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중고등부 하계 수련회 기금마련을 위한 성산교회 바자회에서 시작한 지 10분만에 매진되어버린 블루베리 머핀이 있었다. 쉬폰 케이크와 비스킷 등 모두 직접 만든 것이라고 했지만 분명 엄마가 만들어 준 것이려니 생각했다. 그래서 학생이 아니라 그 엄마 김현정씨 손을 끌고 행사장 한 켠으로 가서 레서피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있던 아들을 데려왔다.
“정말 네가 만들었어? 혼자? 어떻게? 어디서 배웠어?”
놀라워서 묻는다는 게 다그치듯 되고 말았지만 이 녀석, 어른의 긴 질문에 ‘쉬워요’ 달랑 한마디 던지곤 휙 돌아서려는 순간 다시 잡았다.
“얘야…… 우리 아줌마들은 말이다. 쉽다면 어떻게 쉬운가를 알려줘야 한단다”
한국 나이로 치면 이제 14살 중학교 2학년이다. 그런데 ‘네’ ‘아니오’ 대답 대신 엄마께 여쭤 보고 대답하겠단다. 잘 생긴 녀석이 요리도 잘하고 게다가 예의까지 반듯하다.
▲ 연수, 연준, 해연 3남매. 서울에 계신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맏아들이 대표선수로 나섰다. 막내 해연이는 오빠 눈치보면서도 연신 돕겠다며 나서서 망쳐 놓곤 했지만, 그때마다 연준군은 아빠가 막내 딸 바라보듯 따뜻하게 다둑거리며 자상하게 챙기는 것이 참 기특해 보였다.
엄마 허락은 받아 줄 테니 걱정 말라고 했더니, 화들짝 놀라며 꼭 자기가 받아야만 한다고 고집을 부린다. 진지하게 이유를 설명하는 연준이와 이후 나눈 대화는 이랬다.
“우리 엄마는 집에서 그릇이나 그런 거 깨뜨리면 혼내지 않으세요.”
-흠, 아주 사랑이 많은 교육적인 훌륭한 엄마군……
“그냥 각자의 용돈으로 ‘사 놓아야 한다’는 게 원칙이에요.”
-돈도 너네가 내구?
“네. 그리고 엄마 허락 없이 사용하다가 가구나 바닥에 흠집 내면, 원래대로 고쳐놔야 해요.”
-왜 그래야 된대?
“엄마 집이기 때문이래요. 그래서 꼭 사용 허락을 받아야 해요.”
그렇게 ‘윤허’를 얻어 찾아간 ‘엄마 집’ 주방에는, 다닥다닥 별 스티커가 붙어 있는 종이 세 장이 나란히 붙어있다. 연준이와 두 동생 연수, 해연이가 용돈을 벌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흔적이다. 곁에는 이런 내용이 또 붙어 있다.
‘쓰레기 버리는 일 별 1개, 아침에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기 별 1개, 하루 종일 TV시청하지 않은 날 별 1개, 책 1권 읽을 때마다 별 2개, 설거지 별 1개……’
좋은 일, 착한 일,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챙길 때마다 붙이는 별 1개의 가격은 25센트. 10달러라면 총 20개 항목이라는 이야기다.
“햐~ 너네 참 돈 벌기 쉽네. 다 지켜서 돈 많이 벌어” 했더니, 돈 벌기가 쉽지 않아서 쓰는 것을 줄이기로 했단다. 그래서 학교에서 배운 ‘펌킨 케잌’을 하려다가 통조림 값 아끼기 위해 엄마의 재료로 만드는 블루베리 케잌을 준비했다는 녀석. 귀여운 구두쇠다.
세 아이들이 갑자기 ‘착한이’로 변하면, 필시 용돈이 필요한 일이 생긴 것이라 했다. 정해진 룰을 철저히 지키고 따라서 엄마는 그만큼 편해진다. 엄마 입장에서는 어차피 줘야 할 용돈이기에 손해 볼 것 없고, 아이들도 돈의 사용처를 일일이 엄마께 보고하지 않아도 되기에 ‘상호 대만족’인 셈. 게다가 어릴 때부터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성경말씀과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세상살이를 일찌감치 체득하게 하니 교육효과도 만점이라는 게 엄마 김현정씨의 말.
가족들을 위해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나만의 레서피’를 하기로 했다는 연준군의 ‘야심작’은 생각했던 것보다 재료 만지는 손이 섬세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또 맛있었다.
“먼저 고체를 채에 거르고, 액체를 섞은 다음, 고체를 액체에 붓습니다. 상태는 숟가락으로 떴을 때 고체가 흐르지 않는 정도로 반죽해 주시고……”
요리가 무슨 화학실험인가. 웃음을 참느라 애쓰며 ‘골고루 섞어서 골고루 뿌려야 한다’는 포인트를 빨리 받아 적지 않았다가 녀석에게 혼도 났다. 요리나 할 것이지 남의 취재 수첩은 왜 훔쳐보고 난리람. 모르긴 해도 이다음에 장가가면 가족에게 ‘깜빡’ 숨 넘어 갈 멋진 남편이 될게 틀림 없다. 서울에 계신 아빠처럼.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블루베리 케이크
■ 재료 밀가루 3컵(200ml 기준), 설탕 2컵, 올리브유 1컵, 계란 4개, 베이킹 파우터 2ts, 소금, 계피가루 3ts, 블루베리 1.5컵
① 밀가루는 베이킹 파우더와 계피가루, 소금을 넣고 채에 내린다.
② 계란, 올리브유, 설탕을 잘 섞어 놓는다.
③ 1과 2의 재료를 혼합해 반죽을 한 다음, 블루베리를 넣어 다시 섞는다.
④ 빵 틀에 컵을 놓고 반죽을 2/3의 양만큼만 채운다.
⑤ 예열된 오븐에 넣어 타이머를 15분에 맞춰 알람이 울리면 젓가락을 찔러 한번 확인 후 꺼낸다.
파스타 피자
■ 재료 오색 파스타 4컵, 계란 2개, 우유 1/4컵, 소금 1ts, 올리브유 1ts, 색깔 별 피망 각 1개씩, 토마토, 단 호박, 스파게티 소스, 스팸, 치즈 4컵
① 소금과 올리브유를 넣어 물을 끓인 다음 파스타를 15분 가량 삶는다.
② 준비된 야채와 재료는 모두 채 썰어 놓는다.
③ 파스타가 익으면 채에 받혀 물기를 제거하고 뜨거운 채 피자 팬에 쏟은 다음, 평평하게 펴 준다.
④ 우유와 계란을 잘 풀어 3의 파스타 위에 끼얹어 준다.
⑤ 밑 치즈를 솔솔 뿌린 다음 스파게티 소스를 골고루 펴 준다.
⑥ 그 위에 준비해 둔 야채와 스팸을 토핑한다.
⑦ 다시 속 재료가 보이지 않을 만큼 듬뿍 치즈를 올린다.
⑧ 400도에서 30분간 구워 낸다.
박연준 군의 한마디!
■ Cooking Point
① 어머님들! 반죽은 꼭 2/3컵만 채워야 예쁘게 볼록한 모양이 됩니다.
② 계란에 우유를 조금 섞어 저어서 골고루 뿌린 다음 구워내면, 파스타가 흩어지지 않아요.
③ 파스타를 삶을 때 짭짤해야 피자가 완성된 후 싱겁지 않아요.
■ Cooking Tip
① 빵 재료 밀가루는 호밀을 쓰면 영양만점이죠?
② 식성에 따라 빵의 올리브유는 조금 적게 해도 괜찮아요.