막혀 전혀 날 수가 없다.
철창에 막혀 더 이상 하늘을 날 수 없는 독수리 포식자로부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습성을 가진 동물은 안이 다 들여다보이는 전시실 안에서 숨을 곳을 찾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다 결국 꼼짝 않고 웅크리고 있다. 그들은 관람객에게 노출된 상태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으며 특히 노란목도리담비처럼 경계심이 강한 동물은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된다. 동물원의 다른 동물들도 한곳에 가만히 누워있거나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관람객의 73.9%는 동물원 동물이 건강해 보이지만 활기가 없다고 대답했다.
4. 이상행동 육체적 건강은 정신건강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동물의 행동이 바뀌거나 야생에서 보이지 않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경우 정신적 건강의 이상징후일 수 있으며 자연상태가 아닌 동물원 사육장 안에 갇혀 평생을 보내야 하는 야생동물은 상당수가 육체적으로는 건강하지만 정신병적 행동을 보인다. 이러한 정신병적 행동의 원인은 관람객으로 인한 소음, 좁은 공간에 갇혀있음으로 인한 제약,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료함 등 여러 가지로 볼 수 있으며 피포식자의 사육장을 포식자 바로 앞 또는 옆에 배치할 경우에도 큰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털을 뽑아서 피부가 흉하게 드러난 타조 보통 스트레스로 인한 강박관념적이고 반복적인 이상행동은 여러 동물에게서 다양한 형태로 발견된다. 동물원에 입장해서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는 기린의 경우 벽과 기둥을 핥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는데 이것은 먹이를 얻고자 하는 것도 영역을 표시하고자 하는 것도 아닌 이상 행동이다. 코끼리, 북극곰은 한자리에 서서 앞뒤좌우로 계속 몸을 흔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촘촘한 철창 앞에서 늑대, 자칼, 표범, 오소리 등의 동물들은 계속 좌우로 왔다갔다를 반복하고 호랑이는 공허한 눈빛으로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는다. 사육장안의 야생동물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외형적으로 극명하게 보여주는 경우는 타조와 유리매커우의 이상행동이다. 그들은 자신 또는 다른 개체의 털을 뽑아서 피부가 흉하게 드러났다.
좁은 사육장에서 같은 자리를 계속 반복하여 걷는 호랑이 동물원의 동물이 자기 새끼를 돌보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 원인도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로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사육사가 돌보게 되는데 어느 정도 자라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더라도 어미가 새끼를 알아보지 못하여 어미무리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어렵고 따라서 무리로 합류시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도록 하기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동물원측에서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동물원의 편의를 위해서 나누어 사육한다면 결국 동물은 일생을 혼자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야생동물은 동물원에 갇혀있으면서 야생의 습성을 점차 잃어버리게 된다. 스스로 먹이를 구하는 능력을 상실한 동물원 동물은 관람객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기 위해 입을 벌리거나 고개를 창살 밖으로 내민다. 하마는 하루종일 관람객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고 반달곰은 던져주는 과자를 받아먹으며 영양류와 원숭이는 관람객의 눈치를 보며 쫓아다닌다. 이들을 보며 야생동물의 생태를 배운다는 것은 매우 우스운 일이다.
던져주는 과자를 받아먹기 위해 계속 입을 벌리고 있는 하마 스스로 톨울 뽑아서 속살이 보이는 유리매커우 이밖에도 답답한 사육장 안에서 관람객의 시선을 끌기위해 실내사육장의 관람창을 발로 차거나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 관람객을 크게 놀라게 하는 침팬지는 홀로 갇힌 상태에서 전시되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알게 해준다. 인간은 정신병적 행동을 보여야 정신병원에 분리수용 되지만 동물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좁은 사육장에 갇히게 되며 결국은 정신병적 행동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