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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각(山神閣)
산신각(山神閣) 편액
巍巍落落淨裸裸 외외낙락정나라 獨步乾坤誰伴我 독보건곤수반아 若也山中逢子期 약야산중봉자기 豈將黃葉下山下 기장황엽하산하
높고 크고 우뚝한 청정한 본모습 천지간에 홀로 걷는 누가 나와 짝하리오. 만약에 산중에서 鍾子期를 만났던들 어찌 누른 잎 가지고 산을 내려왔으랴.
【解說】
이 게송을 출산게(出山偈)라고 하는데, 불교상용의식집인 《석문의범(釋門儀範)》『괘불이운(掛佛移運』ㆍ『설주이운(說主移運)』의식 등에 출처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출산게는 그에 앞서 태고보우국사(太古普愚國師)의 『석가출산상(釋迦出山相)』이라는 찬(讚)에 출처를 두고 있습니다.
그 찬(讚) 가운데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巍巍落落兮赤洒洒 외외낙락혜적쇄쇄 密密恢恢兮淨裸裸 밀밀회회혜정나라 春風爛漫水悠悠 춘풍난만수유유 獨步乾坤誰伴我 독보건곤수반아 若也山中逢子期 약야산중봉자기 豈將黃葉下山下 기장황엽하산하
높고 높고 우뚝해 깨끗하고 시원하며 밀밀(密密)하고 넓고 큰 청정한 본 모습. 봄바람은 난만하고 물은 흘러가는데 천지간에 홀로 걷는 누가 나와 짝하리오. 만약에 산중에서 종자기(鍾子期)를 만났던들 어찌 누른 잎 가지고 산을 내려왔으랴.」
이 글 가운데서 발췌하여 누군가가 지금의 출산게(出山偈)를 작성한 것입니다.
외외낙락정나라(巍巍落落淨裸裸) 높고 크고 우뚝한 청정한 본모습 독보건곤수반아(獨步乾坤誰伴我) 천지간에 홀로 걷는 누가 나와 짝하리오.
외외(巍巍)는 높고 크고 웅장함의 뜻이고, 낙락(落落)은 우뚝 솟은 모양을 말합니다. 정나라(淨裸裸)는 정나라적쇄쇄(淨裸裸赤灑灑)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정나라(淨裸裸)는 적나라(赤裸裸)와 같은 말로 어린 아이의 벌거벗은 몸과 같이 천진스런 순수함을 형용한 말입니다. 적쇄쇄(赤灑灑)는 정쇄쇄(淨灑灑)와 같은 말로, 적(赤)은 '붉다'는 뜻이지만 공(空)하다는 의미입니다. 쇄쇄(灑灑)는 청정(淸淨)하여 물들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곧 아무것에도 구애(拘碍)되지 않고 자유자재(自由自在)한 모양을 말합니다. 아무런 숨김이 없는 진상(眞相) 그대로 드러남을 말합니다. 즉 정나라적쇄쇄(淨裸裸赤灑灑)는 깨끗한 벌거숭이가 되어 아무것도 거칠 것 없는 맑고 시원한 경지라 할 것입니다. 천진난만한 깨달음의 경지를 비유한 말입니다.
다시 정리해 보면 외외낙락정나라(巍巍落落淨裸裸)는 높고 크고 우뚝한 있는 그대로의 청정한 본모습이라 할 것입니다. 대도(大道), 제법(諸法)의 실상(實相) 본모습입니다.
외외낙락정나라(巍巍落落淨裸裸)는 태고국사(太古國師)의 『석가출산상(釋迦出山相)』 중 '외외낙락혜적쇄쇄(巍巍落落兮赤洒洒) 밀밀회회혜정나라(密密恢恢兮淨裸裸). "높고 높고 우뚝해 깨끗하고 시원하며 밀밀하고 넓고 큰 청정한 본모습."'을 함축한 글입니다.
독보건곤(獨步乾坤)이란 천지간(天地間)에 홀로 걷는다는 말입니다. 수반아(誰伴我)는 "누가 나와 짝이 되리오?", "누가 나와 더불어 도반이 될 것인가?"라는 뜻입니다. 반(伴)이란 '짝, 동무, 반려자(伴侶者)'란 말인데, 함께 불도(佛道)를 수행하는 벗인 도반(道伴)을 말합니다. 아(我)는 이 글의 주인공이자 대도를 깨달은 도인(道人)입니다. 부처님을 말씀한다 할 것입니다.
높고 높고 우뚝해 깨끗하고 시원하며 밀밀하고도 넓고 큰 청정한 본 모습을 깨달았는데 천지간에 누가 있어 이 깊은 소식을 알 것이며 누가 있어 이 뜻을 알 것인가? 천지간에 홀로 걷고 소요하면서 나와 더불어 이야기할 짝이 있는가 자문해 봅니다.
'누가 나와 짝할 것인가?'
약야산중봉자기(若也山中逢子期) 만약에 산중에서 鍾子期를 만났던들 기장황엽하산하(豈將黃葉下山下) 어찌 누른 잎 가지고 산을 내려왔으랴.
약야산중(若也山中)은 '만약에 산중에서'란 뜻입니다. 산중이란 '대도를 성취하고 천지간에 홀로 걷는 곳'을 말합니다.
봉자기(逢子期)는 '자기(子期)를 만났다'는 뜻인데, 자기(子期)는 곧 '종자기(鍾子期)'를 말합니다. 종자기는 짝할 만한 도반(道伴) 지음(知音), 눈밝은 상근기(上根機)를 비유한 말입니다.
춘추시대에 살았던 백아(伯牙)는 금(琴)을 잘 타는 것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으며, 그의 친구인 종자기(鍾子期)는 금(琴)의 음색을 잘 구별해 감상하는 사람으로 유명했습니다.
백아가 높은 산을 생각하면서 금(琴)을 타면 종자기는 그 소리를 듣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정말 멋있군! 마치 높이 솟아오른 태산 같도다." 또 백아가 흐르는 강물을 생각하면서 금(琴)을 타면 종자기는 "좋도다. 세차게 빠르고 넓어서 강하(江河)와 같도다."라고 하여 백아의 생각하는 바를 종자기가 반드시 알아맞혔다고 합니다.
백아가 탄금(彈琴)하면 종자기가 그 악음(樂音)을 알아주어 백아는 신이 나서 금(琴)을 연주했는데,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크게 슬퍼하며 금(琴)을 부수고 금줄을 끊어 버렸으니 이를 일러 백아절현(伯牙絶絃)이라 합니다. 종자기 같은 지음(知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음이란 자기를 알아주는 참된 벗을 말합니다.
여기서 봉자기(逢子期)는 '종자기(鍾子期)' 같은 눈 밝은 도반을 만났더라면'이란 뜻입니다. 착하면 척하고 알아듣는 지음(知音)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영산회상에서 부처님께서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자 가섭존자(迦葉尊者)가 홀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이 바로 지음이요 눈 밝은 도반이라 할 것입니다.
이런 도반을 만났더라면…. 부처님께서 대도를 성취하신 것을 그대로 대중에게 설하셨을 때 그 뜻을 바로 알아차리는 상근기(上根機)가 있었더라면….
기장황엽하산하(豈將黃葉下山下)에서 기(豈)는 '어찌 기'이고, 장(將)은 '장차 장, 어찌 장, 이것 장, 무릇 장, 가질 장, 장수 장, 거느릴 장… 등 많은 훈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취(取)하다의 의미인 '가질 장'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황엽(黃葉)은 '누른 잎, 누런 이파리, 단풍잎' 정도로 새겨지는데 여기에는 깊은 의미가 스며 있습니다. 하산하(下山下)는 '산 아래로 내려오다'의 뜻입니다.
황엽(黃葉)은 '진짜가 아닌 가짜'를 말합니다. 다른 말로는 '방편(方便)'을 말합니다. 허공에 빛나는 달을 보고 한 사람이 옆 사람에게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옆 사람은 손가락을 통해서 달을 보면 제대로 달을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라는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본다면 달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달은 진짜요 손가락은 진짜가 아니지요. 진짜는 저 허공의 달이고 방편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입니다. 그러니 방편 저쪽에 진짜가 빛나는 것인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고 진짜라고 여기면 안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장황엽(豈將黃葉)은 "어찌 가짜를 가지고…" 또는 "어찌 방편을 가지고…" 라는 뜻이 됩니다.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제 18권 『영아행품(嬰兒行品)』에 '황엽(黃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린 아기가 울 때에 그 부모가 누런 버들잎을 주면서 달래기를, "너에게 돈을 줄 터이니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는데, 아기가 보고는 진짜 돈인 줄 생각하고 문득 울지 않고 그치는 것과 같느니라. 그러나 이 버들잎은 진짜 돈이 아니니라.
如彼嬰兒啼哭之時. 父母卽以楊樹黃葉而語之言. 莫啼莫啼我與汝金. 여피영아제곡지시 부모즉이양수황엽이어지언 막제막제아여여금
嬰兒見已生眞金想便止不啼. 然此楊葉實非金也. 영아견이생진금상변지부제 연차양엽실비금야」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방편으로 건네준 누런 버들잎을 아이는 진짜 돈으로 알고 돈을 가졌다고 기뻐하며 울음을 그쳤지만 그 누런 버들잎이 진짜 돈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그만 자라면 알 수 있는 법입니다. 그러나 중생들은 누런 버들잎을 진짜 돈으로 아는 아이와 한가지입니다.
그러면 이 어리석은 중생들을 깨우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근기가 낮으면 낮은 대로 방편을 써서 가르칠 수 밖에 없습니다. 대기설법(對機說法)으로 법문하신 것이 팔만사천 법문이 되고 팔만대장경이 된 것입니다. 이 대장경이 달을 가리키는 방편설이요 피안으로 가는 뗏목입니다.
그래서 황엽(黃葉)을 가지고 산 아래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또한 중생을 위한 대자대비심(大慈大悲心)의 발로이셨습니다.
태고 보우국사께서 "산중에서 종자기를 만났더라면 굳이 누른 잎을 가지고 산아래로 내려왔으랴!" 하신 뜻을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백우 _()_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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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해박하신 지식에
감사하고 감사합니다......_()_
산신각 사진을 보면 주련이 잘못 걸려 있습니다.무소에 가서 잘못 걸렸음을 말씀 드렸으니 지금은 바로 걸렸으리라 생각합니다. _()_ _(())_
그래서
감사합니다.
법흥사 갈때는 다시 한번 보아야 겠읍니다. 감사 합니다.
사찰순례시 주련을 감상하는거움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_()_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